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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문화제가 익산병원 앞에서 있다는 말에 1시간 일찍 익산병원을 찾았다. 너무 일찍 나온 탓일까? 익산병원 주변은 일찍부터 나온 경찰들과 정보과 형사들만 있었다. 이곳 익산병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풍경이었다. 다만 친절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경찰들이 경계선을 그어놔 행사장소를 정확히 찾을 수 있었다.

 

한편, 이런 경찰의 사전 준비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부당한 대우와 형편을 알리려는 노동자집회인데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경찰의 경계선에 가로막혀 있다. 조합원 다수에 대한 징계와 민주노조를 무너트리려는 탄압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의 귀를 꼭 경찰이 막고 있는 것 같았다.

 

경찰의 태도가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질 무렵, 이주호 지부장을 만나러 지부사무실을 찾았다.

 

더위 피하려다 벌금 폭탄 맞아.

 

▲이주호 지부장

Q. 이번에 벌금형을 받은 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주호 지부장(지부장): 벌금형이 법원판결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재판 중이다. 작년 7월 21일에 전북지역 투쟁사업장 순회투쟁이 익산병원 앞에서 있었다. 이날은 무척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에어컨 바람도 쐬고 화장실도 다녀오자는 취지에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막을 줄만 알았는데, 병원 측에서 ‘어서 오세요’라고까지 하며 문을 열어줘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한 8~9명의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찍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병원로비에서 실랑이가 약간 벌어졌다. 그리고 몇몇 관리자들은 폭언과 계속되는 채증으로 조합원들을 자극했고, 우리 사무국장은 사람을 밀쳤다는 이유로 벌금을 받아야 했다.

 

Q. 벌금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지부장: 당시에 있었던 사람 중에 14명이 벌금을 물었다. 그중에 우리 지부 식구 7명도 포함되었다. 총 벌금 규모는 1,190만 원이다. 현재 군사지법에서 약식기소 되었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이다.

 

전체 조합원 징계, 익산병원 약속 어겨

 

Q. 조합원 징계는 현재 어떻게 되었나?

지부장: 정식재판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익산병원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아직 법원의 판단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위원회는 부당하다고 항의하였지만, 2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리고 3월 14일, 본인을 비롯하여 4명이 해고되었고, 2명 정직에 감봉 10명 등 총 29명을 징계하였다. 징계위원회는 퇴사한 사람까지 39명을 징계 대상자로 올렸고, 2명은 조합을 탈퇴하였고, 결과적으로 35명의 조합원 중에 29명 조합원을 징계했다.

 

Q. 징계규모가 상당하다.

지부장: 이번 징계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우선 지난 교섭에서 있었던 합의안을 어긴 것이다. 감봉의 경우, 근로기준법 95조에 따라 감봉 총액이 한 달 월급의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감봉된 조합원은 무려 30%나 감봉되었다. 이에 대해 우리가 공식적으로 제기하였는데 자기들은 사규에 의해 징계를 결정하였고, 이 사규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라는 국가가 정한 법을 어긴 것이다. 가벼운 충돌에도 병원은 대항했다는 이유로 잘라버린다.

 

그리고 2차 징계위에서 위와 같이 발표가 나고 나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재심청구를 요구했다. 그런데 3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재심청구 결과라도 빨리 발표해야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넣을 수 있는 데 말이다.

 

민주노조를 깨기 위해 혈안이 된 익산병원

 

Q.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년 9월에 현장복귀 후에도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지부장: 힘든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실수를 하나 하면 의사들은 먼저 조합원인지 비조합원인지 물어본다고 한다. 그리고 조합원이면 시말서 요구 등 다양한 처벌을 내린다. 그리고 이번에 감봉대상자를 불러서 앞으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하면 견책으로 낮춰주겠다고 회유까지 했다.

 

Q. 지부장 본인은 그러한 경험이 없었나?

지부장: 왜 없었겠나? 일단 복귀 후에 정직 1개월을 먹었다. 이유가 황당한데, 후배 한 명이 의료장비를 소홀하게 관리해 꾸지람을 줬다. 사람 목숨을 다루는 것이 우리가 다루는 의료장비이다. 그런데 방사선 사진을 찍는 판을 닦아보니 엄청 더러운 것이다. 그리고 필터를 열어보니 곰팡이로 가득했다. 이러면 환자는 2차 감염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지적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사흘 동안 무단결근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모욕을 해서 잠도 못 자고, 신경쇠약이라는 진단을 받아와서는 병가를 3일 정도 냈다. 알고 보니 신경쇠약 진단을 익산병원에서 냈더라. 그것도 일반으로 냈다. 만약 의료보험으로 접수되면 나중에 보험가입 할 때 제약이 있으니까 이렇게 처리하더라. 그리고 그 친구와 나는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친구는 병원 원무과 관리자의 동생이다. 나를 노리고 이렇게 한 것이다.

 

Q.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지부장: 이와 관련해서 부당해고로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겼다. 그런데 익산병원은 중노위에 다시 항소했다. 거기다가 서울에서 보건의료노조를 깨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노무법인과 계약을 해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완전히 노동조합을 뿌리를 뽑겠다는 심산이다. 지노위 구제신청 때 나를 위해 사실확인서까지 써준 후배들에게 협박했는지, 중노위 때는 그 친구들이 내가 협박해서 사실확인서를 써줬다는 내용으로 사실확인서를 다시 꾸몄다.

 

노동조합은 서민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Q. 앞으로 어떻게 투쟁을 할 계획인가.

지부장: 이런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워낙 변수가 많고 적지 않은 전환점들이 우리 투쟁의 길에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말한다면 꾸준히 투쟁할 거라는 말이다.

 

Q. 익산시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지부장: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빨간 조끼 입고 으쌰으쌰하는 단체로만 생각하는데, 부당한 것에 대해 개인이 말하기 어려울 때 노동조합은 대신할 수 있다. 개개인의 폭력이나 민사소송은 평등한 게 평등하지만, 사용자와 노동자로 보면 불평등한 게 평등한 거다. 정말 많이 가진 사람하고 우리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같은 시선에서 본다면 우리가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만큼 이기기 위해 노동조합이 단결하는 것이다. 익산시민도 90%는 노동자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은 상위 10%를 위한 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90%가 단결해서 법을 만들어야 하고 그 초석이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은 우리 삶을 온전히 영위하기 위한 기본이라는 것을 시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채증하는지 한번 잘 봐주세요.”

 

해고자 4명이 익산병원과는 거리를 둔 곳에서 문화제를 진행하는데도 익산병원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은 모양이다. 멀리 6층으로 보이는 창문에서 흐릿하게 카메라와 같은 물건이 보인다. 익산병원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채증을 당했지만, 여전히 채증이 신경 쓰이는 눈치이다.

 

▲익산병원에서 채증하는 사진

 

투쟁하는 노동자가 사측에 채증을 당해 받는 충격은 공권력의 채증으로 인한 충격과는 내용이 다르다. 익산병원노동자들의 현장은 익산병원이고 이곳으로부터의 감시는 곧 구성원으로부터의 배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노동해왔던 현장에서 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익산병원노동자들은 사측의 이런 감시와 함께 해고징계에 맞선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루하루 그동안 믿었던 자기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도 맞서야 하는 익산병원해고노동자. 이들은 그렇지만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현장에 복귀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었다. 부디 꽃이 떨어지기 전에 투쟁이 끝나 익산병원노동자들이 신이 나는 봄 소풍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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