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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근 알게모르게 전북지역의 주요한 정치인사들이 각 정당의 평당원으로 돌아갔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22일, 민주당 국회의원 김태식 국회 부의장(5선)이 민주당 도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민주당이 총선에서 냉엄한 심판을 받은 것은 당원으로서 아쉽지만 겸허히 수용한다”며 “당원으로서 할일이 있다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이번 달 17일에는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2선)이 17일 의장직에서 물러나 평당원으로 돌아갔다.


선거에 지고 나서야 평당원으로 돌아간 김태식 국회부의장

김태식 국회부의장은 사실 전북지역과 민주당이 키워준 정치인이었다. 아니 전북지역이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입신양명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장담할수도 있다.

처음에 이철승의원의 정치비서로 등장해 40세부터 5선, 20년에 이르는 동안 김대중 전대통령과 민주당 덕분에 순탄하게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아왔고 마지막엔 국회부의장직까지 맡았다. 탄핵정국 마지막까지 민주당 전북도지부장 직을 맡아 전북지역의 수장 노릇을 해왔고 민주당 오홍근후보에 밀려 김제완주선거구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전북정치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그랬던 그가 아무런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별인사도, 기자회견도 없이 성남 중원구로 떠나갔고 옮겨간 성남 중원구에서는 4월 15일 선거에서 고작 10.2%. 11,000여명의 지지를 받고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후보에 뒤이은 4위를 기록하며 처참하게 낙선하였다. 지역구 선거결과에서 5선의 그가 민주노동당 후보의 20%득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가 지역을 떠나는 과정은 누가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무책임의 극치였다. 그는 민주당이 "정권의 부침(浮沈)에 따라서 잠시 생겼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진 포말(泡沫)정당이 아니라 50년 한결같이 반독재, 민주, 개혁정책을 추진해 온 이 나라 정통세력들의 결사정당"이라고 모일간지에서 주장하였다. 그런 정치인이 같은 당의 후보에 밀려 아예 경기도로 선거구를 옮겨 간 것은 '정통세력' 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일간지 기자가 그를 돌이키며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아마도 떠남이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기에 '안녕'이라는 말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이해해주고 있지만 너무나 너그럽게 보아준 것이 아닐까 싶다.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서 해야할 일은 해야하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선거에 지고 나서야 지역에 돌아와 평당원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얼마나 구차한가? 지역주민들과의 동고동락을 저버린 '거물' 정치인이 '평당원, 또는 평범한 주민'이 된다는 것을 지역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4.15 총선 출마의 변에서 "국민을 우선하는 철학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하였지만 그는 자신을 키워준 "지역주민들을 위하는 정치"도 제대로 해본적이 없다고 평가하는 지역주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선택한 평당원의 길

이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평당원이 된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은 17대총선에서 전북지역 주민들의 과분한 지지를 얻었다. 과분한 지지의 한켠에 '우리 지역 출신' 정동영의장의 역할이 있고 주민들의 소소한 갈망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동영의장의 개인적 영민함이나 노력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출신'에 대한 지역주민의 지지가 한 몫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간 정동영의장이 내각에 입각하든, 다른 역할을 맡든 지역정치인으로서 잊지 말아야할 원칙중 하나는 지역주민들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정동영 의장이 중앙정치무대에서 크는 거야 누가 무어라 할말은 아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4.15 총선 바로 직전까지 지역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볼모로 '전주 덕진구 출마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탄핵정국을 맞이해서야 비례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다가 자신의 자리에는 고등학교동문인 해외파 경제학 박사 채수찬교수를 영입하여 낙하산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한두번 있는거야 너그럽게 보아줄 도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주 반복하면 전북도민을 볼모로, 지역주의를 볼모로 자신의 개인적 영달을 챙긴 김태식부의장하고 비교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감히 바라나니 평당원으로서의 정동영은 전북도민을 지역주의의 볼모로 만들지 않기를... 평당원으로서의 정동영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키워준 전북도민을 헌신짝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기를....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고 정치인 수칙 제1조는 "지역주민을 무서워해야 제대로 정치할 수 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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