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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최인( 1) 2004.05.09 21:58 추천:1

'경제가 수렁에 빠지는데 개혁만 외친다?' 재벌그룹이 발간하는 J 일보 5월11일자 사설 제목이다. 실명은 간데없고, 이름 석자조차 당당히 내세우지 못하는 비겁한 사설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에 대해서도 기업인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기업인이 걱정하는지는 몰라도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또 가진 사람을 ‘惡(악)’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속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으며, 돈을 쓰려 하겠는가고 묻는다.

더구나, 소위 ‘있는 사람’들은 재산과 자녀를 외국으로 보낼 궁리만 한다‘며 땅이 꺼져라 걱정한다. 이들 때문에 LA 등 교민이 많은 지역의 집값이 급등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과연 지금이 개혁과 분배를 외칠때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경제가 망가지고 경제가 무너지는 판에 언제까지 개혁만 외칠 것인지 묻는다.

개혁만 외친다는 집권 여당! 자, 그러면 이 신문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열린우리당을 집권 여당으로 보고 있는가? 솔직히 열린우리당을 집권 여당으로 여긴 적이 있는가? 김근태 의원과 정세균 의원(직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경제부총리를 방문해 강조했다는 ‘지속적인 개혁’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개혁되지 않고, 앞으론 경제 성장 운운하면서 뒤로는 편의를 봐 달라며 정치인들에게 뒷돈,검은돈을 수백억원씩 정치인과 정당에 갖다 바치는 기업인들, 그들의 잘못은 언제 따질 것인가?

떼돈을 먹고도 ‘나는 결백하다’를 주장하다가 수사망이 목을 죄어 오면 하루 아침에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이고 교도소로 가거나, 생명을 던지는 정치인, 차떼기로 수백억원의 더러운 돈을, 한 밤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서로 주고 받은 기업과 정당,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즉 당사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업인이다.

그들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문제를 호도하지 말라! 누가 있는 사람을 무조건 ‘악’이라고 치부했는가? 오히려 돈이 있다고 여차하면 아니 궁색한 핑계를 대면서 돈을 해외 특히 미국으로 빼돌린 ‘있는 사람’이 더 문제 아닌가?

‘있는 사람’들은 지금, 재산과 자녀를 외국으로 보낼 궁리만 한다고? 심지어 미국 LA의 부동산 값 급등까지 걱정해 준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는 미국이나 해외에 피붙이 하나 없어서, 아니 돈이 없어서 재산이나 자녀를 빼돌릴 피붙이 하나 없는 불쌍한 사람만 살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인가? ‘없는 사람’만 어디 빼돌릴만한 마땅한 곳이 없어 이 대한민국에서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인가?

이렇게 사설을 쓰면 어디 덧날까? ‘국민적 경제 회복 노력 외면하는 ’있는 사람들‘ ‘조금만 여유 있으면, 국가경제는 아랑곳 않고 해외에 돈 빼돌리는 ‘있는 사람’ 그들은 누구인가?‘ 이런 제목은 어떤가? 내용 역시, 그런 방향으로 써대면 훨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돈 있다고, 조금 돈 좀 모았다고 여차하면 조국을 ‘사람 살 곳 못되는 땅덩어리’ 쯤으로 치부하면서 ‘조국’을 뜰 생각만 하는 졸부들... 그들이 잘못인가? 아니면, 그런 잘못된 경제, 정치, 사회 모든 분야의 왜곡된 구조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인가?

제대로 보고 제대로 사설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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