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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월 23일 열린 농협노조전북본부의 집회는 그동안 농협노동자들이 농협중앙회의 지역농협 구조조정프로그램에 맞서 투쟁해온 상황의 반복인 듯이 보이지만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농협중앙회만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서있다.

"쌀개방반대" 구호를 함께 외치는 정도를 넘어서서

농민들의 고유한 투쟁구호로 생각되어오던 ‘쌀개방반대’ 같은 구호는 연대투쟁 수준에서는 농협노동자들도 많이 외친 구호이다. 그러나, 이번 집회에서는 연대수준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문제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내부 회의나 토론뿐 아니라 민주노총전북본부와의 사전 정책간담회등을 진행한 깊이있는 정책적 고민들이 묻어나온다. 준비와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농협노조전북본부는 노무현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수입개방정책과 농촌사회구조조정 정책이 전북의 지역공동체를 위기로 몰아넣고있다고 진단하고 투쟁을 선포하면서 다음과 같이 상황인식을 던지고 있다.

농협노동자들의 깊어진 상황 인식이 고무적이다.

“1.노무현 정부는 올해 초 농업ㆍ농촌 종합대책보고농정로드맵)를 통하여 6ha수준의 전업농 7만호육성, 추곡수매제를 공공비축제로 전환등의 골자로 식량자급 계획을 포기하고 농업구조조정의 본격적 추진을 선언하였다.

또한, 협동조합에 대해선 1,300여개 지역농협을 500여개로 축소, RPC 구조조정 본격추진등 그간 수없이 요구한 협동조합 개혁의 중심과제인 농협중앙회 신용/경제사업분리, 시,군지부 철폐 요구는 전혀 언급없이 지역농협 죽이기를 가시화하는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농협중앙회는 민족농업사수와 지역농협 활성화를 위한 지도, 지원사업은 뒤로 한 체, 신용사업 중심 즉, 돈벌기 기관으로 전락되어져 있어 2003년 3,209억원의 당기순이익과 4년연속 대규모 흑자달성을 자축하며 금융독점지주회사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의 정신과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써 농민의 주요요구인 경제사업활성화 대책을 수립할 수없는 기형적 구조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여 시급히 농협중앙회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여 경제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농협법이 개정되어져야 하며, 단지 돈벌이 기능으로 전락한 시,군지부를 철폐하여 4단계의 농협구조를 3단계로 전환하여 지역농협 기능이 확대되어지는 활성화방안이 요구된다.

3.농업의 몰락은 농민의 몰락과 함께 농협의 몰락과 직결된다. 올해 예정된 쌀수입 재협상에 우리노조는 농민과 함께 쌀수입개방 저지투쟁에 적극동참 투쟁해 나갈 것이다. 또한 농업회생을 위한 대안수립에 적극 참여하여 신자유주의 농업구조조정에 맞서 협동조합 역할을 강화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아갈 것이다.

4.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지역농협 강제적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올 해 4월 농협중앙회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역농협에 대한 강제적 금리인하를 발표하여 금리인하에 따른 손실금액을 보전한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그러나 지원규모는 1년 최고 4,500만원의 지원금으로써 1년 단기자금 운용액이었다. 이는 경영기반이 취약한 소규모 지역농협의 퇴출을 요구하며 지역농협구조조정을 가속화하여 농협중앙회 중심의 협동조합 질서재편을 알리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생생내기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지역농협의 활성화를 위하여 손실금 전액을 보전하여야 한다.

5. 농협중앙회는 7월 1일부로 면세유 공급가액의 취급수수료(2%)를 농민에게 강제징수하여 지역농협90 : 중앙회10의 비율로 가져가겠다고 발표하였다.

농협을 통해 교부되는 면세유 공급량은 03년말 기준 2,950리터에 총금액 1조1천억에 달한다. 취급원가는 638억원에 달한다. 이모든 비용은 농협중앙회와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몫이지 농민에게 강제징수 할 내용은 아닌것이다. 또한 지역농협이 지방세 무료수납으로 인한 발생원가는 년간 3~4천만건 3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농협은 무료업무, 무료수납을 강요받아왔다. 정부의 농정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등에업고 농협중앙회가 유치한 시,군금고 수익금은 이러한 비용으로 쓰여져야 함에도 농민에게 강제징수하고 수익금은 지역농협으로 환원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하여 면세유 취급수수료 강제징수는 당장 철회되고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에 전액 보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시, 군금고 수익금은 전액 농민과 지역농협에 환원되어야 한다.

