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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라톤일지]전군마라톤 달리기

고동호( 1) 2004.04.20 16:12 추천:3

필자는 달린 일지를 인터넷의 달리기 일지(www.rundiary.co.kr)에 ‘고동호’라는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이번에는 2003년 4월 13일에 개최되었던 전군 마라톤 이후 8월까지 20km 이상 달린 일지만 골라서 약간 수정하여 싣기로 한다. 마라톤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주일에 한 번 정도는 LSD(=천천히 오래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작년에는 바쁜 관계로 많이 하지 못 했다. 참고로 작년 1월부터 8월까지의 달리기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월 거리(km) 시간 평균속도(km/h) 횟수수
1 91.35 10.32 8.85 12
2 151.6 13.85 10.95 13
3 275.0 26.18 10.50 20
4 216.0 21.23 10.17 18
5 212.7 20.13 10.56 23
6 209.7 18.52 11.32 19
7 163.6 14.55 11.24 17
8 167.5 15.77 10.62 14


2003년 4월 20일 21:00~22:51:50 (나홀로 하프경기)

부슬부슬 비가 오는 가운데 공설운동장에 가서 LSD를 할까 하다가 그냥 나 혼자 하프 레이스를 하기로 했다. 비가 오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달리기는 훨씬 편했다.

1랩~5랩(11:37) 2:10~2:30의 속도. 워밍업으로 2바퀴까지는 천천히 달리고 3~4바퀴는 약간 속도를 높였다. 5바퀴는 더 속도를 높였다.
6랩~10랩(10:35) 2:04~2:10의 속도. 아직도 완전한 페이스로는 들어가지 않고 천천히 달렸다. 초반전이 중요하니까.
11랩~15랩(10:25) 2::03~2:06의 속도. 본격적인 페이스에 돌입. 대개 한 바퀴에 2분05초 페이스다.
16랩~20랩(10:12) 2:01~2:03의 속도. 약간 무리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가장 빨리 달린 구간이다.
21랩~25랩(10:21) 2:03~2:06의 속도. 안정된 페이스.
26랩~30랩(10:40) 2:04~2:23의 속도. 26바퀴 돌고 나서 물 마시느라고 약 20초가 소요되었다. 그 외에는 역시 안정된 페이스다.
31랩~35랩(10:17) 2:01~2:05의 속도. 물을 마셔서 그런지 힘을 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빠른 구간이다.
36랩~40랩(10:24) 2:03~2:07의 속도. 조금 힘이 떨어진 듯하다. 2분6초가 1번, 2분7초가 1번 있다.
41랩~45랩(10:35) 2:03~2:10의 속도. 힘이 많이 떨어졌다. 2분5초 안쪽은 1번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두 2분5초 바깥쪽이다.
46랩~50랩(10:36) 2:02~2:11의 속도. 가장 힘들었던 구간. 원래 계획은 이 구간부터 2분 페이스로 달리려고 했는데, 스퍼트를 하고자 했던 46바퀴째만 2분2초이고, 그 이후는 모두 2분5초 바깥쪽이고, 2분11초도 있었다.
51랩~53랩(6:08) 1:55~2:09의 속도. 마지막 힘을 냈던 구간이다. 51바퀴째는 2:04초이고 52바퀴는 힘이 들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어 2분09초, 마지막 바퀴는 스퍼트를 하여 1분55초에 달렸다.

총 소요 시간은 1:51:49:66이었고, 전반10km는 53분10초, 후반10km는 52분32초였다.

평가: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달리기였다. 그렇지만 16km 이후는 힘이 많이 떨어져 페이스가 들쭉날쭉한 것이 문제다. 아직까지는 지구력도 많이 부족한 것 같고, 스피드도 많이 부족하다. 제1차 목표로 10km 45분, 하프 1시간 45분을 삼아야 하겠다. 그리고 자세는 역시 팔을 V자로 꺾고 달리는 것이 힘이 들기는 했지만 L자로 해서 달리는 것보다는 더 빠른 것 같다. 앞으로 V자 자세를 많이 연습해야 하겠다.


2003년 5월 8일 21:30~23:18:21(월드컵 경기장 주변도로에서 20.5Km LSD)

어버이날 겸 석탄절이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문안 전화를 드렸다. 언젠가 한 번 내려가서 뵙고는 싶은데 항상 마음뿐이다. 부모님께 죄송하기 짝이 없다.

점심 때 학교에 갔는데 정전이어서 할 수 없이 다시 집에 왔다. 달리기를 위해 오후 늦게 다시 잠깐 눈을 붙인 다음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9시 무렵에 집을 나서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컨디션이 좋으면 20km 정도 달릴 생각이었고, 힘들면 한 시간 정도 달리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별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20km를 달렸다.

