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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공장 농성장에 걸린 "몽구야! 법을 지켜라!"

갈수록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합법과 불법 주장이 상호 교차 충돌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 이행,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측 구사대와 경비대의 폭력 등을 놓고 합법과 불법 논란이 복잡한 양상으로 불거진 상황이다.

그중 지난 7월 22일 최병승 현대차 비정규지회 조합원(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직국장)을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 노동자로 본 대법원 판결 뒤 현대차의 수용여부가 그 논란의 중심에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판결 뒤 대거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지난 11월 4일 비정규 노동자 1940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노동자 집단소송(정규직 확인 및 그에 맞는 임금차액 청구)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대차 사측은 대법원 판결이 났지만 아직 파기 환송심이 남아 있고, 이번 판결은 최병승 씨 개인과 일부 생산라인에 한정된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병승 국장은 “대법원은 고법의 판결 자체를 심리하기 때문에 고법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확정판결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다. 게다가 고법에서는 노사가 확인한 자료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판단한 것이라 파기 환송심이 열려도 특별하게 뭐가 새롭게 나올 조건과 상황이 아니다. 파기 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도 '대법 판결이 귀속력 있도록 빠르게 판단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게다가 울산공장 건이 대법판결이 났고, 그 이후 이 판결에 따른 아산공장 관련 고법판결이 났기 때문에 불법파견의 문제는 사실상 1, 2, 3심의 결과가 모두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현대차 사측은 이 문제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도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대법원 판결과 현대차 아산 비정규직 관련 서울고법 판결의 핵심 내용은 자동흐름 시스템인 제조업에서는 사실상 도급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의 완성에는 처음과 끝이 존재해야 하는데, 자동차의 경우 차체를 찍어내면서부터 마지막 품질검사까지 모두가 하나의 공정이다. 그 공정에 있는 사람들은 도급의 형태를 가져도 법률적으로 도급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현대차로부터 직접 작업 지휘를 받은 것으로 봤다. 이러한 판결 근거와 취지를 고려하면 이것은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불법파견 노동자의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병승 조합원은 이번 판결 역시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가 주장했던 건 현대차 공장 내 하도급은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것이었다.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은 소속 업체와 현대차가 어떤 형태로 계약을 맺었건 법인이 다르건 같건,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묵시적인 근로관계 상태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름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굉장히 한계가 있다. 이번 판결 적용의 한계는 2년 이상자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불법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면 그게 2년이든 하루든 불법 아니냐. 그러면 기간과 상관없이 원청과의 근로관계를 인정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소업체 비정규직들은 더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사내하도급 2년 이상 근무는 사실 대공장을 제외하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진성도급이 아닌 경우 노동자들을 1년 안에 물갈이한다. 결국 이번 판결이 잘 적용된다고 해도 대공장 내 하청노동자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지 않고도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현대차 사측은 대법원(울산공장)과 연이은 고법(아산공장)에서 불법파견 판결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대차 하청업체인 동성기업 폐업과 근로계약서를 거부한 노동자 해고에 맞서 비정규직지회가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다시 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이미 현대차는 1, 2, 3공장 점거로 노동자 64명을 무더기로 고발했고, 이상수 지회장 등 파업 조합원들에게 6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여기에 검찰과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자의 지위 확인 요구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아니어서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현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해 논란이 확산됐다.

하지만 노동계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대법원과 서울고법의 판결 이행, 그에 따른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업은 당연히 합법 파업이라며 맞서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된 상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지위 차이가 근로조건과 관련 없다는 것은 괴변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22일 민변을 비롯한 법률가단체가, 23일은 교수노조를 비롯한 교수 학술 3단체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현대차는 교섭에 나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할 것’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법의 문제로 논란이 확산되자 현대차 사측 구사대와 경비대의 폭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는 2003년 비정규노동자의 아킬렐스건을 자른 식칼테러가 지난 8월 30일 또다시 재현되기도 했다. 사내하청업체 관리자가 비정규직노동자를 맥주병으로 폭행하고 칼로 위협한 것이다.

울산 공장의 경우 22일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파업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지금까지 노동자 120여명이 다쳤고, 36명이 치료 중이다. 그리고 과정에서 70여명이 연행됐고 그 중 1명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골절상 외에도 시트1부의 경우 사측 구사대가 끝이 날카로은 철 프레임과 볼트, 너트 등을 던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입과 코 사이가 뚫리고 찢어진 노동자는 수술 뒤 성형을 해야 할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그리고 부상자들은 사측이 뿌린 물에 최루액이 섞여 있다는 증언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고, 오히려 노동자들이 폭력을 휘둘렀다며 악선전하고 있다. 더구나 비정규직지회에서 공개한 구사대 폭력 영상에도 나오듯이 수적으로나 물리력으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히 사측 구사대와 경비대가 우세했다. 그러한 물리력으로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반면 사측과 경찰은 구사대와 경비대의 폭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나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15일 폭력 건에 대해서는 강호돈 부사장을 비롯한 사측을 고소고발했다. 17일의 경우는 현재 경찰 조사 중인데, 사측이 노동자 20여 명을 집단폭행하고 봉고차에 실어서 울산 동부서에 인계, 경찰이 연행했는데 경찰의 태도가 너무 편파적이다. 현행범은 누구나 경찰에 인계할 수 있지만 경찰은 실제 현행범인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하는데, 인계자 조사는 안 하고 두들겨 맞고 잡혀온 노동자만 붙잡아 조사했다. 이는 경찰이 법 집행을 편파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자 나아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제가 사측에 의해 공장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공장출입 금지 가처분 이의 신청을 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최병승은 대법 판결이 나서 그 지위가 존중된다 하더라도 업무방해를 할 가능성이 높고, 불법파업을 선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사의 요청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법원이 증거와 사실관계를 놓고 법리 적용을 해야 하는데,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가능성을 놓고 판단하고 있다.”

▲최병승 조합원 역시 지난 9월 사측 경비대에게 폭행 당하고 공장에서 끌려나온 바 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법에 대한 문제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히 복잡할 수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고 봤을 때, 그들에게 법은 현대차라는 거대한 자본과 사회제도에 맞설 때 꼭 필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사측이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자, 지난 11월 4일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1940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노동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반대로 사회에서 법이 실제 적용되고 운영되는 형태를 보면, 경제사회적으로 약자인 그들에게 법이 가진 힘을 빌리는 것도, 공정한 적용을 바라는 것도 녹록한 일이 아니다. 정몽구 회장의 사면복권처럼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이 무색한 현실을 보면 그 권위를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합동취재팀의 지난 보도대로 “정규직 전환 요구는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한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발언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파업 노동자들이 현실 세상의 어떤 벽 안에 갇혀 있는 지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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