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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무현대통령, 왜 이러나?

이정덕( 1) 2004.05.30 10:52

몇 번 이야기했듯이 우리당이 그동안 잘한 일은 탄핵을 반대한 것 외에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이라는 엄청난 파문을 거치면서 탄핵을 반대한 것만으로도 국회의 과반수를 획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선거가 끝나고 지금까지 우리당과 노무현대통령이 행하고 있는 많은 내용들이 원칙과 상식을 반하는 후진국형 정치를 보여주고 있어서 실망스럽다.

과연 이들이 한국을 제대로 된 민주국가로 이끌어가고 한국의 경제를 선진국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입장에서 우리당이 가장 현실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경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지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우리당과 노무현정부가 빨리 제대로 된 민주정당, 민주정부가 되고, 한국의 당면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를 위해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조급하게 이일 저일 벌리는 것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현재 벌어지는 노무현 정권의 일들은 조급한 마음에 원칙을 무시하고 따라서 민주정신을 무시하고 그른 길로 자꾸 들어서는 것 같아 걱정된다.


정동영, 김근태 장관임명의 문제

노무현대통령이 퇴임하는 국무총리에게 새로운 장관의 제청을 부탁하는 무리를 했고, 고건전총리가 이를 거부하여 노무현대통령의 무원칙을 통열하게 비판한 셈이 되었다. 보수적인 총리가 올바른 결정을 하고 소위 참여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다는 대통령이 원칙을 어긴 해괴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노무현대통령이 아직도 대권을 관리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장관을 시켜서 대통령 수업을 하게 한다니? 이게 원칙을 지킨다는 대통령이 할 일인가? 더구나 당에서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다가 장관으로 앉혀서 이들을 관리한다니 이게 민주정신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대통령이 할 일인가?

이번 사건은 노무현대통령의 사고방식이 낡은 사고방식에 얽매어 있음을 보여준다. 정동영, 김근태 등도 이러한 낡은 사고방식에 얽매여 있어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간 것이다. 대통령이 당을 통제하기 위해 원내대표와 당의장에게 장관직을 제의하고 이들이 사표를 내게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당의 민주정신을 깨는 것이고 당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대통령이 여당을 좌지우지 말자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이 발언이었고 또한 이를 지지한 많은 표들의 뜻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단숨에 깨버렸으니 너무 실망스럽다.

또한 장관직을 대권수업의 발판으로 간주하여 장관직을 지나치게 정치화하여 장관으로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성실한 업무수행보다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도록 만들었다. 나는 노무현대통령이 이러한 잘못으로 민주국가의 기본원리를 무너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헌법정신에 따라 총리에게 제청권을 주겠다고 여러 번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형식적인 것이지만 총리와 제대로 상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정략적으로 장관직을 이리 저리 나누어주는 형식을 취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했다. 정당과의 관계, 장관의 역할, 그리고 총리와의 관계에서 모두 노무현 대통령이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다.

설마 국회의원의 과반수를 우리당이 차지하였다고 노무현대통령이 오만해진 것은 아니리라고 믿고 싶다. 그 보다는 이제까지의 관행을 철저히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의 관행을 벗어나기가 그만큼 힘든 일이겠지만, 노무현대통령의 책무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라면 과거의 관행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이를 혁파하여야 한다.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에 의해 나타날 당에서의 혼란은 내부적인 토론과 상호협의에 의해 정리되어야 하지, 대통령수업이라면서 장관자리를 주면서 정리하려는 것은 아직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장악해야한다는 과거의 대권적 사고방식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한 제안을 하는 노무현대통령이나 그런다고 따라가는 모습은 내가 우리당을 지지한 것이 올바른 것인지 걱정되게 만든다.


김혁규 총리임명의 문제

김혁규총리의 임명계획은 너무 정략적이어서 나에게는 별다른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나는 김혁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개혁적인 노력을 보여준 것은 별로 없지만 경남도지사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였고 지지율도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총리역할을 잘 수행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김혁규라는 인물이 총리에 부적합해서가 아니라 노무현대통령의 김혁규에 대한 집착이 너무 정략적으로 보여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과 민주정신을 제대로 고민하면서 결정한 것인지 걱정된다.

