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노동/경제 한진중 해고자 “자본은 날마다 돈 잔치하는데, 우리는 왜...”

합동취재팀(미디어충청, 울산노동뉴스)( 1) 2011.07.05 10:16

“10년간 4,277억 원의 이익을 내고, 노동자는 하청노동자까지 포함 몇 천 명을 해고하면서 주식 배당금은 몇 백억씩 가져가고… 이렇게 자본은 날마다 돈 잔치하는데, 왜 노동자는 허구헌날 잘려서 당장 먹고살 걱정에 눈물 흘려야 합니까?”

 

 

놀랍게도 ‘신뢰성을 기반으로 풍요로운 미래 창출’을 하겠다는 한진중공업의 경영이념에는 ‘인간존중 커뮤니케이션과 임파워먼트, 핵심가치 공유’가 있다. 요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사태를 보면 ‘착취를 기반으로 오너 일가의 더 풍요로운 미래 창출’ ‘이윤 지상주의 커뮤니케이션과 노동자 탄압 공유’가 더 어울린다고 하면 과장일까.


노동자 해고 속에 기업은 돈 잔치,
‘착취를 기반으로 오너 일가의 더 풍요로운 미래 창출’


이미 알려진 바, 지난해 말 회사가 어렵다며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174억원 규모의 주식 배당을 실시했다. 이어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5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중 절반은 한진중공업의 총수인 조남호 회장에게 돌아갔다.


그것뿐일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따르면 2010년 조남호 회장, 조원국 상무, 이재용 조선사장, 송화영 건설사장 등 4명의 사내이사는 작년 9개월 동안 평균 1억9천9백만원의 봉급을 챙겼다. 점입가경으로 사측이 경영위기의 근거로 제시한 한진중공업의 수주실적 ‘0건’의 책임이 있는 조원국 한진중공업 영업담당 상무(조남호 회장의 장남, 33세)의 연봉도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사이 1~2억 원 가량 오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말 회사 어려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면, 위로금 받고 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잘 나가는 회사가 오너의 주머니 더 채워주기 위해 수 십년 일한 노동자를 자르고 노조의 씨를 말린다고 하니, 어떻게 우리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이미 증권가에는 한진중공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수주활동과 생산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투자의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향조정하고, 내년 매출액은 34% 증가한 1조원, 영업이익률은 6%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진중공업이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만 빼면 말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윤 지상주의,
조남호 회장 일가의 돈벌이는 계속 된다


한진중공업은 말 그대로 ‘착취를 기반으로 오너 일가의 더 풍요로운 미래 창출’의 경영이념을 충실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윤 지상주의 커뮤니케이션과 노동자 탄압 공유’는 어떨까.


영도조선소가 3년째 수주실적이 전무한 반면 그동안 18척의 배를 만들었고, 2011~2012년에도 35척을 인도할 예정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도 역시 한진중공업은 악명을 떨치고 있다. 3년간 확인 된 산재사망만 31명, 2만 1,000여 명의 노동자들 대다수는 하청과 비정규직, 현지 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 가혹행위, 노조 간부들에 대한 탄압과 계약해지… 필리핀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는 수빅조선소를 ‘노동자의 무덤’이라고 부르고, 해고당한 노동자가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았다’고 증언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필리핀에서 노동자들이 탄압에 허덕이는 사이 한진중공업 재벌 총수의 이윤은 날로 늘어만 간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한진중공업 지분은 1%로 낮추고 홀딩스 지분을 49%까지 올려놨다. 대신 홀딩스가 한진중공업의 36%의 지분을 가지고 지배한다. 그러니 조남호 회장은 영도조선소가 껍데기만 남아도 수빅조선소만 잘 되면 홀딩스에서 엄청난 배당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이윤 지상주의 커뮤니케이션과 노동자 탄압 공유’라는 경영이념 역시 국경을 넘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눈물이 흐르는 고통의 시간…
희망퇴직으로 나간 후배들 ‘한진중공업 출신 취업 안돼’


이전만 하더라도 한 가정의 듬직한 남편과 아빠로 살아가고 있을 한진중공업 입사 27년차 정 모씨는 40대 후반이 된 지금 정리해고 되어 길바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왜 아빠는 해고자가 됐냐’ ‘그 많은 사람 중에 왜 아빠가 거기에 있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잔업과 특근을 뛰어가며 30년 가까이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이렇게 정리해고 되니,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그는 한진중공업이 노사가 합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당당하고 살고자 발버둥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먹고 자고, 용역과 경찰에 두들겨 맞는다고 억울해 했다. ‘법이 뭐 이따위냐’는 얘기다.

 

“지난 2월 14일 정리해고가 단행되고 나서 너무나 억울했어요. 밥상 앞에 앉았는데 눈물이 흘러서 입으로 밥이 들어가는지 눈물이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죠. 사람이니까 배고프면 일단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숟가락을 들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거예요. 그런 고통의 시간이 한 달을 넘어 계속 되다가 점점 맘이 편해지더라구요. 체념도 되고...”

