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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의 텃밭은 가라!

최인( 1) 2004.04.06 15:26 추천:1

자신의 집터에 딸린 밭을 텃밭이라고 한다. 언제나 마음에 드는 채소를 심어 언제든지 거둬 먹는 밭인 셈이다. 남이 시비 걸 일도 없다. 씨 뿌리고 일군만큼, 마음에 드는 채소를 거둬 먹을 수 있다.

한해를 거르고 싶으면 거를 수 있고, 여러 종류의 채소를 가꿀 수도 있다. 한마디로 주인 맘 대로다. 어릴 적, 집안에 자그마한 텃밭이 있었다. 거기에 어머니께서는 토마토도 심고, 오이도 심고 배추나 상추도 심어 제철 입맛을 돋우 셨었다. 사실, 텃밭에서 거둬들인 채소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재미 때문에도 옛 어른들께서는 텃밭을 일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언제부턴가, 호남을 텃밭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이 생겨 났다. 그들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고 일부 언론에서도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텃밭을 정성들여서 제대로 일구는 정치인은 별로 없었다. 말로만 텃밭으로 여겼을 뿐, 애지중지하면서 소중하게 가꾸기는 커녕, 자신의 입맛대로, 필요할 때만 텃밭이라고 힘주어 말했었다. 그리고는 선거철만 지나면 언제 누가 텃밭이라고 했냐는 식으로 모르는 척 하기 일쑤였다.

텃밭에서 나는 소출을 무식하다고 내던지기 일쑤였으며, 자신이 아니면 텃밭 일굴 사람이 없는 것처럼 거만을 떨었다. 그러다가도 선거 때만 돌아오면 내가 제일가는 일꾼이라며 허리를 굽혔다.입에 침이 마르도록, 입에 거품을 물면서 소 같은 일꾼이 자신이라고 허풍을 떨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텃밭의 좁음과 별 힘이 되지 못함을 탓했다.

그들 자신이 텃밭에서 난 소출이면서도 다른 대의를 위한다며 텃밭의 희생을 강요하기도 했다. 언제나 그래서, 텃밭은 서러움을 받아야 했다. 또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텃밭이 변했다. 부정직하고, 게으른 일꾼을 텃밭이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직하게 묵묵히 땀 흘려 일 할 줄 아는 일꾼을 텃밭은 원하고 있다. 아니, 원래 정치의 텃밭은 없었다. 정치인들, 그들은 그동안 스스로 된 줄 착각했었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텃밭은, 더 이상 텃밭이기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영원히, 텃밭의 주인은 없어지게 됐다. 아니, 텃밭이라는 말 자체는 처음부터 없어야 했다.

이번 선거 이후라도 행여 텃밭이라는 말을 그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의 텃밭 개념이 사라지는 날이 곧,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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