1랩(24:31)+2랩(20:54)+3랩(21:02)+4랩(21:21)+5랩(20:34)

월드컵 경기장의 주변도로는 생각보다도 더 좋았다. 오가는 차량 때문에 소음이 있고, 공기가 조금 탁하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아스콘 포장 도로에 4km라는 적당한 거리, 그리고 밝은 조명 등의 장점이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2바퀴째부터는 완전한 외곽도로가 아니라 주차장 입구로 해서 달렸다. 그렇게 하니 보도 블록 구간이 없어졌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날씨가 선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의는 긴 팔 티셔츠, 하의는 트레이닝복을 입었는데 손이 조금 시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가: 오래간만에 뛰는 장거리치고는 기분 좋게 달린 셈이다. 다만 4랩째부터는 힘이 많이 빠진 것 같다. 5랩째 20분 안쪽으로 들어오고자 마지막 힘을 냈지만 스퍼트 흉내만 낸 셈이 되었다.


2003년 6월 1일 09:10~11:03:36(전주 하프 건강 마라톤 대회)

오늘 달리기를 위하여 어제 쉬면서 식사를 일부러 많이 했더니 아침 체중이 1kg 불었다. 내 몸무게는 완전히 고무줄 몸무게다. 아침 식사는 찰떡으로 해결했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달리기 전까지 마신 액체의 양은 주스, 커피 한 잔씩 400ml, 물 600ml 등 1리터였다. 이것이 나중에 조금 문제가 되었다. 아무튼 여유 있게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학교의 몇 분 선생님들과 만난 후, 걸어서 함께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스트레칭 후 09:10에 하프 코스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중간보다 약간 뒤에 서 있었는데, 처음에는 거의 걸어가는 수준이었다. 달릴 때도 달리는 속도가 늦은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달리느라고 페이스 조절이 힘들었다. 일정한 속도로 달려야 하는데, 앞지르기를 하려면 아무래도 속도를 높여서 앞지르기를 하고, 끝나면 속도를 조금 늦추고 달렸기 때문이다. 한 분 선생님은 조금 앞에서 뛰고, 나와 다른 두 분 선생님이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달렸다. 5km별 랩 타임은 다음과 같다.

1랩(26:06)+2랩(25:44)+3랩(25:41)+4랩(28:50)+5랩(7:15)

5km를 지나고는 서로 자유롭게 달렸는데, 달리다가 김 선생을 만났다. 하프 기록이 1시간 30분대이고, 풀 기록이 3시간 40분 정도인 분이다. 그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달리는데,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다. 학교에서 두 번, 운동장에 와서 한 번 소변을 봤는데, 또 소변이 마려운 것이다. 주유소가 나타나자 김 선생을 먼저 보내고 주유소로 갔는데, 화장실 문이 잠겨 있었다. 흘러간 시간이 거의 1분 정도였다. 할 수 없이 그냥 달렸다. 중간에 길가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상의의 뒤에 붙어 있었던 소속 팀의 명칭 때문에 차마 소변을 볼 수 없었다. 김 선생을 따라잡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달렸다. 소변을 본 것은 12km 정도 지나서였다. 길가에 공사장이 있는데, 길가 쪽이 가려져 있어서 거기에 들어가서 실례를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먼저 간 김 선생은 끝까지 따라잡을 수 없었다.

2.5km마다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수분 공급은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15km까지는 5km마다 한 번씩 물을 마셨다. 14km 지점에 이번 대회의 유일한 언덕이 있었는데, 500m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언덕도 씩씩하게 통과했다. 언덕을 다 올라가고 나서 파워젤을 먹고 물을 마신 다음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연도에 서서 응원을 보내는 자원봉사자들과 할머니들께 손을 들어서 답례하면서 달렸다.

17.5km 지점에 이르렀을 때 힘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페이스를 늦추었다. 이 지점까지는 내가 앞지른 사람이 나를 앞지른 사람보다 많았지만, 이 지점부터는 나를 앞지른 사람이 내가 앞지른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그래도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시내를 통과할 때는 박수를 보내는 사람보다 투덜거리고 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분들과 무더운 날씨를 생각하면 출발 시간을 앞으로 당기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약 500m 정도를 남겨두고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날 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들어가니 더 달려야 할 거리가 100m정도였다. 한 바퀴를 돌지 않아서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나중에 공식 기록을 확인해 보니 1시간 53분 35초였다.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들어온 후에 냉온탕 목욕을 한 다음 콩나물 국밥을 먹고, 정식으로 작은 동호회를 출범시킨 다음 모든 일정을 끝냈다.

평가:

(1) 아직까지는 km당 5분대 초반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7km 정도이다. 앞으로 지구력 배양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2) 아침에 너무 많은 액체를 흡수했다. 당일에는 500ml 정도가 적당한 것 같고, 전날 액체를 많이 흡수해야 하겠다.