 

“그래도 희망퇴직을 쓸 수는 없었죠. 40대 후반에 희망퇴직자로 나가면 오라는 데도 없어요. 실제로 희망퇴직을 쓰고 먼저 나간 후배들을 얘기를 들어보면 저보다 나이 적은데도 재취업할 곳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진중공업 다녔다고 하면 아무도 안 받아 준다고 하더라구요. 다들 실업급여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취업이 됐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죠. 그래서 정리해고는 살인이예요. 당사자 한 명 뿐만 아니라 자녀와 아내 등 그 가족을 다 죽이는 범죄와도 같죠. 이 나이에 쫓겨나면 뭘 해서 가족들과 먹고 살 수 있냐는 말입니다.”

 

‘법 뭐 이따위냐’
재벌 총수와 그 아들은 여전히 세상이 우습고 만만하다

 

 

그는 한진중공업이 노사가 합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당당하고 살고자 발버둥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먹고 자고, 용역과 경찰에 두들겨 맞는다고 억울해 했다. ‘법이 뭐 이따위냐’는 얘기다.


“사측은 2007년과 2009년에 노사가 함께 합의한 합의문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요. 필리핀에 조선조를 세우는 것과 관련해 2007년에 국내 수주량 3년치를 확보하고, 국내공장 조합원의 고용보장, 해외공장으로 인한 경영손실을 이유로 국내 조합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 등을 했었어요. 2010년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을 중단하고 수주 경쟁력 확보와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기로 합의 했지만 아무것도 지켜진 것이 없어요. 오히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사측의 구조조정으로 임단협 조차 맺지 못하고 임금 역시 자동 동결된 상태로 지금까지 왔어요.”

“2002년 정리해고 때 희망퇴직 등으로 600여 명이 공장을 떠났어요. 그 때 싸우는 과정에서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죠. 그 때 그 희생으로 조남호가 노조측 요구를 수용해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이제 그 빼앗긴 것 다시 다 내놔라. 아니 이번에 노조 자체를 없애겠다’는 작정인 것 같아요. 국내 최초 100% 비정규직 조선소를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르죠.”


그는 ‘지금 같아선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법은 썩었다’고도 했다. 불법으로 정리해고 하고, 노사 단체협약을 손바닥 뒤집듯 무시해도,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도, 국회 청문회에 콧방귀를 뀌어도… 재벌 총수와 그 아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우습고 만만하다.


“대한민국 법이 썩었어요. 힘없는 놈은 더 세게 밟고, 힘 있는 놈은 경찰도 용역도 다 사병 거느리듯이 사용해요. 그래도 이해 할 수 없는 세상은 멀쩡히 돌아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동자만 용역과 경찰 폭력에 업무방해죄와 손해배상에 죽어나가고… 진짜 지금 같아선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한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끄럽습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의 정당한 몫을 빼앗지 않고도
당신들은 수천수만 배 잘 살 수 있지 않나”

 

 

비해고 파업참여자 조합원들의 현장복귀가 결정되던 날이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치자 모두들 마음이 무겁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정 씨와 내리는 비를 피해 한 건물 처마밑 길바닥에 주저앉은 것이 밤 12시쯤이었다. 처음엔 ‘30분만 시간을 내달라’는 요청에 ‘무슨 인터뷰를 30분씩이나 하냐’던 그는 새벽 2시가 넘어도 할 말을 다 못한 듯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 인사로 악수까지 하고서도 10분이 넘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30년 가까이 일한 회사에서 버림받았고, 맞서 싸우다가 얼마전 노조 지도부로부터 버림받았다'며, '이제는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게 마저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저 공장안에서 일하는 게 고단하지만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절실한 꿈이 돼버렸네요. 이 모든 것이 조남호 회장 때문입니다."


"재벌의 기업경영이 이렇게 부도덕해도 됩니까. 그들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없이 사는 사람들의 정당한 몫을 빼앗지 않고도… 그들을 괴롭히지 않고도 우리보다 수천수만 배는 더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을까요. 도대체 얼마나 더 가지면 만족할까요. 얼마나 더 가지면 욕심을 버리게 될까요. 죽을 때 싸가지고 가지도 못할 것을, 그 돈 다 모아서 어디다 재놓고 갈 건지… 조남호 회장에게 정말 묻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재벌에게 ‘욕심이 어디까지냐’고 묻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그가 모를리 없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수 조원의 돈을 가지고서도 백혈병이라는 산업재해로 어린 반도체 노동자들이 수없이 죽어나가는 것에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데… 무노조 경영에 각종 비리와 탈법 불법 상속을 일삼아도 그의 권력은 한없이 높아만 가는데… 그래도 세상은 그들이 최고라고 받들어 주는데… 그런 그들에게 기업윤리의 잣대를 들이대고, 욕심의 끝을 가늠한다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그래도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자본에게 쓸모없는 부품이 되어 공장 밖으로 버리진 노동자들의 삶이다. 동료와 세상에서까지 버림받아선 안되는 이들의 삶.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