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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가 밭농업 소득보전 지원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발표한 허술한 연구 용역 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2008년 전라북도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한 농업소득보전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했는데도 1년 동안 시행을 머뭇거리다 전북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2009년 11월 말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밭작물 지원 기준 마련을 위해 용역을 의뢰했다.

 

도는 연구가 완료된 2010년 9월에서 2달이 지난 뒤인 11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밭농업에 대한 소득을 지원할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조례가 통과되었으므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시하는게 타당하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도는 2009년 농민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밭작물 지원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연구 용역을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반해 조례안을 발의한 오은미 의원과 농민단체들은 “기준을 산출하기가 불가능해 면적별로 일괄 지급하는게 낫다”는 의견을 보였다.

 

처음 전북도의 주장과는 달리 연구 용역 결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나왔다. 농민단체가 주장한 대로 ‘면적별 지원 기준’이 산출됐다. 하지만 1ha당 2만원, 4만원 등 턱없이 낮은 단가를 책정한 지원안을 내놔 1ha당 4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읍시의 경우 1ha당 30만원의 밭 직불금을 시행하고 있다.

 

 

밭 재배면적 비중 늘어 밭 농업 유리하다?

 

밭농업 소득보전 지원제도 용역을 맡았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산업팀 박동규(식량정책) 선임연구위원은 “타도에 비해 전북도의 밭 비중이 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북의 밭농가 사정이 열악하지 않고, 중앙정부차원에서 새로운 직불제가 준비되고 있어 밭 직불금 제도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의 말에 따르면 ‘밭 비중 확대’가 전북 지역 밭 농업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가 됐고, 이것이 밭 직불금을 지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된다. 논 면적 대비 밭 면적이 증가하는 현상이 밭 농업이 잘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한 연구자료가 있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박 위원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밭 농업이 잘되니깐 밭 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추측성 답변마저 내놨다.

 

용역보고서(농림수산식품통계연보, 통계청 통계정보시스템)에 나타난 전북의 2009년 밭면적은 59,504 ha. 이전 까지는 증감을 반복하다가 2009년 갑자기 7,200ha(13.7%)가 갑자기 증가했다. 쌀 가격 하락과 도와 정부의 파상적인 대체작물 장려정책을 생각하면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결과다. 그 외 쌀 농사 회피 등 다양한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전북지역에서 1년 사이 재배면적이 늘어났다는 사실만 가지고 “밭면적 비중이 늘어났으니 밭농업 상황이 열악하지 않다”며 일반화 시켰다는 점이다. 용역보고서엔 “따라서 밭농업이 논농업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유리하지 않아도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보고서 상에선 “2009년에 논면적이 감소한 반면 밭면적이 증가한 이유는 쌀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과수, 인삼 등의 재배로 논의 밭 전환 및 개간이 많이 이루어진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특정 작물인 과수, 인삼 등에만 ‘유리함’이 인정되는 것이지 전체 전북 밭농업이 유리하다고 일반화시킬 순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열악해 질대로 열악해진 논농사 재배면적을 비교를 한다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 점이다.

 

 

논 직불금 기준을 밭 직불금의 기준으로

 

이에 더해 박동규 위원은 1ha 당 2만원과 4만원 밭농업 소득보전 지원안을 낸 판단 기준에 대해 묻자 “현행 논 직불금이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외 기준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용역보고서는 전국과 전북의 밭농업 현황과 과제,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외 직불제 실태 등에 관련된 통계치와 연구자료를 장황하게 나열 한 뒤 끝에 가서는 지자체가 지급하는 논 직불금이 밭 직불금의 유일한 기준이 됐다.

 

박 위원은 “기준에 대해선 궁색하기 짝이 없다”고 토로하며 “밭작물의 특성상 어떤 지원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차라리 용역보고서에 밝힌 대로 밭농가가 직면한 주요 애로사항으로 든 노동력 부족, 생산비 부담 과중 등을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지원 단가를 책정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전북도는 용역보고서가 내린 밭직불금 판단 기준이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사항을 검토해보고 내린 결론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북지역 논·밭소득 규모와 논 직불금 액수만 안다면 금방이라도 결론 낼 수 있는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연구를 8,500만원의 돈을 들여 9개월 동안 진행시켜 도민의 혈세를 낭비한 전북도가 이후 그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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