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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

오체투지순례( 1) 2009.04.01 10:30

사제서품 당시 사제는 오체투지로 제단 앞에 엎드려 가장 겸손한 태로로, 모든 세속적 욕심을 버리고 예수님처럼 이웃과 세상을 섬기겠노라 서약한다. 그렇게 더 비우고 더 버리고 더 낮추겠다는 표현이 바로 오체투지 순례이다. 그 모습처럼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아갈 때, 세상은 아름답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길거리 생일을 맞이한 신부>

어제는 정말 추웠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늘은 생일소식을 먼저 전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대표신부로서, 이번 오체투지 순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전종훈 신부님께서 오늘 생일이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이른 아침 수경스님으로부터 ‘누구는 좋겠다.~ 생일상 받아서..’라는 핀잔을 받았다 합니다. 길거리 살아가는 사람이 생일상을 받는 것이 쑥스럽고 어색한지 전 신부님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습니다.

하루의 일정이 시작되는 첫 출발 구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전 신부님의 소감을 여쭈었습니다. “어머니로 인해 삶과 죽음이 있다. 저는 오늘 또다시 저를 낳으신 어머니 땅에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습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그리고 내일도 임할 모습 그대로 ‘단 한번의 기도’에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2008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던 삼성로비사건과 촛불광장에서 전종훈 신부님이 임하셨던 모습이나 지금의 순례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노라면, 불교계의 큰 어른이신 법정 스님이 '삶과 죽음의 두려움도'라는 시에서 '항상 현재일 뿐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다면, 여기에는 삶과 죽음의 두려움도 발붙일 수 없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는 말씀을 보는 듯 합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2008년 순례에서도 자신을 정화하여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며 사제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가톨릭 전통을 따라 삭발의식을 수행하였으며, 올해 순례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준비하였습니다.


그런 전종훈 신부님을 위해 공주 영평사 정수 스님이 점심시간에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였습니다. 길거리에서 생일을 맞이한 신부님을 축하하기 위해 스님이 생일상을 준비하는 모습.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 사회의 종교계가 이처럼 서로간의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나눔’과 ‘배려’로 사회적 고통을 함께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처럼 옹졸한 모습도 있으나, 다종교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종교간 화합은 국민통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나를 비우면서 채워가는 순례길>

순례단은 오늘도 23번 국도에서 공주방향으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공주의 시민들과 영평사의 정수 스님, 익산 나바위 성지의 신부님, 안동의 김영식 신부님, 서울에서 오신 시민 분 등이 하루 일정을 함께 하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순례 일정에 함께 참여하시는 박강조(공주) 선생님은 “우리 자연을 보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힘들어 하는 이웃을 위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특히 “오체투지는 제 자신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참여했다.”고 하시며, “땅에 엎드려 보니 그동안 힘든 것은 피하고 너무 안일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어려움도 이제는 받아 들여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는 말씀을 하신 후 “정부에서 국민들 마음을 너무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목적을 위해 국민들을 등한시 하는 것 같다. 정직하고 의롭게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는 참 살기 힘든 나라이다.”는 소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올해 구성된 순례단 진행팀에는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있습니다. 김형권 학생(협성대)은 “성직들께서 기도하는 모습을 작년에 지켜보고 신학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그 분들의 기도소리가 큰 울림으로 다가와” 진행팀에 합류했다 합니다. 김형권 학생은 “실제로 진행팀에서 생활해 보니 성직자들께서는 ‘성과 속’의 구분을 짓지 않고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주시는 것 같다.”고 합니다. 또한 오체투지를 해보니 “몸은 힘든데 그래도 제 내면 속에서 기도라는 모습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무엇을 바라는 욕망의 표출이 아니라 자기성찰과 살핌이 보다 진지하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또한 “오체투지 순례를 통해 꼭 무엇을 얻겠다는 마음은 오히려 매일 수 있으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순례 진행팀에 임하겠다.”고 합니다.


오늘 오체투지 순례는 어제와 달리 냉온탕을 경험하였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매우 쌀쌀하여 두껍게 옷을 준비하여 나가고, 점심 무렵부터는 완연한 봄 날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온이 이러해서인지 몇일전부터 순례단에는 감기 기운이 돌아 조금 더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오늘 순례는 무탈하게 신공주대교 초입에 이르러 멈추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정수 스님(영평사) / 박광수(교동성당 공주) / 박강조(공주) / 이선재(서울) / 이찬수(충남예산) / 김기곤 신부(나바위 성당) / 강덕희(대전) / 김영식 신부(안동교구)님 등이 순례에 동참해주셨습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이찬수(예산), 갑사(공주), 강덕희(대전), 김기곤 신부(나바위 성당), 영평사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공주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차량통제를 지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2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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