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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명박 서울시장, 종교적 판도라 상자 여나?

이정덕( 1) 2004.07.01 12:10 추천:3

<오마이뉴스> 7월 2일자에 따르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5월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해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직접 낭독했다. 봉헌이란 하나님께 바친다는 뜻이다. 서울시장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니... 누구 맘대로? 참으로 믿을 수 없는 발언이다. 또한 그러한 발언들은 기독교TV를 비롯, 행사에 참여한 대형교회의 자체 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이 시장은 봉헌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며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다짐했다.

서울 시장 직함 이용, 기도교인 정치 동원은 종교갈등 초래

봉헌서에 이 시장의 직함인 서울특별시장을 별도로 적시하여 시장자격으로 참여하여 발언한 것임을 명문화하였다. 개인 이명박은 이미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그런 말을 해도 부적합한 발언이지만, 시장직함까지 이용하며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한국에 종교의 자유가 있고 다양한 종교인들이 존재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아주 심각한 문제다.

나는 지역갈등 이후 언젠가 종교갈등이 한국의 주요한 정치기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외국에서 종교적으로 다양한 국가들은 종교적 갈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이 그러한 차이를 자신의 정치에 활용하기 때문에 이들이 종교를 자극하여 종교가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후진국에서 그러한 종교정치가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드디어 자신의 시장지위를 이용하여 기독교인을 정치에 동원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유력한 후보로 인지되는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에게 종교적 메시지를 통해 자신을 뽑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이다. 이번 사태가 잘못 번지면, 또 이명박 서울시장같은 사람이 자꾸 나타나면, 정치와 종교가 노골적으로 결합되어 한국에서도 종교의 정치화, 정치의 종교화를 가져오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지역갈등보다 훨씬 심각한 종교갈등이 일상화될 가능성있다

이렇게 진행되면 지긋지긋한 지역갈등보다 훨씬 심각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교갈등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에 대한 종교적 지지를 신과 연결시켜 신의 명령으로 주장하고 그렇게 설득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감정과 지역갈등은 논리적으로는 잘못되었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뒤로 치역차별을 하고 있지만, 신과 연계되면 노골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하며 신의 뜻에 의해 차별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갈등이 정치지도자들이, 특히 박정희가 독재정권의 지지를 위해 지역을 활용하면서, 그리고 그 후에 각각의 정치지도자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용하면서 확산되어 한국의 고질병이 되었었다. 이승만 정권시절에도 어느 정도 종교가 동원되기도 하였지만 인재충원의 경우에 한정되어 노골적으로 기독교인들을 선거에 동원하지는 않았다. 그렇더라도 불교에 대한 많은 탄압이 있었다. 다행이 이는 종교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았었다.

이제 이명박 서울시장이 노골적으로 시장의 지위를 활용하며 기독교인들에게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고 서울시민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며 종교를 정치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이는 비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어리둥절한 발언이며 기독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서울이라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줌으로써 이명박시장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한국에서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정서적 자극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자신들이 원하던 하나님의 나라, 천국이 가까워 온 것이다.

이러한 자극은 잘못되면 한국에서 종교가 정치전면에 부각되고 이에 따라 종교에 따라 정치적 지지가 갈라지는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종교갈등을 수반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종교에 의해 평가하고 종교에 의해 관계를 가지며 종교에 의해 사람을 등용하는 종교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

종교차별, 커다란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일으킨다

신에 의해 정당화되는 이러한 차별이 일상화되면 지역주의보다 훨씬 커다란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을 여러 나라의 종교적 내전에서 나타났다. 물론 한국에서 종교전쟁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겠지만 일상적으로 서로 종교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는 믿지못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명박 시장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지도자는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최대한 사적인 장소에서 조용히 자신의 종교를 수행하면 된다. 공개적이고 공적인 장소에서는 최대한 종교적 발언을 자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에서 여러 종교가 서로 관용하며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다양한 종교가 존재해도 이제까지 평화롭게 살았는데 이는 종교를 정치에 활용하는 것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은 공개적인 종교행사참여와 참여에서의 발언에 매우 조심해야

그런데, 이명박 서울시장은 종교의 판도라상자가 열리면 한국에 얼마나 심각한 상처를 입힐지 모른단 말인가? 개인적인 종교행사 참여라는 변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통령자리가 아무리 탐이 나더라도 나라를 위해서 종교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종교갈등과 종교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꼭 살펴보기 바란다.

종교에 기반한 사소한 정치동원이 확산되면서 국가적인 종교갈등으로 확산되고 그게 잘못되면 종교적 폭동과 전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나의 지나친 걱정이겠지만 이번 이명박 서울시장의 행동은 그러한 단초가 연 것은 아닌가 생각되어 걱정된다. 진정 나라를 생각한다면 정치지도자들은 공개적인 종교행사참여와 참여에서의 발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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