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노무현대통령 당신의 3보1배를 촉구합니다

염경석( 1) 2003.11.14 11:15 추천:9

부안에서 전주까지 달리면 3시간이요 걸으면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부안 주민들은 열흘을 걸려 전주에 도착하였다.

10월 1일부터 열흘동안 엄마 따라 함께 가 는 나이 어린 꼬마부터 예순 남짓의 노인까지 가을 햇살에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130리 길 가깝고도 먼 길을 그들은 세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3보 1배를 하면서 정권의 참회와 세상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면서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감수하고 그 먼 고행의 길을 함께 한 것이다. 김제평야 황금 들녘을 가로질러 콘크리트 빌딩 숲을 지나는 기나 긴 여정을 온몸으로 함께 한 것이다.


나는 10여 일의 일정에 함께 하지 못하면 평생 죄를 질 것 같아 10월 10일 경기장 사거리부터 도청까지 행진하는 마지막 일정에 허겁지겁 결합했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핵 폐기장을 막아내기 위한 바램 하나로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난생처음 삼보일배를 해보았다.

탐(욕심) 진(성냄) 치(부끄러움)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지경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길을 거친 풍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허우적대는 한 인간으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앞사람과 옆 사람 참가한 1천명 남짓의 사람들이 속도를 맞춰 세 번 걷고 한번 절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이 온 몸은 땀으로 젖어 들었다.

얼굴의 땀방울을 장갑 낀 손으로 훔치며 낮은 자세로 아스팔트에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하길 10번 100번 200번 횟수가 늘어가면서 내 몸의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다리 허리 팔의 근육들이 긴장을 하면서 통증을 느끼게 했다.

어제도 삼보일배를 함께 했다는 환경단체 활동가는 오늘도 함께 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어제의 여파가 몸으로 느껴지는가 보다. 쉬는 시간이면 그는 인도에 철푸덕 앉아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힘차게 행진하고자 하나 불가능한 일이다. 삼보일배가 힘든 건 그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해야된다고 생각은 갖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실천하고자 하니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이 자신을 원망하는 것이다. 활동가의 양심으로 함께 해야한다고 마음은 먹지만 쉽지가 않다. 나 또한 항상 마음은 삼보일배 그 현장에 있지만 함께 하지 못하는 주어진 일정을 원망해 본다.

부안 주민들의 지속적이고 완강한 투쟁의 결과물로 최근에 정부와 부안 주민간에 대화기구를 구성하기로 하고 대화를 시작하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약속하고도 돌아서면 딴 말하고 핑계를 대면서 번복하는 행태를 보여온 것이 정부의 모습이기에 우리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

또 다시 부안 주민을 기만하고 핵산업계와 유착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부안 주민을 비롯한 민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모습은 어디 가고 공권력을 동원한 밀어 붙이기식 행정을 강행 하는 것인가요? 부안 사태를 바라보면서 당신을 믿고 지지한 전북의 수많은 민중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탐관오리 김종규의 학정에 부안 주민들은 촛불로 항거하고 있습니다. 김종규의 독재를 격려하는 당신의 모습에 또 순박한 부안 군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며 탄압하는 당신의 모습과 핵산업계와 유착된 지역언론의 왜곡보도에 부안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생업을 일시 중단할 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인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부안 군민들의 의지는 공권력의 폭력으로도 결코 꺾을 수 없습니다. 삼보일배를 해야 할 사람은 부안 군민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

진정으로 삼보일배를 해야할 사람은 부안 군민이 아니라 부안에 핵폐기장을 유치 설치하려는 핵산업계와 산자부 관계자 그리고 바로 당신입니다. 탐욕과 진노함과 치욕을 버리고 부안 군민의 소박한 민심을 살펴주십시오.

경제성과 안전성 지역발전 운운하며 부안 군민을 기만 현혹하지 말고 군수의 독재행정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군민의 의사에 반하여 군수의 독단으로 진행된 유치신청을 전면 백지화하고 100년 앞을 내다보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온 국민과 함께 합시다.

노 대통령님! 핵산업계의 로비에 넘어간 산자부장관을 비롯한 산자부 관료들의 거짓 보고에 현혹되지 말고 10년 100년 뒤의 미래를 바라보는 에너지정책을 결정하고 선정을 펴 주시기 바랍니다. 육신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정진수행하는 민초들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시지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