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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연재]류경호의 문화읽기(7)

류경호( 1) 2003.07.08 10:27 추천:3

최근 각종 납치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 강남경찰서와 강남구가 올 연말까지 340여대의 범죄예방용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기로 한 것을 놓고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찰은 범인들이 시시티브이를 고장내고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폐쇄회로 설치지역에?촬영지역?표지판을 달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사건 사고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자유에의 구속은 더욱 심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훔쳐보기-폐쇄화된 문화의 반증

우리 공연의 형태는 어떤가? 전통 공연 형태는 열린 구조로서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더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연이 문화회관이나 극장 안으로 들어감으로서 닫힌 구조로 바뀌었다.

이 닫힌 구조는 서양의 무대공연 양식으로 우리나라 개화기 이후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오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규시(窺視)본능과 다르지 않다. 바로 어두운 곳에서 무대 위의 배우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고 대리만족을 체험하는 것이다.

전통 혼례풍습 중에도 첫날 밤 신랑 신부의 초례청의 문풍지에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 훔쳐보던 묘미를 우리는 잊지 못한다. 요즘은 거의 없어진 문화가 되었지만 인류의 문화는 이처럼 보는 것과 보여주는 행위 두 가지의 측면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카메라가 달린 전화기를 통하여 무작위로 배포되고 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현대인의 생활이 폐쇄화 되어가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한때 모 연예인이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 시중에 배포되자 외국으로 피신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 지금 폐쇄회로를 통한 시민들의 감시체계는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물론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이지만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제도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국가예산의 낭비라는 생각이 앞선다.


감시를 통한 체포보다 예방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필요는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개발되고 발전되어 나가는 기구가 되겠지만 자승자박의 길로 접어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편리함이 오히려 사람을 구속하고 인간성 상실의 소외가 사회문제로 대두된다면 애초의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감시를 통한 체포보다 예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모니터를 통하여 비춰지는 것은 벌써 현실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기호이니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그립다.



* 필자는 40년이 넘는 지역 연극 역사를 갖고 있는 전주 창작극회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극인으로써 또 생활인으로써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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