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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대법원, ‘현대차 불법파견’ 확정...비정규 투쟁 확대되나

윤지연(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2.02.24 10:28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싸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 특별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은 23일 오후 2시, 서초동 대법원 1호 법정에서 현대차가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취소 청구소송 재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최병승 씨의 승소판결인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현대자동차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현대차 불법파견’ 종지부 찍어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0년 7월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기존에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던 항소심 판결을 뒤집으며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사내하청노동자의 생산작업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며,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와 변경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노동자의 직접 노무지휘를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작년 2월 10일,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직원이 자본량이나 자본순서를 결정, 지휘하거나 근로자들에게 구체적 지시를 내린 점이 인정된다”며 “특히 휴게시간, 연장, 야간 업무를 결정하고 정규직 직원의 결원이 발생할 시 하청업체인 Y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체 업무를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즉각 대법원에 재상고 했지만, 결국 대법원은 23일 판결을 통해 원심을 확정하며 불법파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현대자동차 소송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손지열, 이욱래 변호사는 지난 15일, “지난 1월 실시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현장검증 조서가 조만간 완성될 예정이므로 재판부가 조서를 살펴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에 선고기일 연기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측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는 대로 이를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최 씨를 비롯한 불법 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법제도 개선, 파견법 철폐 등 움직임 확대 될 것”


이번 판결은 제조업에 만연한 사내하청 구조의 불법성이 드러난 것으로, 이후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업, 공공부문 전반에 확대 돼 있는 불법파견 문제 역시 공론화 될 여지가 커졌다.


소송 당사자인 최병승 씨는 “이번 판결은 사내하도급이 불법이며, 불법을 시정하고 사내하도급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또한 각각의 비정규직 고용구조에 있는 노동자들의 정규직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회사 측에서 해당 판결이 최 씨 개인의 판결일 뿐,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최병승 씨는 “회사는 대법원에 선고기일 연기신청서를 제출하며, 해당 판결이 이후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소송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는 개인의 판결이라기보다는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판결이라는 것을 회사 측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고 측 고재환 변호사 역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은 10년 전부터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 해 왔으며, 이번 판결은 그들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오늘의 판결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불법파견과 도급에 대한 쟁점이 대법원에 의해 확정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제조업은 파견대상업종이 아님에도, 그동안 제조업에서는 명목상으로 도급계약의 형식을 갖추고 실제로는 원청 사용자가 하도급 노동자를 지휘, 명령하는 관행이 뿌리 깊어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때문에 지난 2010년 11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1940명과, 2011년 7월 22일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574명이 각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및 임금청구의 소’역시 유리한 판결을 얻게 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집단 불법파견 소송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조는 이번 판결이 조선, 철강, 전기전자, 기계금속업종 등 제조업 전반과 서비스, 공공부문에도 확대 돼 있는 사내하청 불법파견, 위장도급 관행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병승 씨는 “금속노조나 정규직노조, 비정규직지회 차원에서 비정규직 고용구조의 노동자들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기획, 수집하게 되면 폭발적인 자기 방향이 나올 것”이라며 “사회적으로도 다른 형태의 고용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제도개선이나 파견법 폐지 확대 투쟁의 과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회 전반의 ‘사내하청 철폐’ 투쟁 힘 실리나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최종 인정하면서, 이후 노조 측의 ‘사내하청 간접고용 철폐’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대법 확정판결 이후인 오후 2시 30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결정은 불법파견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의제를 확정한 것”이라며 이후 현대차와 정부를 대상으로 투쟁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정부와 고용노동부에 △정부와 국회는 비정규직 양산하는 사내하도급 법률제정을 중단하고 ‘사내하청가이드라인’을 즉각 폐기할 것 △사내하청 간접고용을 철폐하고 비정규직-정규직화법 입법실시할 것 △현대차 사내하청업체들은 불법파견업체로서 즉각 폐업조치할 것 △현대차 정몽구회장과 하청업체 사장들을 파견법위반으로 처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은 “정부 통계만으로도 조선, 철강 등 제조업과 서비스, 공공부문에서 350만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존재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동자들도 많다”며 “때문에 정부에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고, 위반사항 적발 시 처벌과 법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현대자동차 측에도 △불법파견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정규직화를 당장 이행할 것 △현대차 정몽구회장은 위법행위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즉각 실시할 것 △현대차는 비정규직조합원들에 대한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할 것 △현대차비정규직조합원들의 조합활동 보장과 부장노동행위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최종판결에도 불구하고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정부투쟁과 현대차에 대한 강력한 투쟁으로 현대, 기아 원하청공동투쟁과 15만 금속노동자의 총파업 및 총력투쟁에 직면할 것”이라며 “또한 민주노총과 함께 제조, 서비스, 공공부문 등 산업전반에 만연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온갖 편법적 노동고용형태에 종사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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