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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라톤일지]전군마라톤 대회 준비

고동호( 1) 2004.04.20 16:14 추천:3

이번 호에는 지난 2월 1일 이후 제3회 임실하프마라톤대회가 열렸던 3월 7일까지의 달리기 일지를 공개한다. 이 기간 동안의 달리기 기록을 요약해서 말하면 누적거리 19회에 걸쳐 21.07시간 동안 평균 11.29km/h의 속도로 237.8km를 달렸다. 필자는 2월부터 올해 4월 11일에 열리는 '2004 전주-군산마라톤대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준비 과정에서 다리에 상당한 부담이 가는 강한 달리기를 한 다음에는 반드시 달리기를 쉬든가 짧은 회복주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15km 이상 비교적 길거나 강하게 달린 기록만을 골라서 공개한다.


2004년 2월 11일 15:00~16:38:14 (학교 운동장에서 18Km 오래달리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키와 체중 혈압을 쟀더니 172cm에 65kg, 81/125(맥박 51회/1분)가 나왔다. 키야 아침에 쟀을 때가 가장 크고 오후에 쟀을 때는 작아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운동을 재개한 후 처음으로 체크한 혈압이 정상에 가까운 것도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체중은 불만이다. 그저께 아침에 64kg이었고 어제 저녁도 250kcal 짜리 우동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 갑자기 1kg이 불어난 이유를 모르겠다. 매일 조금씩 체중이 빠져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늘어나다니 낭패다.

체중이 늘었기 때문에 오늘은 좀 많이 달리려고 결심하고 미리 운동장에 갔다. 여기저기 스트레칭 후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무릎 뒤쪽의 미세한 통증은 무릎을 굽혔다가 펴는 스트레칭을 틈이 날 때마다 해 주고 자연스럽게 달리기 자세를 취하니 많이 없어진 것 같다.

1랩 때만 하더라도 힘이 들어서 오늘 대충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랩째 속도를 조금 올렸는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3랩 중간쯤 가자 몸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4랩, 5랩을 바퀴마다 2분 페이스로 달린 후, 양 선생님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 6랩부터는 바퀴마다 2:15 내외의 페이스로 달렸다. 그리고 8랩은 약간 빨리 달리고, 9랩은 한 바퀴에 2:30 정도로 속도를 푹 낮추어 몸을 식힌 후, 한 바퀴를 걸어서 오늘의 달리기를 마감했다.

끝난 후 다리가 걱정되어 목욕탕에 가서 냉탕과 온탕을 반복했는데, 온탕에서 졸다가 냉탕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2km/11:43+2km/10:16+2km/10:12+2km/09:58+2km/09:59+2km/11:04+2km/11:09+2km/10:48+2km/12:25

*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서 속도가 들쭉날쭉한 오래달리기가 되고 말았다.
* 작년 12월에 다시 조금씩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 처음으로 야외에서 12km 이상을 달렸다.


2004년 2월 13일 18:00~19:20:26 (학교 운동장에서 16Km 지속 달리기)

공개 정보 : 어제 저녁에 간식을 먹고 포도주에 오징어까지 먹었더니 오늘 아침 체중이 65kg으로 불어났다. 이 체중을 빼기 위해서 오늘은 조금 많이 달려야 한다. 처음 예정은 4km/23분+10km/50분+2km/11분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소요 시간을 보니 예정보다 조금 빨리 달렸다.

처음에 몸을 덥힐 때 예정했던 시간보다 조금씩 빨라지길래 400m/1:55 정도의 페이스로 달릴 때까지 달리거나 10km 기록을 한 번 측정하자는 마음으로 달렸는데, 엄청나게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4랩이 끝나고 나자 10km의 끝이 보였기 때문에 끝까지 밀어붙였다. 7랩의 마지막 바퀴는 전력질주를 한다고 했지만, 나중에 기록을 보니 힘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여서 앞의 2km 기록과 차이가 없었다.

작년에 홀로 달린 10km 기록을 찾아보니 49:41(3월 25일), 47:53(5월 11일), 47:29(12월 23일) 등이었다. 따라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오늘이 가장 빨리 달린 셈이다. 기록은 46분 54초.

2km/11:28+2km/10:28+2km/09:30+2km/09:18+2km/09:23+2km/09:22+2km/09:22+2km/11:35

* 10km 지속주를 하면서 한 번은 랩타임이 09:00 이하로 달리는 연습을 해 봐야 하겠다.
* 내일 목표: 10km/55분. 단 체중이 63.5kg 이상일 때는 70분 달리기.


2004년 2월 26일 19:00~20:28:42 (학교 운동장-집에서 17Km 조깅)

어제 아침에 달린 후 오늘 저녁까지의 공백이 있어서 그런지 저녁 무렵에는 템포런의 여파가 없어진 듯하다. 이번 주에 많이 달리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많이 달려보자고 생각하면서 운동장에 갔다.

날씨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래서 장갑을 끼기는 했지만 모자는 쓰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운동장에는 학생들, 아주머니들, 꼬마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면서 달리고 걸었다.

