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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허철희의 포토갤러리] 갯벌에 향을 묻는다

허철희( 1) 2002.12.23 22:29 추천:1

살을 에이는 매서운 칼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던 2000년 1월 30일, 국토확장이라는 미명아래 바다를 망가뜨리고 있는 새만금간척현장(해창갯벌)에서는 갯벌지킴이들의 새만금갯벌살리기 행사인 「새만금-매향제」의례가 있었다.

이는 "뭇생명을 품고 있는 저 갯벌, 우리에게는 넉넉한 삶의 터전인 저 갯벌,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고이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인 저 갯벌이 절대로 육지가 되어서는 않된다."는 갯벌지킴이들의 절규이자, 알량한 머리굴려 국토를 망가뜨리는 사람들에 대한 깨우침이었다.




▲ ⓒ 허철희


▲ⓒ 허철희


▲바다로 가는 상여 ⓒ 허철희


▲새만금 전시관 앞 노제 ⓒ 허철희


▲새만금 매향목신위 입관식 ⓒ 허철희


▲새만금 매향비 ⓒ 허철희


세계 최대의 환경파괴사업현장인 전북 부안군 해창 장승벌 입구에는 전라북도를 비롯한 그 주변단체, 이 사업의 주체인 농업기반공사. 그리고 이러저러한 개발론자들의 따가운 눈총속에 매향비 하나가 외롭게 서 있다.

새만금매향비-비문

<앞>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았듯이
후대에 물려줄 갯벌이 보전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 비를 세우며
해창다리에서 서북쪽 300걸음
갯벌에 매향합니다"

<뒤>
새만금간척사업을 반대하여
갯벌이 보전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뜻을 함께한 이름들을 이 비에 남깁니다.

2000년 1월 30일

새만금사업을반대하는부안사람들
전북환경운동연합
그린훼밀리운동연합
녹색연합
환경과공해연구회
한국YMCA전국연합
환경운동연합

매향이란?

민중들이 미륵세상의 도래를 기원하며 갯벌에 향나무를 묻는 의식을 말한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현실적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륵신앙과의 결합을 염원하며 바닷가 곳곳에 매향비를 세웠다. 미륵신앙은 현실을 떠난 정토가 아니라 현세위주의 구세기복신앙으로 이 땅에 도래하는 미륵과 함께 부활하여 정토에 왕생하는 기회를 부여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해의 삼일포나 충남 당진의 안국사지, 서산 해미읍성, 전남 영광의 법성포, 해남의 맹진 등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매향비의 공통점은 변방 바닷가에 세워졌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는 고려말에서 조선초에 집중적으로 세워졌는데, 이 시기는 왕조교체기의 혼란기였고, 또 한편으로는 일본의 침입이 잦았던 시기이다. 이러한 어둡고 불안한 시대상황 속에서, 더하여 일본의 치떨리는 노략질마저 극심하자 바닷가의 민중들은 미륵이 주재하는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염원하며 갯벌에 향나무를 묻었을 것이다.

이렇게 묻힌 향나무는 천년세월이 흐른 후에 침향이 되어 물위에 떠오른다고 하는데 강철처럼 단단해서 두드리면 쇳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향나무를 그대로 태우면 그을음이 생기지만, 침향은 그을음이 없고 향이 좋기로 세상에서 견줄 것이 없다고 한다. 신에게 바치는 공물의 으뜸으로 향을 꼽거니와 이렇듯 귀한 향을 피운다는 것은 더욱 신성하고, 더욱 경건함을 연상시키는 절대적 의미를 갖지 않을까?

또한 침향은 고급 약재로도 쓰였는데, 과학적으로 약효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부적에 영험성이 있다고 믿듯이 향의 신성성에 기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침향으로 불가에서는 불상을 깎기도 하고, 사리함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이렇게 귀한 침향은 그 수요도 많아 고려말경에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썼다는 기록이 문헌에 보이는데, 이는 그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금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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