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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학숙, 경쟁률이 문제가 아니라 평등이 문제다

"장학숙 입사, 2년제 대학생 이상으로 자격조건 개정해야"

채민(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jbchamsori@gmail.com) 2014.12.02 21:22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서울과 경기의 높은 집값을 고려해 경제 상황이 열악한 지역 출신의 대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전북장학숙(서울장학숙)과 풍남학사다. 수도권 지역으로 발길을 향한 학생들이 입사를 위해 몰리다 보니 경쟁이 심하여 문턱이 높기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 시설의 설립 이후 문턱 근처조차 갈 수 없었던 이들이 있다. 바로 2년제 또는 3년제 대학의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이다. 전북장학숙은 관련 조례 제5조 제1호에서 ‘서울장학숙 일반 입사대상자는 서울특별시 및 경기도지역 소재 4년제 대학교 신입생과 재학생이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2년제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에 입사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지 않다. 또한 전주시의 관할인 풍남학사 관련 조례 역시 제5조에서 2년제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에 대해서는 입사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장학숙과 풍남학사의 목적이 지역주민의 자녀인 대학생의 학업과정을 지원하여 향토인재의 양성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인권의 기준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따르지 않는 한 지자체 관할 지역의 주민은 차별 없이 사회서비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보편성에 기반을 두고 장학숙은 학제(學制)에 무관하게 ‘보호자의 주민등록이 전라북도 또는 전주에 되어 있거나 보호자의 본적이 전라북도 또는 전주이면서 학생이 도내 고등학교 출신자’ 모두에게 입사자격이 부여되어야 한다. 4년제 대학생이든 2년제 대학생이든 자신의 진로를 위한 그들의 선택과 방향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조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2년제 이상 대학의 신입생과 재학생에 대해서 입사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과 그 가족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다. 전북장학숙조례 제5조의 제2호에서 ‘전주장학숙 입사대상자는 전라북도 소재 2년제 이상 대학(교) 신입생과 재학생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 2년제 대학교의 학생의 입사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서울장학숙의 차별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단체에선 전북장학숙조례와 풍남학사조례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에 의한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學歷)을 이유로 재화·용역·상업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 배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적인 내용이 담겨있기에 개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3년 1월 29일에 국가인권위에 위 조례 조항에 대한 차별 진정을 했다. 진정 이후 국가인권위의 조사 과정에서 전북도와 전주시는 모두 조례안 개정을 통해 2년제 대학 학생에 대해서도 입사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전달했다. 그리고 올해 9월 전북도는 서울장학숙의 입사자격 조건을 서울·경기 지역 소재 4년제 대학생에서 2년제 대학생 이상으로 자격조건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는 11월 회의에서 이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위원들 다수는 조례가 개정되어야 하지만 현재 장학숙 입사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대책 없이 개정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설 설립 이후 지난 기간 동안 지원의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2년제 대학생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경쟁률이 완화될 때까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정히 경쟁률이 걱정된다면 전북 지역 출신 학생들의 서울·경기지역 각급 대학 진학 비율 등을 참고하여 규칙이나 요강을 통해 2년제 학생들의 입사 비율을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 의원들은 이점을 명심하여 전북도가 이전과 취지로 장학숙조례 개정안을 제출한다면 지체 없이 통과시키길 바란다.


<편집자 주> 이 칼럼은 전민일보에도 함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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