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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허철희의포토갤러리]5월 달력

허철희( 1) 2004.04.28 21:17 추천:2

갯살림 중에는 때 맞춰 갈게를 잡아오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갈게는 보리누름쯤이 제철인데 그때를 놓치면 여름 밥상에 반찬 한 가지가 빠질 수밖에 없다.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얘기다. 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시장에서 장 보아다가 밥상을 차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 그러기에 할머니는 양동이를 챙겨주시면서 어린 우리들에게 갈게를 잡아오라고 하신다.

갈게는 농게와 더불어 기수역의 갈대나 염생식물 군락지 주변 진흙질 갯벌에 40~50 cm 정도로 깊히 구멍을 파고 살기 때문에 이 놈들을 잡으려면 자연히 진흙밭에서 뒹굴어야 한다. 그러니 갈게가 아무리 요긴한 갯살림이라고 해도 어른 체면에 진흙밭에서 뒹굴 수야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갈게잡이는 대개 아이들의 몫이다.

동생들하고 진흙밭에서 서너 시간 뒹굴다보면 한 양동이 잡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잡은 갈게는 짭짤하게 게장 담가놓고 두고두고 먹는다. 민물기가 있는 갯벌에서 서식하기 때문인지 갈게로 담근 게장의 맛은 약간 흐레기가 있는 참게 게장 맛과 비슷한 것이 보리밥에 비벼먹으면 맛이 아주 꿀맛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갈게 보기가 쉽지 않다. 만경강 하구인 김제의 화포나 동진강 하구인 거전, 부안의 문포에서나 볼 수 있다. 부안시장에 나오는 갈게는 영광 아래쪽에서 나온다고 한다. 비료나 제초제, 농약 등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쌍동이?

게거품 게가 환경이 바뀌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에 거품을 문다. 게거품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부안사람들이 하는 실없는 소리가 있다.‘저것 좀 봐라! ~ 잉, 게가 뽀갈뽀갈 밥 짓고 있어야...’

갈게(Helice tridens trientsinensis,바위게과) 농게와 비슷한 환경인 기수역의 갈대나 염생식물군락지 주변 딱딱한 진흙 바닥에 50~60cm 구멍을 파고 산다. 몸의 크기가 큰 것은 4cm 정도이고 눈 밑에 돌기가 나 있다. 몸의 색은 회색을 띤 녹색이고 집게발의 색은 끝으로 갈수록 상아색을 띤다. 튼튼한 다리로 싸움 걸기를 좋아하며 주변에서 위협을 느끼거나 긴장하면 종종 입으로 많은 거품을 낸다.(부안 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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