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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 버렸습니다.

경찰청은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이같은 ‘동기없는 잔혹범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경찰이 기동수사대를 광역수사대로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경찰청장 주재로 열린 각 지방청 형사과장, 생활안전과장 연석회의에서 ‘범죄의 기동화, 광역화 추세에 대처하기 위해 기동수사대를 광역수사대로 변경해 정예수사요원을 보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경찰은 또 유흥업소 여종업원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강력사건에 준하는 수사를 하고 범죄신고나 제보를 하는 국민들에게는 최고 5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하죠,

이게 대표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특정 사안이 발생할때마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강력사건에 준하는 수사를 하고, 범죄신고나 제보를 하는 국민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발상이 바로 우리경찰이 입으로 말하는 과학수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생각이라는 것이죠. 경찰 스스로 정말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언제나,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와 유사한 사건 해결을 위해 강력사건에 준하는 수사를 하고, 제보하는 국민에게는 보상금을 주겠다‘며 국민들의 제보만 그것도 결정적인 제보만 기다리는 것이죠,

이번 사건에서도 ‘불법업소’ 주인의 제보가 결정적였다죠?

최기문 경찰청장이 했다는 말도 우습습니다. 최 청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연쇄살인범을 검거해 사건을 해결했다는 안도감보다는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낀다"며 "국민과 유족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과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죠? 아직도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알고보니, 경찰은 그를 검거하고도 연쇄살인범인줄 모르고 풀어 주기도 했더군요,

그러고도 범인을 검거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에 과학수사는 아예 없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경찰은 과학수사를 통해 앞으로 이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하지 않고, 보상금을 미끼(?)로 경찰이 풀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하려 하거나, ‘범죄의 기동화, 광역화 추세에 대처하기 위해 기동수사대를 광역수사대로 변경해 정예수사요원을 보강하기로 했다며, 그 순간만 모면하려고 합니다.

언제는 정예 수사요원이 부족해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나요?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핑계가 앞서야 할까요? “민중의 지팡이론”을 얘기하던 80년대에는 어땠습니까? 무심결에 파출소 앞을 지나다가도 그 지팡이로 행여나 뒷통수를 맞을까봐 파출소 앞 지나기가 더 두려웠던 적도 있습니다.

CBS 시사자키에 출연한 한 전문가가 이런 얘기를 했더군요, 우리 경찰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하고 단일한 국가경찰제도를가지고 있지만, 인사권과 승진권을 쥐고 있는 중앙 또는 국가만 쳐다보다가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방안도 없이 무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터질게 터진 셈이라구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은 경찰을 믿고 안심하기보다는 밤거리 지나기가 무섭다며 두려움에 떨기 일쑵니다.

그런데도, 경찰청장은 ‘연쇄살인범을 검거해 사건을 해결했다는 안도감보다는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낀다"며 "국민과 유족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과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 한마디로 끝냈습니다.

사건을 해결했다는 결과만 강조하면서,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런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터진다면, 그때는 또 어떤 말로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하면서, 또 어떤 조직이나 기구를 만들어 신속하게 대처한다고 할까요? 물론, 경찰 역시 하고 싶은 말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선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 ‘아! 정말 우리의 경찰은 달라, 믿을 수 있어‘라는 평을 국민들로부터 듣는다면 경찰의 애로사항은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생각됩니다. ‘신뢰받는 경찰’ 이 말도 다시 꺼내기가 지겹고 쑥스럽기는 마찬가집니다. ‘나는 범죄, 기는 수사’ 라는 말이 왜 그렇게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이 드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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