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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종합]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해고자, 노동탄압에 항거하며 자결 시도

유서, "억울한 해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서 권리 행사하세요"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5.01 11:58

430일 밤 1120분경 신성여객 해고노동자 진00 조합원이 회사 옥상 국기봉에 목을 매 자결을 시도했다. 뒤늦게 이를 본 조합원들에 의해 전북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현재 생사는 불투명한 상태다

 

1일 오전 의료진은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 시간이 길어 뇌가 많이 죽은 상태라면서 심장은 박동하지만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의료진은 앞으로 72시간 동안 경과를 지켜보자는 뜻을 전했다.

 

51일 새벽에는 진 조합원이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진 조합원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다.

 

진 조합원은 유서에서 "사측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라"며 자신의 자살기도 이유가 사측의 노무관리에 있음을 밝혔다. 주변 노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진 조합원은 최근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심적 괴로움을 많이 겪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동료기사 A씨는 "회사 관리자들이 죽인 것"이라고 울먹이며 "회사의 회유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참소리는 지난 428일 진 모 조합원이 동료 B씨와 통화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통화에서 진 조합원은 한 두달 동안 회사관리자들의 장난에 놀아난 것 같아 억울하다면서 회사 관리자 C가 회사 관리자 D를 만나보라면서 끈 놓지 말고 계속해보라고 하여 그만하자고 했다. 이제 내 마음이 변했다. 대법까지 갈 생각이다며 회사의 회유에 대한 심정을 드러냈다.

 

진 조합원 자결 시도 다음 날 행정심판 선고, “부당해고가 맞다

 

진 조합원은 2012년 초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맞서 쟁의행위를 벌이던 중 다른노조 조합원과 다툼이 벌어져 6월에 구속되었다 9월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출소했다. 사측은 1030일 징계위원회를 거쳐 진 조합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사측은 해고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13220일 진 조합원의 해고를 취소한 뒤 다시 징계위를 열어 34일 최종 해고 통보했다.

 

하지만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3520일, 사측과 노조가 2013년 2월 7일에 맺은 새로운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서를 근거로 진 조합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사가 새로 맺은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에는 모든 징계는 사유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징계위를 거쳐 처분해야 한다 임금 사건을 제외하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고소 및 고발을 취하하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북 지노위의 판결을 뒤집고 진 조합원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진 조합원을 행정심판을 청구했고서울행정법원(행정12부 이승한 부장판사)은 오늘(51) 오전 950분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은 부당하다며 진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심판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성여객에서 진 조합원의 의식이 돌아기를 기다리던 동료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이길 것인데, 조금만 참지 그랬냐본인이 그렇게 기다린 판결 아니었냐며 오열했다.

 

해고기간 사측 농간에 힘들어 했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 관계자들과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며 약 3년의 해고기간 동안 사측은 진 조합원에게 복직을 미끼로 회유를 했다.

 

동료 조합원 B씨는 회사 관리자들이 민주노총 탈퇴와 통상임금 소송 등을 취하하면 다시 복직할 수 있다는 말을 수 차례 했다고 말했다.

 

참소리가 입수한 동료 B씨와의 통화 내용을 봐도 진 조합원은 회사 관리자의 이 같은 회유에 무척 괴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신성여객지회 관계자는 진 조합원이 회사의 회유로 몇 차례 미안하다며 고민을 털어놨다면서 이에 우선 복직이 우선이고, 마음만 함께 가면 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 조합원은 회사의 복직 회유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은 올 초 설날에 만났을 때 회사와 이야기가 잘 되고 있다면서 곧 복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00 조합원은 2010년 말부터 시작된 전북지역 버스투쟁에 끝까지 함께한 성실한 조합원이었다. 당시 민주노총 버스노조는 한국노총 버스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의 통상임금을 1인당 100만원에 합의하고 자신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자 버스기사들이 반발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후 2010128일 노동조건 개선,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100여 일의 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의 버스투쟁은 대중교통 문제를 단 시간에 전북지역 최대 이슈로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버스사업주들의 비리와 경영 부실 등이 드러났다. 당시 드러난 버스 문제는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유서와 함께 마지막으로 동료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진 조합원이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51일 오전 740분경 예약 발송되었다.

 

한 조합원에게는 형님 고마워요. 형 같은 분이 있어서 민주노조가 발전하네요. 나 죽어 민주버스가 더욱 더 발전하기를 바랄께요. 죽어서도 이놈들 아니 우리 신성 기사출신(회사 관리자)들 도태시켜요. 내가 자존심 버리고 살아나려고 발버둥 쳤는데 나를 이용하네요. 용서하지 마세요. 형님 고맙습니다. 00는 성질대로 깨끗이 가고 이놈들 가만두면 안돼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이걸로 대신합니다. 그간 고맙고 고맙네요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진00 조합원 유서 전문


버스파업이 시작된지  벌써 몇 해인가  

나는  열심히 투쟁했고 그 과정에 너무 과격한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간 가정이 파괴되고 내 생활은 엉망이 되어버렸네요

가정파괴는 안되려구 노력했지만 결국 이용만 당한 것 같아 너무 억울하네요

신성 동지여려분 사측놈들의 농간에 나같이 놀아나마십시요

그동안 형님 동생들 고맙구 고맙습니다

또다시 나 같이 억울한 해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서 여러분의 권리 행사하세요

그동안 동지들의 따뜻한 위로 고맙습니다

담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 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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