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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상한 얘기들

최인( 1) 2004.04.10 06:52 추천:1

17대 총선이 나흘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이상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상대 당이 의석을 몽땅 차지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으니 나 좀 도와달라는 말들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창피한 줄도 모른다. 내가 지금은 못났지만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 도와 달라고 하면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하겠다. 참 이상한 논리다. 아니 우리가 이렇게 잘 할 테니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저쪽의 몸집이 크게 불 것 같으니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표를 달라는 것이다.

이름하여 巨與, 巨野 견제론이다. 거야 때문에 나라가 혼란스럽게 된 탄핵정국이 발생했는데,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여당이 몸집을 부풀려야 한다는 게 거야 견제론이며, 거여가 되면 집권당 맘대로, 대통령 맘대로 나라를 운영하게 되니 그를 막기 위해서는 이를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게 표를 달라는 것이 거여 견제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거야 견제론. 먼저 정신적 여당이라는 열린 우리당에게는 일생일대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열린 우리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탄핵소추당한 게 안타까워서, 국민들의 마음이 본의 아니게 온통 열린 우리당에 쏠린 적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 일이다. 그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선거는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말을 함부로 하다가 저절로 들어와 차고 넘치던 표조차 모두 날려 버렸다. 그래놓고 이제는 거야 견제를 위해서 제발 열린 우리당에게 표를 모아달란다.

거여 견제론. 왜 여당의 몸집은 커지면 안되나? 여당도 여당 나름이다. 우리는 여당이 다수당였던 경험을 많이 했다. 비록 국민의 바람과는 단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집권 여당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면 의석수를 많이 차지한다 해서 뭔 문제가 되나?

건전한 경쟁을 해야 할 선거판에서, 어떤 정당이 의석수를 많이 차지할 것 같으니까 선거전부터 저 당이 의석수를 많이 차지할 것 같으니 이를 견제하기 위해 우리에게 표를 많이 달라는 말이, 말인가? 막걸린가? 뭘 믿고 표를 주나?

단지 거여가 될 것만을 걱정해서 거여 견제론만을 믿고 야당에 표를 던져야 하나? 아니면 야당의 의석수가 크게 늘어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니, 유권자가 미리 이같은 분석을 하면서 여당에 표를 던져야 하나?

견제도 견제 나름이지... 이상한 얘기들을 하고 있다. 아니 그게 못된 것만 배운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현 주소다. 남이 잘 못되기를 바라면서 표를 구걸할 게 아니라, 남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표를 구해 봐라. 우리나라 국민들은 겸양지덕이 넘치는 국민들이라서 그렇게 겸손한 정당이 나타나기만 하면 당장 표가 넘치는 정당이 될 것이다. 이런 판 속에서 거여니 거야니 하는 소리들은 자기들 잇속만 챙기려는 웃기는 얘기일 뿐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웃기는 얘기 그만하고, 이삼일 조용히 근신하다가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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