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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핵][문정현의세상보기]부안의 추석

문정현 신부( 1) 2003.09.15 16:59 추천:11

간 밤에 수협 앞 부안 주민의 ‘반핵 민주의 광장’은 전투경찰의 방폐, 곤봉, 군화발로 짖밟혔다. 맨 손으로 길바닥에 누워 굳게 끌어 안고 엉켜있던 군민을 하나 하나 뜯어 끌어갔다. 저항하면 발로 차고, 곤봉으로 치고, 방폐로 찍었다. 경찰은 무자비했다. 우리의 눈으로 똑똑이 보았다. 가까운 성모병원은 환자로 가득 찼다. 이것이 노무현 정권의 실체다.


부안의 평화를 짓밟을 것인가!

- 2003년 9월 11일 추석날 / 부안 수협 앞


이틀 전 경찰이 ‘반핵 민주의 무대’를 철거했다. 우리는 다시 아름다운 무대를 다시 세웠다. 그래 놓고 울분을 삼키면서 흐뭇해 했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앞에서 또 철거했다. 무대는 포크레인의 힘에 힘없이 무너졌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무대를 발기 발기 뜯어냈다. 쓰레기 차에 싫어 내버렸다. 지켜볼 수 밖에 없던 우리 군민들은 무력감에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통곡하였다. 우리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짐승을 보는 듯했다. 이것이 노무현 정권의 실체다.

무대를 빼앗는다고 우리의 ‘반핵 민주의 광장’이 사라지겠는가? 그럴수록 우리의 피는 솟구친다. 끓는 피로 더 견고한 ‘반핵 민주의 광장’을 만들 것이다. 승리의 길을 따라 꺽이지 않고 나아갈 것다. 문제는 우리가 차를 몇 대나 불태웠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참고 견디느냐 다. “핵은 죽음이다.” 이것은 진리다. 우리의 확고한 명분이다. 이 명분을 앉고 우리의 길을 끝까지 걷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기필코 이길 것이다.

2003년 9월 11일, 핵 없는세상을 위한 ‘제48차 부안 주민 촛불집회’, 한가위, 추석날이다. 부안 군민은 길거리에서 추석을 맞았다. 오전에 부안 성당에서 합동제사를 올렸기에 오후 4시부터 ‘먹걸이 잔치’, ‘나눔의 잔치’를 벌렸다. 추럭 몇 대를 이어서 무대를 설치하였다. 가지 가지 색깔의 고무 풍선으로 무대를 아름답게 꾸몄다. 그 앞에서 제기 차기, 줄넘기, 투호, 윷놀이를 하였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넘처 흘렀다.

새 무대에서 노래 자랑도 하였다. 노랑 샤스, 노랑 모자, 노랑 스카프로 단장을 하고 한 손에 노랑 색 풍선을, 또 한 손에 촛불을 들고 ‘핵없는 세상을 위한 제 48차 부안 촛불집회’, 한가위, 추석을 꾸몄다. 노랑 색은 ‘핵 없는 세상,’ ‘핵 없는 부안’을 상징한다. 우리는 손에 촛불을 들고 환하게 서로의 얼굴을 처다본다. 우리의 자리는 환하다. 서로를 비춘다.

어두움 속에 전투 경찰 수 천 명이 움직이고 있었다. 전투경찰대열이 우리를 에워싸기 위하여 어둠 속에서 급히 걷고, 서둘러 뛰었다. 촛불집회를 빈틈없이 포위하였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어두움 속의 경찰이 훤한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예정대로 할 것을 다 마쳤다. 이제 우리 모두를 잡아가거라.

새끼줄에 돈이 조랑조랑 매달려온다. 저 돈이 얼마나 될까? 경찰이 부수어 철거한 무대를 다시 세울 만큼이다. 이렇게 우리는 투쟁비를 조달하기도 한다.

오늘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비옥한 땅에 감사하고 조상을 기리는 날이다. 2003년 추석은 부안 군민이 청정 부안을 지키기 위하여, 죽음의 핵을 물리치기 위하여 수협 앞 민주의 광장에 모였다. 과거에 없었던 특이한 추석이되었다.

현수막을 떼어 철거하니 우리는 뗄 수 없는 방법을 찾았다. 너 나 할 것없이 길바닥에 페인트로 우리의 주장을 써 놓는다. 경찰들이여, 어서 오라. 이 길을 닥아라. 산자부여, 한수원이여, 너희의 똥 오줌으로 이 길을 닥아라. 상설 무대를 철거하라. 우리는 더 아름다운 무대를 설치한다. 또 철거하라. 우리는 이동식 무대를 설치하여 절대로 더 이상은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평화스러운 모습을 보라! 이 평화를 깨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 평화를 방패로, 곤봉으로, 군화발로 짓밟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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