너무 부산경남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다 보니 자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의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에 설득력이 있고,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왜 김혁규의 총리지명이 원칙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유시민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설명해보겠다. 나는 유시민이 개혁당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었다가 마음대로 깨는 것을 보고 제대로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중인데, 이번 발언에서도 너무 정략적인 냄새가 나서 유시민이 제대로 원칙을 지키는지 열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유시민의원이 5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반대론자들이 말한 내용을 반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노무현 대통령이 예전에 다수당(제1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제안은 '한 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특정지역을 독식하지 못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야당이 일방적으로 깔아뭉개서 약속이 철회된 것이다. 당시 발언 중 특정부분만 인용해서 지금의 총리지명과 연계할 수는 없다.

2. 야당이 반대하니 상생의 정치에 위배된다?
야당이 반대하면 국가보안법, 언론개혁, 호주제도 다 놔둬야 하나? 총리는 아직 지명도 안 했는데, 야당이 반대하니 지명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논리는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어도 야당이 반대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3. 총리 지명과정에서 당과 협의가 없었다?
총리 지명은 대통령 인사권의 문제다. 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라도 해야하나? 당에서 인기있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해야 하나? 청와대가 152명 의원들과 일일이 의견을 조율할 필요는 없다. 이 문제는 당내에 책임 있는 사람들과 조율이 된 것으로 안다.

4. 김혁규에 대해 잘 모른다?
나도 김혁규를 잘 모른다. 그러니 국회 청문회 절차를 둔 게 아닌가? 국회에서 능력이 있는 지, 의혹은 없는지 검증한 후 자기 판단의 근거로 삼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부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잘 모른다고 반대하면 누구를 총리후보로 지명할 수 있겠는가?


유시민은 위와 같이 말하면서 "나는 위의 4가지 논거들에 논리적 바탕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혁규를 총리로 지명해야할 논리적 바탕이 있나? 나는 논리적 바탕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부산경남에서의 지지세를 확산하기 위한 정략적인 결정만 있을 뿐이다.

물론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지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임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임명에서도 노무현대통령은 원칙을 어느 정도 지켜야 한다. 원칙이 그의 정당성이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사람을 빼내서 국무총리를 시켜 부산경남을 돌파하겠다는 것은 원칙은 없고 정략만 있는 결정이다. 유시민은 이를 원칙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노무현대통령은 상생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상생을 하겠다는 것은 상대방의 주장이 올바르지 못한 측면이 있어도 어느 정도 타협하겠다는 뜻이다. 유시민이 김혁규의 총리임명을 호주제, 언론개혁, 국가보안법과 비교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못한 비유다. 사안의 질이 전혀 다르다.

더구나 총리지명이 대통령의 인사권이라고 해서 아무나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유시민은 당에서 여론조사를 하거나 당에 인기있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해야 하나처럼 엉뚱한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 여론조사를 하지 않아도 당 국회의원이나 당원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미리 의견을 수렴해야지, 국회청문회를 거치니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발언이다.

나는 노무현대통령이나 유시민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으면 제대로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원칙을 지키겠다는 말을 하지 말던지. 사람들에게 원칙을 지키면서 일을 처리하겠지 하는 기대를 높여 놓고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실망이 더 커진다.


영남발전특위

우리당은 왜 이렇게 조급한지 모르겠다. 이강철 국참본부장 등 열린우리당 영남출신 인사들은 최근 부산에서 모여 영남발전특위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6.5 재보선이 끝난뒤 특위를 가동키로 했다. 영남발전특위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공감속에 추진되고 있으며 대통령과 당의 지원아래 영남지역의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연구하고 민원도 전담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대통령과 함께 자신들의 임기 내에 한국의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민주당처럼 지역주의를 너무 강고한 것으로 잘못 파악해 탄핵이라는 엉뚱한 길로 가면서도 지지가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당처럼 원칙을 훼손하면서 급하게 몰아치면 지역주의가 타파될 것이라는 순진한 희망도 문제다. 이러한 생각은 빨리 버리는 것이 낫다. 원칙을 지키면서 지역주의를 해체할 방도를 마련해야지 무원칙하게 서두르면 역효과만 나게 되어 있다.

