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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뺀’에게 통일 교육을 맡겨라!

최인( 1) 2004.06.12 14:23 추천:3

지난 13일 저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야외공연장에서는 전교조 전북지부가 주최한 자주,통일 음악회가 열렸다. 2년전, 비명에 간 ‘효순,미선’이의 추모도 겸했다.

한국소리전당 야외공연장의 객석 규모가 7천석 정돈데, 초저녁부터 들어찬 엄마,아빠 손을 잡고 찾은 꼬마들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전체 관객은 거의 5천여명을 넘는 것으로 보였다.

후덥지근한 날씬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관객이 몰린 것이다. <자주 통일음악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상당히 긴 순서에 따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리를 뜨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맨 마지막 순서에 ‘윤뺀’이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자리를 뜰 건가?

이날 공연의 핵심도 ‘윤뺀’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솔직히, 우리 가족도 ‘윤도현 밴드’가 온다기에 윤뺀을 보기 위해 갔지만,순서지를 보니, 윤뺀의 순서는 맨 마지막, ‘오라! 중간에 못가게 끔, 머리를 썼구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윤뺀의 공연이 시작됐다. ‘윤뺀 짱’을 외치는 환호가 시작됐다.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한 어른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를 잡고 물어 보셨다.

‘얘야, 윤뺀짱이 뭐냐?’ ‘윤도현 밴드 짱이예요’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은, 한걸음이라도 가까이서 윤뺀의 얼굴을 보기위해 무대앞으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점잖게 한편에 앉아 있던 경찰 아저씨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전 순서에 나왔던 출연진들이 좀 섭섭(?)할 정도였다.


가슴까지 벌렁이게 하는 윤뺀 사운드가 귓전을 울리면서 유명가수들의 공연때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이 아이들이 이렇게 통일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통일가수로 소개된 ‘윤뺀 짱’ 의 공연에 이토록 우리의 아이들이 환호한다면, ‘통일을 먼 나라 얘기로 듣지나 않을까 우려했던 어른들의 걱정은 괜한 염려였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필자 역시, 처음 들어 보던 윤뺀의 노래에, 옆에 있던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있는 목청을 돋워서, 이 노래 제목이 뭐니?하고 외칠 수 밖에... 옆 사람의 얘기를 못알아 들을 정도의 굉음속에서 들은 노래 제목은 아마, ‘잊을때’, ‘너를 보내며’, ‘평화의 노래, 하노이의 별‘등 등등, 귀에 익은 곡조도 있었다. 계속해서 머리에 맴도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이토록 윤뺀의 연주에 열광과 환호를 보내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과연 통일을 그렇게 열망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그럴까?

물론, 윤뺀은 지난 2002월드컵때, ‘오! 필승 코리아‘로 우리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열망을 단순하면서도 쉬운 곡조로 표출해낸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오! 필승 코리아를 한두번이라도 입가에 흥얼거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소망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단순한 곡조와 노래 말로 담아낸 그러한 힘이 아마 ‘COREA’를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까지 올려놨을지도 모를 일이다.

통일! 분명, 통일은 어른들의 것은 아니다.

그들,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세상이다. 필자 역시, 동족상잔과 분단의 비극을 몸으로 겪지 못한 세대로서 통일에 대해 얼마나 갈망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40대와 50대 초반 어른들은 청소년기 성장기 때 반통일적(?) 교육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조건 ‘공산당은 싫어요!’에서부터 국민교육헌장까지.. 틀에 박히고, 딱딱한 책상머리 통일교육보다는 윤뺀의 통일과 무관한 듯 보이면서 거침없는 연주가 우리 아이들의 통일에 대한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도 생각된다.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통일을 생각하며, 통일을 염원하며, 통일을 위한 여러 가지 이벤트 행사를 치러낸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그들의 생각과 행동으로 맞닿을 수 있을 것으로도 생각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사실, 겉으로 드러난 통일에 대한 우리의 걸음은 무척 느려서 마치 거북이 걸음에 비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윤뺀’에게 아이들의 통일 교육을 맡기면 어떨까!

한편으로 아이들의 열광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게 통일을 위한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의 표출일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훌훌 털기로 했다. 어차피, 어른과 아이들의 생각은 차이가 있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통일 세상”의 주인이 될 그들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통일에 접근해 나가는 것을 나무랄 수 는 없다.

‘윤뺀’에게 통일 교육을 맡기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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