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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 지역언론의 책임은 없는가?

전북 민언련( malhara21@hanmail.net) 2013.01.17 15:33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와 관련해 전라북도가 채찍을 맞을 일이 있으면 이에 대해선 마땅히 채찍을 받아야 할 것이며 LH 본사 유치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여론몰이성 대형이벤트 방식을 이번 10구단 유치 과정에서 반복한 행위가 바람직한 도정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애초부터 수도권 패권주의와 물량공세로 무장한 수원-KT와의 싸움이 불리한 싸움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유치전략과 전북도정의 일방통행식 리더십, 그리고 여론몰이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성찰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전라북도에 있겠지만 지역신문 역시 전라북도 못지않게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신문의 저널리즘기능은 심각한 수준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지역신문의 보도 경향도 그렇지만 사실상 전라북도와 함께 선수로 뛰면서 10구단 유치 활동에 매진하다가 막상 10구단 유치에 실패하자 갑자기 돌변해 전라북도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기에 그렇다.

 

신문별로 이야기를 해 보자

 

전북일보는 사실상 야구단을 유치해야 한다는 의제를 설정했지만 10구단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유치 노력은 처음부터 무리였고 전략 실패였다”며 얼굴 색깔을 바꾸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 전북일보는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와 관련해 전라북도 못지않게 책임의식을 통감해야 하는 언론이다. 그럼에도 과거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진단 성찰하지 않은 채 전라북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전북일보는 10구단 유치 과정에서 전북도민일보나 전라일보에 비해 전라북도의 유치전략 등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안배 전략에만 올인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갑자기 지역안배론을 확대재생산했던 게 단적인 사례다.

 

새전북신문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와 관련해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언론이다. 여론몰이 등의 폐해와 전라북도가 10구단을 반드시 유치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도 다른 신문에 비해 적잖은 문제제기를 해 왔다. 극히 일부에 그치긴 했지만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둘러싼 찬반 입장을 지면에 반영하려는 시도도 했다. 하지만 새전북신문의 그런 노력과 비판은 2011년에 주를 이루었을 뿐 2012년에 들어선 사실상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문제에 대단히 소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해 전라북도의 10구단 유치 전략 등을 점검하는 데 있어선 사실상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전북도민일보는 시종일관 전라북도와 10구단 유치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상세하게 전해주는데 치중했다. 물론 유치 활동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론몰이의 폐해 등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전라북도의 유치 전략 등을 점검한 기사도 없었다. 오히려 전라북도 도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해야 한다는 감성적 접근으로만 일관했으며, 전라북도와 10구단 유치위원회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 의지해 사실상 받아쓰기에만 충실했다. 그럼에도 10구단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갑자기 얼굴을 바꿔 총체적인 전략이 부재했다며 전라북도를 비판하고 있는 꼴이다.

 

전라일보 역시 전북도민일보와 비슷한 보도 경향을 보여 왔다. 전라북도에서 제시한 의제에 충실하게만 따랐을 뿐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나 전라북도의 유치 전략에 대한 점검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KBO가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한 이후에 전라북도가 10구단 유치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지역안배론’만 확대재생산 했을 뿐이다. 전라북도와 함께 선수로 뛰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었을까? 전라일보는 다른 지역신문과 달리 10구단 유치 실패와 관련해 전라북도의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으니, 일관성이라도 있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번 10구단 유치 실패의 가장 큰 교훈은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LH 본사 유치 실패가 대표적이다. LH본사 유치 실패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에서 드러난 전라북도의 여론몰이성 이벤트의 폐해나 전라북도와 함께 선수로 뛰다가 막상 유치가 실패한 이후 전라북도를 거칠게 물어뜯는 지역신문의 보도 경향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실상 판박이다.

“전라북도는 뭘 해도 되지 않는다.” 전라북도에 만연한 패배감과 허탈감, 무력감을 치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패배주의와 무력감은 서울공화국과 수도권패권주의라는 거대한 괴물 앞에서 변방 가운데서도 변방에 위치한 전라북도의 운명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변방에 위치한 전라북도의 운명을 부정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가까운 현대사만 따진다고 하더라도 서울공화국 체제와 수도권패권주의에 당해 온 세월이 40년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구조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안배는 한 순간에 달성할 수는 없는 가치다. 그건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안배 가치는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할 가치이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정책만으로 전라북도 내부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안배 못지않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전라북도 내부의 문제를 똑바로 응시하는 일이다. 전라북도 내부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아무리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전라북도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기 때문이다.

패배감과 허탈감에 찌든 전라북도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 그런 역할을 누가 해야 하는가? 지역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곪을대로 곪아 썩어 문드러질 지경이라는 개탄이 나올 만큼 만연해 있는 전라북도 내부의 문제들을 지역언론이 정확하게 진단하고 지역주민의 공론을 모을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전라북도에는 정말 희망이 없다. 지역의 혁신은 지역신문의 혁신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을 해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진부한 요구지만, 지역신문은 스스로 그 동안 의제설정과 환경감시에 대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지 냉정하고 차분하게 자성해야 할 것이다.

 

▲전북도민일보 1월 15일 1면

 

▲새전북신문 1월 15일 사설

 

▲전북일보 1월 15일 사설

 

▲전라일보 1월 14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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