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재경 집행위원장이 2010년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을 거부하고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하라’라는 현수막을 펼치는 모습. |
우선 인권위공동행동은 현 위원장이 연임되면 안 되는 이유로 인권현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공동행동이 든 사례만 해도 14개에 이른다. 특히 대표적인 사례는 용산참사와 관련된 것이다.
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2월에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대다수 인권위원의 찬성으로 용산참사와 관련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안건이 가결될 것으로 보이자 갑자기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회를 선언했다. 현 위원장은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나갔다가 인권위원의 항의로 되돌아와 사과하는 '촌극'을 벌였다. 결국 의견서는 용산 유가족과 용산참사대책위가 정부와 합의를 본 12월 30일이 지난 다음 해에야 가결됐다.
이 사례는 인권위가 정부에 어떠한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에야 의견서를 제출하는, 현 위원장이 '정권의 비위'를 맞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이어 현병철 체제의 인권위는 지난해 6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긴급구제 안건에 대해서는 사측과의 조정으로 김 지도위원이 생필품과 의약품을 공급받기로 했으므로 긴급구제 상황이 끝났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새사회연대는 당시 성명서에서 “‘조정’은 인권기준이 아닌 당사자의 수용에 불과하지 않은가”라고 꼬집으며 인권위에 “공개적이고 분명한 입장표명”을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권위는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에 대해 같은 해 9월 위법 농성자의 인권은 고려치 않겠다며 이를 부결시키는 것으로 '화답'한 바 있다.
아울러 인권위는 두리반 단전조치에 따른 긴급구제, 철도공사의 노조원 불법사찰, 코레일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에 대한 정책 권고를 연이어 부결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공동행동은 인권위가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병철 체제의 인권위는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에 대해 위법 농성자의 인권은 고려치 않겠다며 이를 부결했다. 사진은 2차 희망버스 당시 경찰벽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는 장애인활동가들의 모습. |
이어 인권위공동행동은 현병철 위원장이 사법연수생과의 간담회에서 한 “깜둥이도 같이 산다”와 같은 인종차별 발언,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던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와 같은 몰성적인 발언 등을 예로 들며 현 위원장은 인권위 수장으로써 갖춰야 할 인권감수성이 없으므로 연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에 진정하러 온 장애인활동가들이 점거농성을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지시키고 출입을 통제한 사건, 장애인활동가들의 농성에 경찰을 동원하고 농성자 처벌에 협조한 점 등도 인권위가 인권감수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지지와 소통을 포기한 사례에 포함됐다.
아울러 인권위공동행동은 인권위가 인권위를 비판한 노조 간부 강 조사관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했다며 직원 11명을 징계한 것, 장애인예산은 줄이고 국제행사나 전화시스템 구축 등 인권개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예산을 늘린 것 등에 대해서는 인권위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하면서 인권위 직원을 관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인권위공동행동은 현 위원장 체제 아래서 인권위가 북한에 대한 조사권한도 없음에도 북한인권침해센터를 설치하는 등 '북한인권위원회'화하고 있다는 점, 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정부에 권고하면서 2006년부터 유지했던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번복하는 등 인권위의 역사적 성과를 후퇴시키고 있는 점 등도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되면 안 되는 40가지 이유에 포함시켰다.
인권위공동행동은 "청와대가 잘못된 방향으로 임명권을 행사하더라도,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를 생각하면 현병철 위원장 스스로 인권위원장 직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라면서 "그러나 현병철 씨는 오히려 당당하게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니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인권위공동행동은 "시민사회가 현병철 씨의 자질 없음에 대해 그토록 말해왔으나 이를 임명권자의 뜻을 거스르는 일부의 반대로만 사고하는 태도는 독단적이고 안하무인, 불통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에 인권위원장을 연임하려는 현병철 씨를 규탄하는 전국적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19일 장애인계의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0일에는 현 위원장의 지난 3년 임기 동안 진정이 각하되거나 기각되었던 당사자와 단체들이 현 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인권위 지역사무소가 있는 광주, 부산, 대구에서는 이미 15일부터 현 위원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며, 그 외 여러 지역에서도 대책회의를 꾸리거나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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