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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노무현 대통령, 국민과 싸우려는가?

윤찬영( 1) 2003.11.26 13:49 추천:20

개혁을 바라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10개월도 채 안 된다. 그러나 그 동안 국민적 실망과 분노는 증폭되어 왔다.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 탄압과 망언,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 대한 저자세, 대북송금문제와 관련된 특검법안은 받아들이면서도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중적인 태도, 또한 새만금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 부안 핵폐기장 문제에 대해 무조건적인 질서유지 강조 등 일련의 행태들이 국민적 불신과 분노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국민적 불신과 분노 키우는 대통령

어제(11월 26일) 전북지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중요 사안에 대하여 참으로 현실과 어긋난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안사태에 대하여 공권력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아니라든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여야 한다는 식의 답변은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적 절차를 위반한 것은 어느 쪽인가? 심지어 거짓말이나 은폐를 행한 것은 어느 쪽인가? 초기에 조금 오판이 있었다는 말로 덮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새만금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방조제 완공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해수유통 가능성을 말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별 것 아니라는 듯한 발언을 했고, 법을 고쳐서라도 농업기반공사가 계속 공사를 맡는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역 시민단체들이 수준이 떨어진다든가 공약은 어차피 과장된 것이라는 둥 솔직한 답변인 듯 보이면서도 독선적인 그의 모습에 실망을 감추기 어려웠다.

11월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이 면접 탈락 1순위는 횡설수설하는 사람(25.3%)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 다음이 사오정형(20.0%), 임기응변형(18.5%), 독불장군형(15.8%)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수시로 말이 바뀌고 오락가락하는 모습, 아무리 사람이 죽어가고 사태가 악화되어도 굽힘없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 교차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좌우를 살피는 시야가 좁은 것 같다. 때로는 수구세력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그들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을 보란 듯이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도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위험수위 넘어서는 대통령의 '승부욕'

노무현 대통령은 승부를 즐기는 것 같다. 취임하자마자 평검사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더니, 승산이 없는 미국과의 싸움에서는 아예 저자세로 나가면서도 자신에게 항의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과 보수언론, 노동계, 국민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다. 부안사태의 주민투표조차 승패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폭력으로 정부를 굴복시키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 역시 승패의 관점에서 나오는 말이다.

조직적인 운동이나 실천보다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변호사도 되고 스타 국회의원이 되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전형적인 자수성가의 표본이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출세의 전형이다. 비교적 정의로운 경쟁과 승부를 통해 입신한 것이다. 따라서 아주 예외적인 자신의 경험을 암암리에 일반적인 가치에 결부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전으로 한판 겨루기에는 자신이 있어 보인다. 보수이든 개혁이든 자신에게 반대하면 승부를 걸고 나온다. 국민은 대통령과 싸우거나 승부를 가리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아니면 무관심할 뿐이다.

국가만큼 크고 복잡한 조직이 있겠는가? 이 엄청난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가 개인적인 한판 승부에 자신감을 가지고 국사에 임하면 위험하다. 귀를 땅에 대는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



- 윤 찬 영/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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