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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화의 포토에세이]민들레 홀씨

오병화( 1) 2004.04.25 14:17 추천:6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우연이라는 것
기약 없이 찾아오는 만남
그것은 어쩌면 약속된 그것보다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길모퉁이에서
노란 민들레와 마주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뜨거운 뙤약볕아래서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나를 보는 민들레와
같이하는 한참동안
그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땀에 흠뻑 젖었지만
더운 줄 몰랐습니다.

민들레는 어느새 홀씨를
많이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하얀 홀씨는 언제 봐도 환상 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마치 만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
한참을 바라봅니다.

그 길을 지나지 않았다면
그 시간 그곳에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들을 만나기는 힘이 들었겠지요?

우리 삶도 그와 닮은꼴입니다.
어느 날 그 장소를
그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 삶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한들
영화처럼 다양한 인생을 경험 해볼 수 없는
평범한 우리들입니다.

민들레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오병화 / 사진작가

97년부터 3년간 <전북저널> 사진기자 활동을 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사진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며, 월간 <열린전북>에서는 2002년도부터 약 2년가량 표지와 커버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 현안부터 자연풍경까지 다양한 지역의 모습을 프레임 안에 담아 잔잔한 에세이 글과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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