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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민주당, 비빌 언덕은 국민이다

최인( 1) 2004.05.02 04:45 추천:1

71년도인가? 중2때 쯤 였을 것이다. 그때 익산에 있는 모 중학교에 다닐때 였는데, 어느날 김대중씨가 대통령 선거유세를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했다.

"새옹지마와 비빌 언덕"

교실에서는 수업중이고, 학교운동장에서는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였다. 운동장 바로 앞에는 고등학교 교실이 있었고, 그 뒤편에 중학교 교실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유세가 운동장에서 진행되는데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당시만 해도 나이든 고등학생 형들이 있어서,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김대중 후보를 향해 손을 흔들던 형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로 무슨 인연인지, 나는 대통령에 4번 도전했던 김대중 후보만 내리 3번을 찍었고, 김대중 후보는 3전4기, 드디어 97년,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되기에 이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이, 다름아닌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얘기다. 단,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고 견뎌내느냐에 달려 있다.

제17대 총선 민주당 당선자들이 DJ를 찾아가 위로받은 말 역시, 새옹지마다. 지금 민주당에게는 그보다 더 따뜻한 말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했다는 말이 걸린다.“이정일(李正一) 사무총장=4·15총선이 끝난 뒤 많은 지지자들의 요구는 어떻게 해서든 민주당을 살리라는 것이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우리들이 기댈 언덕이 되어 달라.“ 어느 신문에는 “비빌 언덕이 돼 달라”라고 표현돼 있다.

비빌 언덕, 물론, 지금 민주당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다. 그런데,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를 겪고, 이제는 여든의 나이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여생을 바치려고 하는 전 대통령을 찾아가 비빌 언덕, 기댈 언덕이 돼 달라고 주문한 당직자의 말은 너무하다 싶다.

따져 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71년부터 대통령에 도전했다면, 벌써 30년도 훨씬 전 일이 될 것이며, 첫 대통령 도전 26년만에 드디어 대통령에 당선돼서 5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려는 분을 찾아가 비빌 언덕이 다시 돼 달라고 주문한 것은 좀 심하다.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라!

초등학생들이 부르는 동요 가운데, ‘자기의 할 일은 스스로 하자’라는 노래가 있다.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라!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은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이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습을 한번 상기해보자,

총선 때만 되면 아니, 정치인들은 또 정치에 입문하려는 자들은 한결같이, 누구와 함께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중에 한분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그 사진 한 장의 위력은 상상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게 민주당의 한계였다면 지나친 말이 되는가?

이 당직자는 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4·15총선이 끝난 뒤 많은 지지자들의 요구는 어떻게 해서든 민주당을 살리라는 것이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우리들이 기댈 언덕이 되어 달라.‘ 과연, 어떻게 해서든 살리는 방법이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비빌 언덕이 돼 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누구든 총선이 끝나고 예의상 특정인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다.그러나, 이번 총선을 끝으로 ‘3김 시대’가 끝났다고 하는데도 또다시, 3김 중의 한 분을 비빌 언덕으로 끌어내려는 언행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어느 한 개인, 한 정당의 욕심일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같은 숱한 역경을 이겨내면서 민주당을 재건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당을 아끼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당선자들의 할 일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멀리서나마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 역시, 그런 모습을 보기 원할 것이다. 비빌 언덕은 국민이다.국민에게 비빌 언덕이 돼 달라며 뼈를 깍는 각오로, 정치개혁을 위한 자세를 보일 때, 그러한 정당이 민주당이든 어느 당이든,국민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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