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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이 도의회에 제출했던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이하 학생인권조례)와 <전라북도 교원의 권리와 권한에 관한 조례>가 도의회의 의안상정 거부로 위기에 빠졌다.

 

훈육을 무기로 한 교육관 이제 바꿔야 하지 않나

 

학생인권조례는 민선 1기 김승환 교육감의 공약사업으로 작년 10월부터 교육계 주체들과 함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실태조사와 공청회(전주, 남원, 정읍, 군산), 인성인권부장과의 간담회 등을 거쳐 지난 6월 초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하여 10월 초 도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도의회는 “최근 학생들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여 사회화되고 있는 요즈음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규제를 무작정 푸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조례가 제정되면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면서 의안상정을 보류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전북지역의 시민사회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도의회의 상정 보류가 결정되자, 학생인권조례의 상정을 기대했던 교육계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도의회가 상정을 보류하면서 낸 입장들에 대해 “천박한 인권수준이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인권은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전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흐름과 다른 길을 걸으려는 도의회 교육의원들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운동본부는 “인권은 자격을 요구하지 않으며,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교육의 수혜자이지만 정작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할 어떤 권한도 없는 학생들의 인권마저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 속에서 자꾸만 과도해지는 학습노동에 치이고, 통제와 훈육 일변도의 교육방식 속에서 학생들은 시들어가고 있다”면서 교육위원들이 이런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성할 것을 주문했다.

 

▲전북지역 학생인권조례는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수렴 과정을 올 초부터 진행했다. 과정에서 학생참여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학생인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은 꾸준히 진행됐다. (사진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충분히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된 인권조례인데, 더 논의하자니”

 

전교조 전북지부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학교가 인권을 기반으로 배려와 나눔의 공동체로서 기능하는 그 시작을 알리는 의미”라고 평가한 뒤, 도의회가 논의와 검토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교조는 한마디로 “교육위원들은 어디 외국에라도 다녀왔냐”고 꼬집어 말하고, “작년부터 학생인권조례는 논의가 있었고, 수차례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과정이 있었으며, 도교육청 뿐만 아니라 교육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만든 조례”라고 말했다.

 

이어 인권조례 상정 보류 결정은 “그동안 각종 교육개혁정책에 발목을 잡아 온 도교육상임위원들의 반개혁적 흐름에 화룡점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반개혁적 교육위원을 선정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향후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미친 듯이 일등을 향해 훈육된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 1년에 570억을 버는 재벌에게는 관대하지만, 죽도록 일해서 7천만원을 버는 노동자들은 귀족노동자로 손가락질 한다”면서 “사교육비 1위, 청소년 자살율 1위, 세계에서 가장 나눔과 배려심 없는 청소년을 만드는 것은 학생인권보다는 훈육에 기반을 둔 교육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학생인권조례 상정 유보에 강한 유감을 표현했다.

 

“전국은 학생인권조례 상정에 동참 중”

 

이 밖에도 학부모단체, 학생단체 등도 도의회의 상정유보 방침에 대해 강한 비판을 담은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 상정 보류 방침이 전국적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 더욱 많은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서울은 주민발의를 통해 학생인권조례를 상정했다.

 

타시도의 경우, 경기도 교육청은 작년에 공포하여 올 3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광주시는 최근에 통과되었다. 또한 서울, 강원, 전남, 충북, 경남 등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라북도 교육청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인성·인권교육 실천’을 주요업무 추진계획으로 상정하고, 올 초부터 학생 의견이 반영된 학교생활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학생인권을 정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학교폭력 증가는 체벌과 훈육에 기반을 둔 교육이 원인”

 

한편, 도의회가 이번에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에 대한 보류결정은 최근 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는 전북지역 학교폭력 사고의 높은 증가와 성폭력 증가, 학업 중단 사례의 증가 등 학교 현장에 대한 위기의식의 반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도의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와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교육계 시민사회단체는 “일부 학생들의 일탈은 훈육과 체벌을 통해 교육을 해왔던 그동안의 교육방식이 만든 결과”라고 말하며 “학생인권조례는 체벌과 경쟁의 교육이 아니라 인간존중과 자유와 인권의 교육을 통해 어두웠던 학교현장을 바꾸려는 그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전북지부 역시 “학생인권을 보호하면 교권이 추락한다고 교육위원들은 여론을 호도하는데, 그 어떤 논리적인 근거조차 들지 못하는 인식의 천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북도의회의 이런 인식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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