스트레칭 후 1랩을 천천히 달리면서 몸을 덥힌 후, 400m/01:50 속도로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가 시험해 보았다. 결과는 4km였다. 무리하면 6km까지는 버틸 수 있었겠지만, 다리를 생각해서 속도를 늦추었다. 이어 조금씩 속도를 높이다가 다시 속도를 늦추어 숨을 고르고, 집까지 이리저리 달려가면서 18분을 채우고 귀가했다.

11:15/2km+09:18/2km+09:09/2km+10:37/2km+10:06/2km+09:30/2km+10:40/2km+18:07/3km

* 장거리 템포런은 400m/01:50 속도가 맞는 것 같다. 다음에는 6km에 도전해 봐야 하겠다.
* 오래달리기가 모자라서 걱정이다. 큰맘 먹고 해야 하겠다.
* 달린 후 체중을 달아보니 63.5kg였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62kg~62.5kg이 되어야 한다.


2004년 2월 28일 14:00~16:52:3 (탄천에서 30.5Km 오래달리기)

출장 이틀째다. 어제 회의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소주 4잔 정도 마시고 일 때문에 PC방에서 밤을 새웠다. 원래는 여관에서 작업을 할 예정이었는데, HWP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할 수 없이 간 곳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 본 PC방은 재미있었다. 젊은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와서 게임을 하면서 큰소리로 떠들기도 하고, 10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커피를 마음대로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작업을 끝내고 06:30 정도에 잠을 잤는데 11:00 무렵에 사촌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와서 깼다.

대충 씻고 나와서 편의점에서 산 주먹밥으로 아침 식사(?)를 때우고 친구 사무실에 갔다. 오후에는 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짐을 맡기고 오래달리기를 할 예정이었는데, 친구가 바로 퇴근한다고 한다. 가는 길에 탄천 입구에서 내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린 곳이 수서 부근이었다.

천천히 몸을 풀고 나서 오늘의 목표인 오래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3시간 달리기 혹은 30km 달리기다. 수서에서 복정까지의 탄천변은 환상적이었다. 푹신푹신한 우레탄 주로, 맑은 물과 공기, 간혹 마주치는 달림이들... 달림이들과 간단하게 손을 들어 주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덧 분당 입구다. 여기서부터는 우레탄 주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차량이 없으니 달리기는 편했다. 이어 7년 전에 살았던 탑마을을 지나면서 옛날을 회상하고, 중앙공원을 지나는데 엄청나게 배가 고팠다. 오래달리기를 하려면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하는데도 복장을 제외하고는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수지까지 가는데도 매점이 없다. 주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보니 아파트 상가가 있었다. 거기에 가서 연양갱과 2%를 사서 공복과 마른 목을 달래고 반대 방향으로 출발하여 다시 탑마을까지 갔다가 중앙 공원까지 와서 오늘의 달리기를 끝냈다.

그 후 푸른 마을 친구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부부 동반으로 신나게 감상했다(공연 시간은 1부 70분+휴식 20분+2부 60분+앵콜 공연 10분이었고, 출연 인원은 26명). 대학 시절에 들었던 ABBA의 노래를 들으면서 흥겨워하기도 하고 옛날 생각을 하기도 했다. ABBA 노래의 음과 가사를 대충 익혀서 갔다면 훨씬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02:35/500m+10:53+11:01+11:36+11:01+10:41+10:41+10:55+11:00+11:00+11:47+11:34+11:54+11:26+12:09+11:52=172:03/30.5km(2랩부터의 거리는 2km임)

* 3랩과 14랩은 거리 표시가 잘못되었든가, 코스를 좀 돌았던 것 같다. 수서에서 수지까지는 18km였고, 수지에서 한강까지는 24.8km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12랩이 늦어진 것은 중간에 걸려온 친구 전화를 받느라고...
* 전반에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후반에 힘들었다. 현 상태로 내게 맞는 오래달리기 속도는 5:45/km 정도인 것 같다.
* 틈나는 대로 오래달리기를 자주 하자.


2004년 3월 7일 10:30~12:12:31 (임실 일대에서 21.0975Km 대회 참가)

처음에 참가 신청을 할 때는 전군 대회를 위한 오래달리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대회 날짜가 다가와도 별로 긴장도 되지 않았다. 며칠 동안 날씨도 춥고 눈도 많이 오고 해서 더욱 그랬다. 눈이 오면 대회 참가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을 정도니까... 그렇지만 하루가 남자 그래도 대회인데 조금은 준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께 과식을 했기 때문에 어제 저녁은 귤 3개로 때웠다. 그리하여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을 달아보니 62.5kg로 그저께 아침과 같았다. 역시 저녁을 간단하게 먹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 집사람이 '같이 가 줄까' 하길래 '같이 가 주면 고맙지!'라고 대답했다. 아침 식사는 밥 한 그릇에 된장국으로 하고, 출발하기 전에 시원하게 볼일을 봤는데 이것도 역시 어제 적게 먹은 효과를 본 것 같다. 다음에 출발 전에 마실 물 500ml와 카보샷 1개, 그리고 겨울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출발했다. 최저 기온이 영하 7도라는 예보를 듣고 추위에 약한 체질이기 때문에 복장은 다음과 같이 단단히 준비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준비가 매우 좋았다. 달리는 동안 찬 바람이 불 때도 전혀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모자+면장갑 2벌+기능성 셔츠 2벌+하의(마라톤 팬티+숏타이즈+롱타이즈)+두꺼운 양말

