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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입에 작꾸(지퍼)를 채워 주소서!

최인( 1) 2004.04.01 10:10 추천:1

십여 년 전, 군산 시내 한 조그만 개척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극구 사양하다가 목사님의 강권에 못이겨 맡았다가 내리 4년가량 지휘를 했었다.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되면서 신앙적으로 미숙해던 나는 결국, 새벽기도에 나가 신앙을 단련시키기로 결심했다.

당시 그 교회에는 신앙적으로 내가 몹시 부러워했던 집사님, 장로님들이 계셨었다. 나는 새벽기도를 통해 그분들의 신앙을 10분의 1이라도 닮기 원하는 심정이 간절했다.

사흘정도 나갔을까? 신앙적으로 본받기 원하던 그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새벽기도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만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겨우 며칠 새벽기도에 나가더니, 벌써 교만한 맘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은근히, 새벽기도에 다니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결국, 한 1년여 정도 다니다가 못나가게 됐지만... 그때 경험한 일 가운데 하나는 두고두고 얘깃거리로 삼고 있다.

기도에 재미가 붙기 전 일이다. 새벽기도에 나가기는 했지만, 무슨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일였다. 남들은 목사님 설교가 끝나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방언을 통해 열심히 부르짓지만, 나는 잠이 덜깬 멍한 상태에서 졸다가 기도하다가 교회 문을 나서기가 일쑤였다.

하루는, 어느 집사님 옆에 앉게 됐다. 기도도 안되고 그냥, 멍한 상태에서 기도하는 폼만 잡고 있는데, 갑자기 내 귀를 뻥 뚫리게 하는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 주여, 내 입에 작꾸를 채워 주시옵소서!”

순간, 나는 ‘아니, 먼 기도가 저래?’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교회 문을 나섰다. 다음주일, 성가대 연습 시간에 성가대원들에게 그 장면을 설명하면서 화젯거리로 삼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집사님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는 말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입기 때문에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말조심을 부탁했었다는 얘기였다. 그 집사님은 자신의 입을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주님께 기도한 것이다. “ 주여! 내 입에 작꾸를 채워 주소서” 라고...

요즘, 교만한 생각에 자신의 입을 함부로 놀리는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특히나 말조심을 해야 할 처지에 있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시하고, 단지 표만을 의식해 함부로 말을 내뱉었다가 큰 코 다치고,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아마, 이들 정치인은 차라리, 내 입에 작꾸라도 채워 있었다면... 하면서, 땅을 칠 것이다.

이런 현상을 목격하면서, 어느 정치과 교수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교수님, 정동영씨 큰 정치인이 될려면,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할 말 다하는 DJ에게 말 하는 법을 하루 정도 개인교습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최 기자, 뭔 소리야? 하루가 뭐야? 일년은 받아야 돼‘

한번 엎지러진 물은,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거나,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렵다. 더구나, 구설수에 오른 말의 전후를 살펴 볼때 욕을 얻어 먹어도 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중하지 못하게 던지는 말이 국민과 정치 불안으로 이어진 탄핵 정국을 불러 왔다. 정말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정치인은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위한 일로 직결된다는 점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순절, 새벽기도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

“주여, 정치인들의 입에 지퍼를 채워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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