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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쌍용차 18, 19번째...죽음이 무섭고 두려웠다”

심형호(미디어충청)( cmedia@cmedia.or.kr) 2012.01.11 12:56

쌍용차 희망텐트의 ‘2차 공장포위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20번째의 죽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희망텐트촌이 36일차가 되었으며, 쌍용차투쟁도 이제 960일을 넘어 10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2차 공장포위의 날’에 금속노조가 전국의 노조간부를 참가토록 한다는 계획을 결정했고 각종 언론에서 쌍용차의 정리해고 문제가 다시 다뤄지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여론화 되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사측은 희망텐트촌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싸움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밖에 없다”는 김정우 지부장을 만나 희망텐트촌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20번째의 죽음을 막기 위해 희망텐트를 시작한다고 밝혔었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근본적 취지가 더 이상 죽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됐다. 지부사무실에서 19번째 죽음에 대한 연락을 받고 맨발로 곧장 공장 정문으로 뛰어 갔던 일이 기억난다, 죽는 다는 것이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18번째 장례를 치르고 2일인가 지나서 19번째가 발생했는데, 18번째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닌 산자였고 19번째는 희망퇴직자의 아내였다. 아이가 아빠와 연락이 되지 않아 엄마 곁에서 이틀을 잤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끔찍했다. 그것이 나의 일이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두려움이 찾아왔다.


더군다나 12월에서 3월까지는 일자리가 많이 없어 사람들이 골방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게 된다. 날품팔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일거리가 없으면 결국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되는 것이고, 누구나가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걱정이 많아 졌다.


그래서 조급하고 계획성 없지만 일을 벌려보자고 이야기 됐다. 그렇게 논의를 하다가 정문을 사수하는 것이 상징성 있다고 판단하여 희망텐트를 해보자고 결정된 것이다.


그러면 희망텐트를 통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리해고를 철회할 것, 따라서 모두를 복직시키는 것, 국정조사를 발동시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그 다음에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 그것이 주 목적이다. 이 중 어느 하나 개별 적인 것은 없으며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묶여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지금 이야기한 요구안에서 ‘8.6 합의 이행’은 없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8.6 합의는 이미 깨졌다. 회사가 지키지 않았으니깐... 회사가 정리해고를 철회하면 그동안 공장에서 쫓겨난 모든 사람들이 복직하는 것이다. 그 길에는 비정규직 문제도 포함되어서 함께 해결 되는 것, 그것이 맞는 길이다. 그래서 정리해고 철회 요구 말고 다른 조건은 필요없는 것이다.


비정규직지회가 독자적으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텐트를 치고 8.6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두 가지 투쟁 계획으로 가는 건가?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지회 차원에서의 독자적인 투쟁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지부에 속해있는 지회이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에는 비정규직 문제까지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좀 더 사업을 넓히고 사업계획을 확장시켰으면 좋겠는데 머물러 있다고 생각이 들며, 지금의 단계로 현 시점에서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회사 본관 옥상 끝에 설치되어 있는 이동형 카메라는 항상 공장 밖, 지부사무실 쪽을 바라보고 있다. 지부 조합원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저 카메라는 우리를 항상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본관 옥상의 CCTV로 지부사무실 주변을 감시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희망텐트가 시작되고 나서 행동이 돌변했다. 희망텐트가 사회여론화 되는 것을 회사가 우려하기 때문이다고 볼 수 있는데, 공장안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공장 정문 앞의 CCTV는 항상 거점(지부사무실)과 입구 주변의 동향을 살피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정도의 감시는 기본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 이런 것 때문에 투쟁을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공장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처음에 1인 시위를 하고 희망텐트촌을 만들던 시기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의 시각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우리를 미친놈으로 봤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완강히 버티고 있으니깐 다들 안쓰러워하고 측은해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겠느냐? 그리고 길에서 홍보물을 주면 지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잘 받아가고 있다. 이 또한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점이다.


희망텐트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사회적 여론화가 더디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 문제는 나도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그래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높은 투쟁을 요구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사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309일 동안 올라가 있었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은 대단하지 않았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오는 13일 ‘2차 공장포위의 날’을 기점으로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그런 상상과 추측을 해본다. 그 이후에 ‘3차 공장포위의 날’까지는 딱 한 달이 남게 되는데 그 기간에 다시 고민을 할 것이다. 고강도의 투쟁을 요구한다면 고강도로 갈 것이다.


올해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다. 희망버스 때와 같이 정치권의 관심이 늘어날 것이고 투쟁에도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본다.