현지에 조금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멀찌감치 차를 세워놓고 천천히 달리면서 대회장으로 갔다. 대회장 입구에서 집사람에게 옷을 맡기고 집사람에게 힘을 받은 후에, 다시 한 번 소변을 보고 스트레칭을 한 후에 출발 신호를 기다리다가 출발했다. 오늘의 작전은 5km까지는 26:00~26:30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그 때 상태를 봐서 전체적인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다.

아마 내가 아는 사람들은 거의 동아마라톤 준비로 하프를 달리지 않는 것 같다. 오늘도 외롭게 머리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면서 홀로 달린다. 주민들의 열띤 성원을 받으면서 시가지를 통과하고 이어 5km를 지나면서 시간을 보니 26:08로 거의 계획대로 달렸는데, 상태가 의외로 괜찮다. 상태가 좋지 않으면 110분 대로 달릴 생각이었는데, 상태가 좋으니 105분대 이내로 달려보자고 마음먹는다.

6.5km 지점을 지나니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통과하고 내려가면서 올 때 고생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이 부분의 오르막길이 200m이고 내리막길이 300m(경사도 20도)라고 하는데, 훨씬 길어 보인다. 오르막길에서는 앞에 가는 분의 보속을 그대로 따랐고 내리막길에서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보폭을 늘리면서 달렸다. 건너편에서 선두 주자가 질주해 오는데 시간을 보니 43분 정도였다. 역시 선두권에서 달리시는 분들은 보폭도 넓고 자세도 경쾌하다. 다시 9.5km지점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주최 측 발표를 확인해 보니 여기는 오르막이 200m이고, 내리막이 100m라고 한다(경사도는 5~10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언덕길 달리기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달렸다.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보니 산과 들에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았다. 잠시 경치 구경을 하면서 달리다가 정신을 가다듬어 보니 앞에 경쾌한 모습으로 달리시는 분이 보이길래 5m 정도 뒤에서 계속해서 반환점까지 그 분을 따라갔다.

반환점에서 시간을 보니 랩 타임이 26:43이다. 지금까지는 거의 고른 페이스로 달려온 것 같다. 후반부터는 힘을 내야 하겠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준비해 간 카보샷을 먹었다. 처음으로 먹어 본 바나나 맛의 카보샷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앞으로 자주 애용해야 하겠다. 이 지점에서 앞서 달리시던 분이 잠시 옆으로 가신다. 할 수 없이 앞서 달리시는 분들을 따라 잡는다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 달리기가 지루해서 추월하는 분들의 수를 속으로 셌는데 10km 반환점까지 50명 정도 앞질렀다. 그렇지만 이 지점부터는 그것도 힘들어서 그만 두었다. 첫번째 언덕길은 언덕인지도 모르고 통과했고 두번째 언덕길은 하나가 더 남았으니 약간 힘을 비축한다고 생각하면서 올라갔는데, 계산을 잘못한 결과였다. 내리막길에서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보폭을 약간 크게 하였다.

5km가 남은 10km 반환점을 통과하니 조금 힘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보수를 세기 시작했다. 평소의 내 보수를 생각하면 1200까지만 세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있으니까 전반부에 따라갔던 분이 앞질러 가신다. 이것을 보면 아마 나보다 훨씬 고수인 것 같다. 볼일을 보고서도 나보다 더 앞질러 가니 말이다. 그래도 그 분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따라갔다. 그러다 보니 몇 분을 더 앞지르게 된다. 마지막에 굽은 길이 두 군데 있었는데, 굽어지는 지점까지를 1차 목표로 삼고 속으로 수를 세면서 달렸다. 이어 도착 지점이 보이고 마지막 힘을 내어 200m 정도 전력질주를 하여 오늘의 달리기를 마쳤다.

도착 지점에서 집사람이 반갑게 맞아주니 기쁨이 더했다. 집사람과 두 번 같은 대회에서 달린 적이 있었고, 혼자 한 번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지만 도착 지점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끝나고 칩을 반납한 후에 고춧가루, 빵, 우유, 수액 3봉지, 치즈 등 푸짐한 기념품을 받고 두부와 김치를 먹은 후에, 집으로 오다가 점심으로 칼국수 먹고 집에 와서 한숨 잤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콧물 감기 기운이 남아 있지만 다리의 통증은 생각보다 훨씬 덜하다.

5km/26:08+5.5km/26:43+5.5km/26:19+5km/23:25=21.0975km/01:42:31:36

* 처음에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고른 페이스로 달렸다. 달리기가 끝나고 나서도 완전히 탈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역시 초반의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작년 6월 하프 기록보다 11분 정도 단축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100분대 돌파를 목표로 삼아볼까나...


- 고동호 전북대 국문과 교수
- 월간 <열린전북> 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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