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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건강이야기] 한약상식

문대원( 1) 2004.04.28 14:42 추천:3

우리 주변에서 한약을 복용하면 간이 나빠진다'는 약간은 악의적인 소문이 간혹 들린다. 임상을 하는 우리 한의사들에게는 너무 당혹스럽고 엉뚱한 얘기로 들린다. 입으로들어가는 모든 음식이나 약물은 모두 간에서 처리되어야 하므로 간장이 병들면 당연히 약물을 신중히 사용하여야 한다. 물론 민간에 좋다고 알려진 검증되지 않는 방법이 한방이라는 가면을 쓰고 아무렇게나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


간 질환이 있을 때는 모든 약물이 간 손상을 가속화시킨다

알려진 바와 같이 간 질환을 않고 있을 때에는 흔히 사용되는 소화제나 일부 영양제를 제외한 모든 약물이 간 손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고, 한약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하면 간 질환을 앓고 있으면, 당연히 한약을 제한적으로 신중히 사용하여야 한다. 만약 간염환자가 피로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척대고 아무렇게나 보약을 마구 쓴다면 약이 아니라 오히려 간을 혹사하는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한약물 중 강력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거나 약성이 맹렬한 것-부자, 천오, 초오, 대극, 감수, 원화, 각종 광물질 등-을 장기간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간에 무리한 독이 된다. 이밖에도 육두구 등 상당수의 한약물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고, 흔히 쓰는 보약제 중에도 극히 드물지만 특이체질에게는 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바이러스성 간 질환이 있을 때에는 임상적으로 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보된 40여 가지 한약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질병의 치료경과 중에 감기약이나 보양제(保養劑) 등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아주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쓰지 않는 것이 임상 한의사의 원칙이다.

과거 한방문헌에서는 각종 간 질환을 황달문이나 주상문 등에서 관찰해 왔는데 여기에서도 치료약물을 신중히 사용하도록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급성의 시기에 약성이 강하거나 고한지제(苦寒之劑) 사하제(瀉下劑)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병이 오히려 만성화하거나 깊어진다고 하였다.

대학한방병원 몇년전 바이러스성 간 질환에 사용되는 '인진청간탕'이라는 복합처방에 대한급성 및 아급성 안전성시험을 의뢰하여 실시하였다. 결과에서, 간장 신장을 위시한 각종 안전성시험과 관련된 모든 항목에서 아무런 독성을 나타내지 많았고, 조직소견도 정상을 나타내었다. 다만, 개개의 한약물을 일일이 확인해야하는데, 안전성시험이 '억'단위의 많은 실험비가 들기 때문에 대학병원이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인진청간탕은 2000년에 걸쳐 간염의 치료에 사용해왔던 약제를 중심으로 일반 한의원에서 10여 가지 한약재를 구성하고 배합하여 10여 년 전부터 바이러스성 간 질환에 사용해왔으며, 현재 임상에서 바이러스성 간염의 치료에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약물이다.

1995년 한중학술대회에 발표된 논문을 보자. 만성 B형 간염의 임상증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50명의 바이러스성 만성 B형 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인진청간탕을 가감하여 8개월내외 투여 하면서 임상증상, 간기능 검사수치를 관찰하였다. 50명의 대상 환자 중 간기능 검사수치가 2개월 이상 계속 정상을 유지하여 잠정적으로 회복판정을 내린 경우는 21예(42%)이었고, 간기능 검사수치가 정상은 아니 었지만 나중 2-3개월 지속적으로 뚜렷하게 내려 유효 판정한 경우는 16예(32%)이었으며, 반응이 없는 무효는 10예(20%), 오히려 수치가 상승한 악화는 3예(6%)이 었다.

이상과 같이 간질환의 임상증상은 쉽게피로, 소변색깔이 노랗고, 소화불량, 우측 아래배 불쾌감, 식욕부진 등의 순으로 호소하였으며, 인진청간탕을 복용한 사람은 피로는 비교적 오랫동안 호소나 나머지 증상은 빠르게 소실되었다. 또한 치료 중 소화 장애나 감기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상태는 있었으나, 모든 증례에서 약물의 부작용은 전연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의 결과를 나타내었으나, 바이러스성 간 질환에 대한 한방 치료가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미흡한 것은틀림없다. 다만 적절한 한약물의 투여는 간세포를 보호하고 염증을 가라않히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확신하고 있으나,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효과가 미미하거나 없는 것으로 인정한다.

환자들 중에도 가끔 강조하지만 간 손상 특히 바이러스성 간 질환을 앓고 있을 때에는 모든 한약제를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웬만한 것은 휴식이나 섭생을 통해 몸을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적절한 한약물을 사용하면 간염의 치료에 좋은 성적을 나타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한방에 진단하는 말들 중에서 조심해야 할 점은 간경(肝經) 병적 상태와 간장질환과는 다르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간질환 등에는 치료약물 사용 신중해야

다시 말하면 간경에 습열이 있다든지, 간열(肝熱), 간울(肝盧)또는 간양상항(肝陽上亢) 등의 병증은 간염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것은 외음부나 고환의 염증, 정서장애, 신경증,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에 수반하는 신체상황 내지 병리현상을 표현한 것인데, 간염환자에게 여기에 적용되는 약물을 장기간 투여한다면 불필요한 약물로 간을 혹사하게 된다는 점을 한의사들도 명심하고 있다.

한약에 대한 편견이나 무시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모든 한약이 간에 나쁘다고 무조건적 또는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올바른 자세는 아닐 것이다. 또한 유사업자나 민간요법, 비상식적인 이상한 치료가 한약이나 한방이라는 기만적인 포장을 해서 한방치료로 오도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는 사실도 경계해야 한다.


- 문대원 / 남경한의원 원장
- 월간<열린전북> 2003년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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