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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육부의 정보인권 파괴활동

김승환( 1) 2003.10.13 15:30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때아닌 '양가 아저씨' 파문이 일어났다. 후보자의 초·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손에 넣은 국회의원들 중 한 사람이 후보자의 성적표에 '양'과 '가'가 많은 것을 빗대어 후보자를 '양가 아저씨'라고 부른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생활기록부 유출은
명백한 범죄행위


여기에서 하나의 의문이 발생한다. 설사 가족이 와서 요구해도 떼어주지 않는 생활기록부를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입수했을까 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2003. 10. 2.치)에 의해서 밝혀졌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9월 19일 감사원장 후보자와 그 배우자가 다녔던 초·중·고등학교에 한 장의 업무연락이 날라갔다. 그것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발신,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감 경유의 공문이었고, 그 제목은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자료 요청건'이었다.

해당 학교의 어느 교감은 이렇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원래 생활기록부는 가족이 와도 떼어 주지 않게 되어 있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 교육청 산하다 보니 직속상관인 교육부와 교육청이 보내라고 하는데 보내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라는 것이다.

교육부장관, 광주광역시교육감, 해당 학교들의 교장들의 일련의 행위들은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우선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에 의하여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금지정보로 규정하고 있고(법률 제7조 제1항 6호), 다음으로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은 개인정보를 누설 또는 권한없이 처리하거나 타인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법률 제23조 제2항). 이와 함께 교육부장관은 헌법 제65조와 제111조에 따라 탄핵을 받아야 할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교육부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역시 불법적으로 넘겨받은 해당 국회의원들도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마찬가지다.


법치국가 토대마저 허무는 교육부의 개인정보 탐욕증

필자는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정보인권 후진국이라는 점, 그리고 이 때문에 개인정보를 실효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현행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을 대체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필자의 이러한 주장은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이데올로기 앞에 몽상가의 독백 취급을 받아 왔다. 그 와중에서도 특히 교육부의 개인정보 탐욕증은 이 나라의 법치국가적 질서의 토대까지도 허물어뜨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는 교육부가 학생 개인정보의 전체적 조망과 실시간(real time) 관찰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기로 기록·관리되는 생활기록부조차 상관의 명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법적으로 넘겨받아 불법적으로 이용·전달하는 교육부일진대, NEIS의 완성을 통하여 전국의 모든 학생들(결국에는 졸업생들까지도)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게 될 때, 어떠한 참상이 벌어질 것인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NEIS를 통한 거대한 사생활감시망 구축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NEIS와 관련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2003. 10. 7. 서울지역 대학 입학처장들이 모여 교육부에 2004학년도 대학입시 전형에 필요한 고3 생확기록부를 NEIS로 통일해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한 것이다(오마이 뉴스 2003. 10. 9.치).

▲네이스 반대 촛불시위. 사진/네이스반대 공대위
그들은 이 선언문에서 “대학입학 전형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학생부의 자료를 NEIS로 통일하여 주기를 교육인적자원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명백하다. 여러 고등학교에서 수기, CS, NEIS 등 여러 가지 형식의 생활기록부를 제출하게 되면 대학으로서는 이 자료들을 하나의 형식으로 통일하는 데 불편이 따른다는 것이다.

즉, 학교행정의 효율성을 위해서 NEIS로 통일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들의 기술편의주의적 발상의 저변에 인권의식은 아예 있을 수 없다. 이들의 이러한 요구는 교육부의 입맛에 너무도 잘 맞는 메뉴인 것은 물론이다.

학생생활기록부를 불법적으로 취득하여 이를 불법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한 인간(그의 배우자까지도)의 사생활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서도 국민 앞에 반성의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NEIS를 통하여 더 거대한 사생활감시망 구축을 기획하는 교육부의 최근의 행위들은 이를 정보인권 파괴행위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 김 승 환/전북대 법대 교수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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