(3) 대회 자체는 날씨가 너무 덥고, 주로가 좁았던 것은 불만이다. 그렇지만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준 점, 자원봉사자들의 열성적인 응원은 아주 좋았다.

(4) 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조금도 걷지 않고 말 그대로 완주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2003년 8월 4일 08:00~09:57:42(학교운동장/종합운동장에서 21.2Km 조깅)

LSD를 하려면 아침에 4시30분 이전에 일어났어야 했는데, 지난밤에 설사와 더위 때문에 몇 번 깼기 때문인지 일어나 보니 여섯 시였다. 일찍 일어나려고 브리티시 오픈도 안 봤는데 아까웠다. 할 수 없이 빵 두 조각과 물 2잔을 먹고, 신문을 대충 훑어 본 다음,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서 학교까지 걸어서 왔다.

학교 순환도로에서 달리기에는 이미 시간이 늦어서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지난밤에 온 비 때문에 약간 땅이 질기는 했지만 그래도 달릴 만했다. 걸어왔기 때문에 몸은 데워졌으리라고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몸 상태에 비해 2랩째 조금 무리했던 것 같다. 3랩을 마친 다음, 40분만 달리기로 계획을 수정하여, 속도를 늦추어 2km를 더 달리고 달리기를 마쳤다.

1랩(10:33)+2랩(09:53)+3랩(10:25)+4랩(12:57)

저녁에 다시 달리기를 하러 종합 운동장에 갔다. 그렇지만 중간에 문을 닫는다고 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아마 체전 때까지는 밤 10시에 문을 닫는 모양이다. 8번 레인을 45바퀴 정도 돌 예정이었는데, 29바퀴에서 멈추어야 했다. 2랩까지 달리고 너무 배가 고파서 가지고 간 술떡 4덩어리를 한꺼번에 모두 먹고 달렸다. 그래서인지 3랩에서는 조금 늦어졌다. 맨 마지막 바퀴는 전력주를 했다(소요 시간 1:50).

1랩(12:53)+2랩(12:54)+3랩(13:10)+4랩(12:33)+5랩(12:49)+6랩(09:36/4바퀴)

평가:

(1) 아침과 저녁에 달린 거리를 합쳐서 지난 주에 해야 했던 LSD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2) 랩SD는 아침 일찍 하는 것이 좋겠다.


2003년 8월 10일 05:00~07:58:33(학교 운동장에서 32Km LSD)

며칠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LSD를 하기 위해 새 나라의 어린이처럼 어제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 네 시에 눈을 떴다. 약수터에 가서 물을 뜨고, 운동장에 가서 스트레칭 후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32km이고, 예상 소요 시간은 3시간 내외이다. 20km 이상 달리기는 6월 1일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LSD를 꾸준히 해야 하겠다.

초반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천천히 달렸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4~6랩은 거의 무아지경 비슷한 상태로 달렸고, 7랩째가 되니 힘이 빠졌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8랩은 거의 다 끝났다는 기분으로 달렸다. 7랩째의 신호는 다리 근육이 당겨지고, 허리가 뻣뻣한 느낌이었다.

중간쯤 달렸을 때 어떤 아줌마가 내 물통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가져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니 물을 이미 부어 버렸다고 한다. 이런 ... 다른 음료수도 준비해 가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오늘 달리기를 포기할 뻔했다. 운동장에서 만나는 아줌마들과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큰 소리로 떠들고 팔을 휘저으면서 3~4명이 횡대로 트랙을 걸어 다니는 아줌마들도 그렇고, 남의 물병에 손대는 아줌마도 그렇고...

해가 떠오르자 까치 놈들이 트랙에 몰려들어 모이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놈들이 내가 접근해도 날아오르지 않고 내가 달리는 방향으로 10m 정도 저공 비행을 하는 바람에, 한 바퀴마다 잠깐씩 까치와 동반주를 한 셈이 되었다.

오늘 전반 16km는 1:29:11, 후반 16km는 1:29:22로 달려서 비교적 속도 조절이 잘 되었다.

1랩(23:52)+2랩(22:20)+3랩(22:18)+4랩(20:40)+5랩(24:02)+6랩(20:32)+7랩(23:30)+8랩(21:18)
(2랩과 6랩이 끝난 후에 물과 음료수 마시고, 4랩이 끝난 후에 찰떡 먹음)

평가:

(1) 새벽에 달린 것은 올해 처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낮이나 밤에 비해서 덥지 않아서 좋았다.

(2) 역시 초반 속도 조절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는 최소한 3/4 이상 달린 후 속도를 올려야 할 것 같다.


- 고동호 전북대 국문과 교수
- 월간 <열린전북>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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