쌍용자동차지부의 정치적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에 대한 문제도 있고 개개인의 정치적 입장차이가 있다. 그리고 4월 총선에 어떤 투쟁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2월 15일 ‘3차 공장포위의 날’ 이후에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계획이 끝난 이후에 2차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해야 한다.

 

▲박상철 금속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와락 크리스마스, 1차 공장포위의 날'에 참가해 “노동자 시민, 우리의 힘으로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도록 싸워 나가겠다. 15만 금속의 힘으로 반드시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2차 공장포위의 날’에 금속노조가 확대간부들을 모아서 함께하기로 했다. 사실 희망버스 때는 이처럼 지침으로 움직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19번째의 죽음이 발생했을 때 박상철 금속노조위원장이 격려의 말을 했고, 쌍용차를 언급하며 장투 사업장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했다. 말로만 하는 위원장이 아니라 한번 해결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희망텐트를 만드는 것이 결정되고 나서도 위원장이 거짓말 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는 사무처 동지들이 한두명씩 왔다 가는 순회투쟁을 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임원진에서 한명 상근을 하면서 정말로 깊이 있게 접근을 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아무튼, 조직 노동자들이 쌍용차 투쟁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노조의 지침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으로 본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해서 희망버스와 같은 역동성과 자율성이 같이 결합되어야 한다. 하지만 금속노조 스타일이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 걱정스럽기는 하다. 역동성과 자율성을 주면서 폭넓게 감싸 안아 금속노조의 기존 흐름보다 더 역동성 있게 갔으면 좋겠다.


조직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연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평가하나?


완성사나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 계획적으로 매일 한 팀씩 들어오고 하면 좋겠지만 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만의 일상이 있는 것이고, 금속노조의 지침이 없으니깐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자율적으로 간혹 가다가 오는 동지들은 연대의 정신이 있는 것인데 아쉽지만 좀 많이 와 줬으면 좋겠다.


결국 쌍용차지부의 2009년 77일 투쟁과 지금까지 투쟁의 과정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볼 것이냐에 따라서 연대의 접근성이 달라 질 것이다는 판단이 선다. 77일간의 옥쇄파업은 영웅적인 투쟁이고,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종합 선물셋트와 같은 탄압을 받은 것인데 이것을 각성되어 있는,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저렇게 되면 나중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음과 양으로 갈라지는 것인데 이 부분을 정말 심각성 있게 고민하는 동지들이라면 정말 노동자 정신에 입각해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에 위협을 당한다는 판단이 되고 절대적으로 막아야 된다는 자각을 하는 집행부라면 올 것이다.


2011년도 쌍용차의 생산대수가 2007년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힘들다고 공식적인 대화를 회피하고 무급휴직자들의 복귀에 대해서도 아무런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대화를 저쪽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비정규직 문제만 봐도 그렇다. 공장으로 돌아가야 할 비지회 동지들이 11명이다. 11명을 받아주지 않고 계속 신규인원을 뽑고 있는데 그들이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에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77일간 싸웠던 쌍용차지부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겠나. 회사는 기간이 끝난 정직자들도 받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구축한 이 틀이 깨질까봐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와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철저히 정치적인 문제이다. 청와대가 와서 직접 두드리지 않는 이상 아무 말도 안할 것이다.


지금 희망텐트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은 생계비이다. 지부 간부들에게 일정정도 돈을 지급하고 편안하게 싸움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재정사업을 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매번 손 벌리는 것 같고, 지금 투쟁하는 것도 정신없고 사람이 없어서 벅벅대는데 재정사업까지 하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더 중요한 것은 희망텐트촌에 희망을 주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 필요하다.


▲2009년 당시 쌍용자동차지부의 구호는 '해고는 살인이다'였다. 이 구호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정리해고 문제가 한진중공업과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의제화 되어 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확장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해고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지난 2009년에 ‘해고는 살인이다’고 우리가 이야기 했었다. 해고가 살인인 것이 이제 증명 된 것인데 뭘 더 이상 이야기 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법 제도를 바꾸는 투쟁, 근본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 이것을 누가 부정하겠나


자본주의에서 정리해고는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본은 좀 더 견고해지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왜 견고히 되지 않는지, 개별이 되면 다 나약해지고 집단이 되면 쎄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우리는 왜 그렇게 밖에 안 되는지... 고민이다.


자본으로부터 받는 탄압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고통이다. 특히 해고는 죽음과 맞먹는 고통이다. ‘함께 살자’, ‘해고는 살인이다’고 외쳤던 쌍용자동차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해고는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린다. 이제 새롭게 싹을 만들어내는 인생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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