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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핵][문정현의세상보기]우리는 이긴다

문정현 신부( 1) 2003.07.26 11:58 추천:4

조용했던 부안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상가마다 "핵폐기장 반대", "핵폐기장 반대" 플랑카드를 걸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다. 택시의 앞뒤에도 걸었다. 택시는 익산, 군산, 전주를 가고 온다. 안가는 데 있나요?

택시 기사의 말이다. "우리가 안가는 데고 있나요? 서울도 가지요. 우리는 알리는 사람이요." 이렇게 온 군민이 똘똘 뭉쳐 있다.

우리는 이긴다-산자부, 행자부, 과기처 세 장관 부안 방문 저지투쟁

- 2003년 7월 26일 부안 수협, 군청 앞
- 시간 : 25분 (부안촛불문화제에서 상영한 영상입니다)
- 촬영.조현지, 편집.문정현


"부안은 새 역사를 시작한다." 흥분된 어조로 군민들은 말한다. 군민들은 지금 자부심으로 충만하다. 행자부, 과기처, 산자부의 세 장관이 부안 군청에서 공무원들을 교육시킨다. 이 예정을 알았다. 아침 9시까지 수협 앞에 모여 세 장관을 만나러 군청으로 행진하기로 하였다. 인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파는 계속해서 불어난다.

군청에 이르자 추럭 2대를 전진 배치하여 길을 막았다. 앞차의 유리창을 깨고 핸들을 돌려 밀어 빼냈다. 뒤차에 중무장 전경이 올라가 있어 힘을 과시한다. 시위대의 함성이 고막을 터뜨린다. 긴 함성을 연발한다. 경찰은 계속하여 촬영을 한다. 시위대를 자극하는 짓이다.

여성들이 전진하였다. 추럭 밑을 기어서 들어간다. "우리의 양심을 돈으로 사려고?" "안돼 안돼 핵폐기장 절대 안돼" 이렇게 외치며 들어간다. 구호를 계속 외치지만 전경의 방패를 뚫을 수가 없구나! 전경은 철모를 벗어 머리를 내리친다. 어머니의 머리를. 바라보던 동료들이 외친다. "야 이새끼야, 때리지마!" 뱃속 힘을 있는 대로 뽑아 소리친다. 경찰은 귀가 먹었다.

"저 군청 안에 있는 놈들 부안 사람인가? 아니다. 저 놈들에게 우리생명 맡길 수 없다."
"총 소리만 없지 80년 5월 광주사태다. 장관들이 할 일없어 공무원 몇 명 놓고 특강하러 부안 까지 왔냐? 군민 앞에 나와 특강을 하라."
"장관들아, 들어라. 너희는 왜 군민 앞에 나서지 못하냐? 너희가 있는 군청을 경찰병력으로 둘러싸고 군민들의 포위 속에서 교육은 무슨 말라붙은 교육이냐? 우리를 설득하라. 너희는 군청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나가려면 우리를 밟고 나가라."
"군민의 90%가 핵페기장을 반대한다. 공무원이여, 당신들의 부모 형제가 여기 있다. 불복종하라. 그것이 군민을 섬기는 일이다. 공무원 여러분 거부하세요."
"핵폐기장 몰아내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목이 찢어지도록 외친다. 배우지도 못한 분들 같은데 유창한 연설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온다.

군민들은 군청진입을 시도한다. 세워 둔 추럭을 건너야 한다. 추럭에 붙기만 하면 방패로 찍는다. 닥치는 대로 찍는다. 난간에 손이 올라오면 찍고 얼굴이 올라오면 내려친다. 파리처럼 땅 바닥에 떨어진다. 그래도 계속해서 붙는다. 올라간다. 떨어진다. 문규현 신부도 여러 차례 시도하여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동료의 부축으로 차 위에 던져지듯 올라갔다. 방패에 찍힌다. 군화발로 짖이긴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처참하다. 앞서서 내가 그렇게 시도 했지만 나를 끌어내더니 내 눈앞에서 저렇게 당하고 있다. 처절하다.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진격할 것입니다. 마지막 한사람까지 모두 잡혀갈 때까지." 지친 목소리다. 문규현 신부가 닭장차에 갇혀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성직자를 가두고 국민을 방패로 찍는 정부는 우리의 정부가 아니다." 원불교 부안 교당 교무님이 선언한다.

건너 편 경찰은 "교무님은 더 이상 선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응답하자 군민은 반사적으로 이에 함성을 터뜨린다. 교무님은 "문신부를 석방하라." 라고 끝도 없이 선창한다. 제일교회 목사님의 소리가 들린다. "교무님이 선동하는 것이 아니고 양심의 소리를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라고 마이크에 대고 말하니 함성으로 동의한다. "양심의 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문신부를 석방하라! 석방하라! 석방하라." 끝없이 외친다.

건너편 경찰의 방송소리다. "문규현 신부님은 지금 성당에 안전하게 계십니다."라고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그 순간 닭장차에 갇혀 있었다. 문신부는 "너무 많이 맞았다. 사방이 결린다. 피가 흐른다. 병원에 데려가라!"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거짓말,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경찰이다.

"성직자를 석방하라." "양심을 석방하라." 거짓과 진실의 대결인 듯 소리가 오고간다.

"장관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들을 잡아야 합니다."
이 소리를 듣고 부안 성당 쪽으로 일부가 자리를 옮겼다. 이동을 하면서 "빨리 이동해. 놓치면 안 돼." 군청에서 빠져나가는 저들을 잡으러 간 것이다. 한 참 후에 나도 따라갔다. 사실 장관들은 군청에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했다.

마침내 문 신부는 성모병원 응급실에 옮겨졌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느닷없이 전경의 대열이 움직인다. 앞뒤에서 우리를 향하여 좁혀온다. "가슴이 뛴다." 중년 부인의 겁에 질린 표현이다.
"우리는 물러날 수 없습니다. 뜨겁지만 아스팔트에 누워버립시다."
큰 목소리, 다급한 목소리가 터졌다. 모두가 누웠다.

핸트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여러분은 불법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귀가하십시오 아니면 체포합니다." 공포의 분위기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 쏟아 외친다. "안돼 안돼 핵폐기장 절대 안돼." 연속해서 외친다.

순찰차가 불자동차 소리를 요란하게 울린다. 공포감을 주기 위함인가? 그 뒤에 관광버스가 서 있다. 장관들이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대열이 흩어지지 않는다. 무전기 소리가 들린다. "빨리 몰아내!" "안됩니다. 대부분 여자들입니다." "뭐?" 성난 목소리다. "안 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는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저들의 길이 막혔다. "우리는 저들을 잡아야 한다. 저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저들은 우리의 소리를 듣고도 듣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잡아서 직접 말해야 한다."

하는 수 없이 차가 후진하였다. 앞 뒤 전경대열도 물러났다. 우리의 승리라고 환호하였다. 진짜 환호다. 장관들이, 그것도 세 장관이 백성 앞에 떳떳하지 못하여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듯 사라졌다.
여러 추측이 나왔다.

"나가려면 어떻게든 나가지요. 버스로 못 나가면 승용차로 빠져나가고 승용차도 안되면 걸어서 나가면 되지요. 그러면 체면이 말이 안되지요. 국민 앞에 나서지 못하는 장관, 세 명의 장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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