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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평]경찰관 피살사건이 남긴 교훈

평화와인권( 1) 2003.09.22 13:40

지난해 발생한 전주 금암2파출소 경찰관 피살사건은 인권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신창원 사건 이후 가장 고위급 인사가 본부장을 맡았다는 수사본부의 대대적인 1년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 자체가 해결되지 못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오히려 용의자들을 수사했던 7명의 경찰관을 인권침해 가해자로 인정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표면적으로는 음식물을 훔쳐먹다 붙들린 것이 빌미가 되어 별건구속 당해 갖은 고초를 당한 용의자들은 결국 여섯달만에 풀려났다. 살인혐의로는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백' 이외에 어떤 물증도 없었다. 그러니 당연한 결과다. 그래도 경찰은 아직도 이들을 범인으로 확신한다고 한다. 고문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기울인 일부 언론과 인권단체에 대해 분통이 터진다고 한다.

애초 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힌 세 명의 청년들은 경찰의 발표대로 "사건 일체를 '자백'"하기 며칠 전에, 즉 경찰이 이들을 용의자로 세상에 대대적으로 공표(증거도 없이)하기 전에, 다시 말해 경찰에 붙잡힌 순간부터 자신들의 혐의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렇다면 그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청년들의 주장과 변호사의 말을 통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박모씨(20)와 조모씨(21)는 전주북부경찰서 4층 체력단련실에서 주먹과 걸레자루 등으로 뺨과 발바닥 등을 얻어맞았으며 속칭 다리벌리기 기합을 5∼6차례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숨진 경찰관을 칼로 찌른 것으로 발표된 박씨의 경우 절도혐의로 잡혀오자마자 총의 거취를 묻는 경찰에 의해 집중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특히 살인혐의를 처음 자백한 것으로 발표된 조씨는 절도혐의로 체포된 날 새벽 2시부터 다음날 저녁 10시까지 약 40여 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조씨의 진술 시간은 오전 11시다). 기타 등등.

위 사례들이 모두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그리고 법원 판례들이 인정하는 범죄행위에 속한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환기시킬 필요가 있을까? 다만 국제적으로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가입하고 있는 '고문방지협약'에서) 수사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옹호하는지 상기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체포 또는 구금된 모든 사람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며 경찰관은 결코 어떤 경우에라도 고문 혹은 가혹행위를 행하거나 조장하거나 묵과해서는 안되며 이에 대한 어떠한 지시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제2조).

더구나 이 사건의 고문 피해자들인 용의자들은 수사관련자들의 손쉬운 범죄 대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관 피살사건의 용의자들은 이른바 '결손가정' 출신으로 자기방어 능력이 취약한 정신장애인이거나 갓 20대가 된 어린 청년들이었다. 지난 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N슈퍼마켓 강도치사사건에서도 10대의 정신지체장애인의 자백 진술서가 결정적인 유죄 자료가 됐다. 익산 택시기사 살해사건의 살인범으로 법원의 2심 판결까지 받고 3년째 복역중인 최모씨(19) 역시 경찰에 붙들릴 당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5세 소년이었다.

혹시 주제넘은 충고라고 받아넘길지 모르겠다. 우리는 경찰관들이 경찰이라는 직업이 요구하는 특별한 의무와 고도의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그 기본적 인권을 지켜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업무 처리 이상의 자기희생이 요구되며 일반인과는 다른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요구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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