6. 전국농협노조 전북본부는 이번 투쟁을 기점으로 협동조합의 올바른 개혁을 위한 농협중앙회 개혁투쟁을 전면화하며 지역농협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지역농협활성화, 경제사업 활성화방안등을 정부와 농협중앙회에 적극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WTO쌀수입개방저지에 농민형제와 함께 적극연대투쟁해 나갈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04년 6월 22일 보도자료에서>


미리 준비된 집회, 내용이 미리 토론된 집회라야 좋다.

농협노조전북본부는 또한 이날 집회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산하 노조간부들에게 전달한 집회방향에 대한 지침에서 다음과 같이 집회의 주요슬로건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집회 시작전에 이미 내용에 대한 공유가 상당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있는 것이다.

“1.협동조합 개혁의 선과제는 농협중앙회임에도 지역농협으로 향하는 본질왜곡을 고발한다.

2.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협동조합개혁 왜곡 현실을 알려내고 본연의 업무로 전환할것을 촉구한다.

3.일방적 금리인하에 따른 손실금 전액보전을 요구한다.

4.주5일근무 분리시행 지침등 지역농협의 혼란이 가중되고있는 지도책임은 농협중앙회이다. 책임있는 동일시행과 대책안을 요구한다.

5.농협중앙회 신경분리와 시군지부 철폐를 통한 협동조합 개혁을 요구한다.

6 제사업 활성화 방안수립을 위한 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한다.

7.농협의 투명경영 확보를 위하여 비리책임자등의 강도높은 처벌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8.농민부담 가중시키는 면세유 취급수수료 강제징수 철회를 요구하고, 정부와 농협중앙회 차원의 비용 전액부담 대책강구를 요구한다. <집회지침 2004. 6. 21>

농업과 농촌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기위하여

노조의 이러한 집회준비과정을 보면 농협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이 단순히 지역농협 구조조정이나 그 결과로서의 농협노조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쌀산업, 나아가 한국농업과 농촌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는 주체로서 농협노동자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확실히 엿보인다. 노조가 자신의 역할을 임금이나 단협 쟁취정도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를 고민하는 데까지 나아갈 때 진정한 노동자의 힘이 느껴진다.

이러한 모습은 농촌사회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쌀개방반대투쟁에서 농민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단위로 위치지운 듯이 보였던 지난 시기 노조활동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만큼 신자유주의적인 노무현정부의 농촌사회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이러한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농협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모색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자연히 농협노조의 투쟁방향에는 이제 농협구조조정을 넘어서서 농업구조조정, 농촌사회구조조정에 저항하여 ‘지역공공성’을 지키고 ‘지역공동체’를 지키겠다는 투쟁의지가 담겨있게 된다. 농민등 지역주민들과의 연대투쟁 강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농협노조의 주장과 생각을 대중들에게 잘 알리는 일로부터

하지만 농협노조의 이러한 투쟁에는 난관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의 차이조차 모른다.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농협중앙회와 농협은 똑같이 준수탈기관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지역농협 축소, RPC 구조조정 추진등 농촌사회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거의 아무런 반발없이 그대로 관철되고 농협노조가 주장하는 농협중앙회 개혁 프로그램들, 신용/경제사업 분리, 농협중앙회 시군지부 철폐는 내용에 대한 대중적 공유정도는 너무나 부족하다. 망해가는 농촌과 농협에서 무슨 노조냐며 노조에 대한 몰이해와 노동탄압이 계속된다. 농협중앙회는 금융독점지주회사의 꿈을 꾸며 계속 살쪄가고 지역농협은 계속 죽어나가는데 대한 비밀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농협중앙회의 지역농협 금리인하방침이나 면세유 수수료 강제징수방침등은 농협중앙회의 반농민적 성격을 폭로하고 농협노조가 얼마나 지역공동체를 아끼고 있는지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으로 보인다. 농협노조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설 것을 기대해본다.

다만, 자신이 잘하는 것도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말할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기 위해서는 연대의 힘을 만들어야한다는 점을 상기하였으면 한다. 농협노조전북본부가 농협노조전북본부 소속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을 보다 튼튼하게 다지고 민주노총전북본부등 노동자들 내부에서도 이해되는 것은 물론 전농전북도연맹등 농민단체들과도 연대하면서, 보다 깊이있는 ‘농촌사회살리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단체들과의 대화와 토론을 조직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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