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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4년 후에는 또 다른 심판이 내려진다

최인( 1) 2004.04.14 11:26 추천:2

선거가 끝나긴 끝난 모양이다. 언제 긴장된 밤을 보냈는지 잊을 정도로 화창한 봄 날씨를 느끼고 있는 시간에, 한 당선자가 트럭에 올라타고 시내를 돌아 다니면서 당선 인사하기에 바쁘다.

“안녕하십니까? 누구누굽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열린 우리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4선 의원으로 당선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4선? 4*4=16년. 우와~~ 이제 저 사람은 16년을 국회의원으로 지내겠구나.. 그렇지. 이번 선거에서 4선, 5선 의원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지. 왜 그랬을까? 5선였다면 20년을 국회의원으로 지냈다. 요즘처럼 이태백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20대부터 일할 곳이 없어 방황할 때에, 그들은 국회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면서 십 수년, 아니 운 좋으면 20년 이상씩 국회의원으로 지냈겠지. 그들이 한 일이 뭐였을까?

17대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의회권력이 43년 만에 교체’됐다느니, ‘탄핵 역풍에 거대 야당이 침몰됐다‘느니, ’동서 분할이라는 한국적 정치 지도는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느니 하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또 한 보수언론은 이렇게 평하고 있다. ‘진보, 전후 세대로 권력중심이 대이동’했다고. 아, 한나라당이 기호 1번을 20년 만에 놓치게 됐다는 짤막한 기사도 눈에 들어온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아전인수식 해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열린 우리당이 과반을 확보했다는 얘기나, 한나라당이 영남지역에서 특유의 지역주의를 통해 개헌저지선을 건져냈다는 말들은 모두 자기중심적 해석일 뿐이다.

이번 17대 총선을 통해, 원내 제 1당이 된 열린 우리당이든, 아쉽게 제2당으로 물러선 한나라당이든 또한 대세를 거슬러 침몰한 민주당과 자민련이든, 또는 50년만에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이든, 새겨들어야 할 말이 있다.

이제는 국민의 뜻에 거슬리면, 그 자리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는 일부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17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을 통해 그러한 점을 명백히 보여 줬다. 열린 우리당이 영남에서는 거의 전멸한 것이나,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것은 당신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구도일 뿐이다. 한 가지만 짚자. 특정 지역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고, 특정 지역에서는 싹쓸이하는 정당이 과연 옳은 정당일까? 그렇게 해도 정당기표를 통해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자체도 모순이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묘한 구도로 끝난 총선 결과를 놓고, 상생의 정치를 하기를 바라는 국민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17대 총선을 통해 우리의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기를 바란다. 결과에 대해 누구를 원망하거나 누구를 탓하는 마음은 욕심일 뿐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17대 국회의 4년을 지켜볼 따름이다. 그리고 4년 후에 또 다른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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