이는 노태우나 김대중정권이 저지른 잘못과도 통한다. 노태우정권은 새만금간척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북으로부터 아무런 정치적 지지도 얻지 못했다. 김대중정권은 그 당시 경북대구지역을 설득해볼까 해서 “동남발전특위”를 만들고 대구경북의 구시대 사람들을 파격적으로 영입하고 발전계획에 대한 지원을 해준 적이 있다. 그러나 전혀 성공하지 못하고 김대중의 민주정신에 훼손만 가하였다. 그 결과 또한 별로 효율적이지도 못한 새만금사업이나 경북유교권 개발 등에 수조원을 쏟아 붓는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려 현재도 국가예산을 축내고 있다. 효과도 없었고 원칙도 훼손되었다.

이번에 우리당에 “영남발전특위”를 만든다는 전략도 김혁규를 총리에 임명하려는 노력과 마찬가지로 원칙도 지키지 못하는 정략에 불과할 뿐이다. 대통령이 경남사람이고 국무총리도 경남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경남을 위한 발전전략을 수립하면 경남에서의 지지를 확대할 수 있을지 몰라고 이를 통해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것이다.

원칙이 없는 정략이기 때문에 오히려 부산경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사람들이 노무현정권을 점차 부산경남 지역정권으로 바라보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지역주의로 변질되면서 더욱 고착된 지역주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산경남이 가장 발전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을 특별히 더 발전시키기 위해 “영남발전특위”를 만든다면 노무현대통령의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은 무너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식의 정략적인 일처리는 노무현정권의 정당성을 땅에 떨어뜨리고, 정략에 의해 이러저리 흔들리는 또 하나의 말로만 원칙을 찾는, 말과 행동이 다른 정권으로 인식할 가능성을 높게 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노무현정권이 추구하는 각종 구호들이 국가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표를 확대하기 위한 정략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정당성몰락의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정권의 핵심지지 세력이 노무현에게서 새로운 정당성과 방향을 보았기 때문에 지지한 것이지 조직을 통해 동원되어 지지한 것이 아니다. 노무현정권의 정당성 몰락은 노무현 지지표들이 바람처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당성몰락은 바로 노무현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정략적인 일처리들은 한국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보다는 지역주의를 더 왜곡시키고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앞으로 누가 지역주의를 타파한다고 나서도 이들을 전혀 믿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즉, 노무현대통령의 그 동안의 행태로 봐서 지역주의 타파에 실린 진정성을 사람들이 믿고 찍었지만, 노무현대통령에게조차 지역주의타파가 허울에 불과했다고 생각하면 국민들이 다음에 어느 정치인을 믿겠는가?

현재 노무현대통령이나 우리당의 조급함 속에서 나타난 정책들이 국민들에게 불신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불안하다. 노무현대통령이나 우리당의 영남파들의 조급함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조급할수록 원칙에 대해 제대로 숙고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가는 말

노무현대통령이나 우리당이 당면한 과제는 한국발전에 아주 중요한 것들이다. 민주주의, 지역주의, 그리고 경제발전 모두 당면한 문제들이고 이들을 개선하여 한국이 제대로 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너무 조급해서는 안된다. 조급하면 할수록 원칙을 점검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점검하여 제대로 된 방향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노무현대통령이나 우리당이 자꾸 원칙을 훼손하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고, 지역주의를 타파한다면서 오히려 지역주의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을 찾아내고 있다.

수십년 지속될 국가의 방향을 제대로 세우고 우리당을 수백년 지속될 민주정당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 원칙을 지키면서 뚜벅뚜벅 전진할 생각을 해야지 원칙을 훼손하면서 급하게 성취하려고 하면 일이 더 꼬인다.



이정덕(전북대교수)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장 및 전북혁신협의회 문화영상관광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북의 축제(신아출판사), 21세기 한국의 문화혁명(살림출판사) 등을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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