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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29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지만 경영상의 문제에 대한 비판과 질문이 봉쇄되며 경영진 칭찬 일색과 일사천리 안건 처리로 1시간 만에 마쳤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 및 사내주주들로부터 ‘짜고 치는 주총’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조짐은 주총 시작부터 보여졌다. 보고사항이 끝난 후에 한 참석자가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이석채 회장은 거부했다. 여러번에 걸친 발언권 요청이 거부당하자 다른 참석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러한 가운데 이 회장은 주로 앞좌석에 앉은 참석자들에게만 발언권을 부여했고 이들 대부분은 하나같이 경영진을 칭찬하거나 의결 사항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3월 11일 주주총회 전경. [KT민주동지회 제공]

 

의결사항 중 하나였던 제3호 의안이 이사 선임의 건에서는 설전이 오고가기도 했다. 이사 후보 중에 박병원 전 대통령실 비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주총 전부터 박씨의 이사 후보 추대로 인해 김은혜 KT 전무에 이어 또 다시 MB정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3호 의안 발언에서 사내 주주 이해관씨는 'KT가 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있느냐'며 박병원 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서 KT 경영진이 구속됐는데 이는 낙하산 인사때문이라며, 낙하산 인사로 인한 경영상의 위험를 지적했다.

 

이씨는 김은혜 전무에 이어 청와대 출신 인사가 이사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며 박병원 후보를 빼고 이사 선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석채 회장은 이사 후보들은 최고의 인재들이며, 이사 선임은 KT를 살리고 외국에서 힘을 쓰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이후 박병원 후보를 비롯한 이사 선임의 건은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KT노동자들로 구성된 민주동지회의 조태욱 의장도 발언권 요구가 계속 무시되자 앞으로 나가며 발언권 요구를 했으나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에게 가로 막히기도 했다. 간신히 막바지에 발언권을 얻은 조태욱 의장은 6호 의안이었던 임원진의 퇴직금 인상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이 회장 선임 당시 주가와 어제 KT의 주가를 비교하면 고작 50원이 인상했는데 비해, 경영진의 연간 총 급여는 181억 원에서 작년 405억 원으로 200% 이상 올랐다”며 퇴직금지급규정 변경을 반대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주주들의 찬성 발언 속에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이날 주총장에서 발언권을 거부당한 일을 비롯해 소액주주와 사내주주들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민주동지회 회원도 발언권을 신청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고 했으나 KT직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막아섰다. 그는 당시 자신을 막아선 사람에게 술 냄새가 났다며 주총 진행이 엉터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사내주주들의 비판발언이 나올때마다 앞쪽에 자리한 주주들이 고성을 지르고 거친 말을 쏟아내며 발언을 방해했다. 다른 사내 주주도 “작년에는 질문과 발언 모두 할 수 있었는데 비해 이번 주총은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발언을 원천 봉쇄당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월 8일 있었던 KT낙하산 인사규탄 집회 [출처: 인간다운 KT를 만드는 사람들]

 

한편 이석채 회장은 ‘KT는 비리를 은폐하고 있지 않다’, ‘KT의 조그만 흠을 침소봉대해 회사 외부에 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작년 KT 경영상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볼 때, 이 회장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작년에는 KT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하여 불법적으로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뒤 부당하게 요금을 받아온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폭로되며 비난을 받았다. 또 KT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실제로는 고객들의 부당요금 환불 요구와 피해보상을 거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KT는 지난 5월 가입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133명의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받은 선거홍보 문자 메시지를 230만 명에게 보내 방송통신위로부터 10억원의 과징금을 부여받기도 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하는 등 경영진의 도적 해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이석채 회장의 말처럼 '조그만 흠'이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위임을 받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러한 반사회적 경영활동과 투기자본의 문제 등에 제기하려 했으나 발언권 자체를 얻지 못하며 무산됐다. 이 때문에 KT의 반사회적인 기업 활동이 아무런 비판과 견제 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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