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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보사회는 노동자 감시사회

편집팀( 1) 2003.07.14 11:50

요즘 감시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크게 늘어났다. 강남과 인사동에 CCTV 설치나 핸드폰 몰래카메라로 급속도로 광범위한 관심영역이 되었다. 직원 몰래 이메일을 훔쳐본 상사가 구속되는 일이 발생할 정도이니 이미 심각한 문제다.

많은 이들이 전자감시를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좁게 해석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감시는 개인보다는 집단감시를 선호하고 동시에 권력의 문제를 끌어들인다.

현대권력은 전자적 수단을 통한 보이지 않는 감시 덕에 그 반경을 넓히고 억압적 속성을 숨기는 재주를 터득한다. 노동자 감시가 극악한 통제유형으로 군림하던 테일러 주의(?)를 보다 과학화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제방식에 언젠가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권력의 보이지 않는 감시

기업 내 감시 시스템은 80년대 후반 대기업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였지만, 최근에는 저렴해진 비용으로 중소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설치되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온라인 감시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네트워크 감시는 사이트 접속 차단에서 이메일 확인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의 업무가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첨단네트워크 감시장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감시 기술의 발달로 CCTV, 전자신분증, 위성 위치추적 시스템(GPS), 전화 도청 장치, 인터넷 이용 감시, 생산자동화시스템 등 영상정보통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보통 노동자 감시 시스템 도입의 명분으로 산업안전, 보안, 업무효율성 제고, 고객서비스 관리, 도난방지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자 사생활 침해, 노동조합 파괴,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통제에 애용되고 있다.

7·80년대까지 노동자들은 퇴근시간에 몸을 수색하는 반인권적 노동자통제에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회사는 이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의 주머니뿐만 아니라 머릿속까지 수색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통제'로 가는 노동자 감시

첨단 기술을 통한 감시기술은 기존의 노동통제 기술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감시기술의 발달로 몰래 이루어지는 은밀한 감시가 가능해졌다. 또한 모든 노동자에 대한 24시간 전면감시가 가능하다.

정보의 선택, 축적, 편집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초정밀감시와 정보통합화가 가속화된다. 지역적 한계까지도 초월하여 모든 행적을 추적 감시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보이지 않아 오히려 표면적으로 노동에 대한 자율이 확장되는 것으로 보이게 하며, 그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

자본가는 노동자 감시기술을 통해서 직접적인 지배와 명령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활동할 수 있는 '자기통제'를 목표로 하며, 노동자들에게서 지속적인 복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노동자는 감시대상자, 자본가는 정보수집가

감시는 유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모니터링과는 구별되며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감시자, 즉 자본가에 의해 감시대상자, 즉 노동자는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는 이 사실을 모른다.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모든 작업 관련 노동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수집분석결과 감시대상자는 고과에 매겨지거나 상벌을 받을 수도 있고, 감시대상자가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일 경우, 노조파괴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격렬한 투쟁을 전개했던 롯데호텔, 발전, 재능교육 노조 등은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차단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감시, 노조파괴까지 이어져

작업에 대한 감시는 생산량, 문서처리량, 자원의 사용, 컴퓨팅 시간, 전화사용 횟수, 커뮤니케이션 내용, 서비스 태도, 감시, 도청행위 등이 범주에 들어가는데, 위치확인카드, 호출기, TV, 카메라, 일에 몰두하는 정도, 실수의 경향과 빈도 등도 노동자 일반행위에 대한 감시 부분에 들어갈 수 있다.

정보감시기술의 발전에 따라 작업장 감시는 그 수준과 폭을 훨씬 강화하고 다양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산증대에 기여하도록 계획되고 요구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감시감독의 목적으로 주로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작업모니터링, 품질관리와 고객서비스 향상, 법과 규칙의 준수, 교육과 감독의 지원, 안전한 작업장의 확보, 사용자의 재산보호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작업장에서의 감시감독은 대부분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는지를 확실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정보적 감시체계는 왜 문제인가? 이러한 문제의 상당부분은 감시의 익명화와 자동화 그리고 모든 행동과 움직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련된 감시·통제의 과정의 급속한 변화 등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이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을 통해 노동과정은 '정보파놉티콘'적 권력지배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침내 이 속에서 노동자들은 감시를 내면화하여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기규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 '자기정보통제권' 확보해야

2001년 (주)대용의 공장내 CCTV 설치사건을 계기로 노동자감시근절을 위한 물꼬는 트여졌다. 전국적 수준에서, 노동조합 수준에서, 또 현장조직 수준에서 앞으로 프라이버시에 관한 개념 정립, 그리고 전자정보 감시통제 문제와 노동과정의 정보화 문제, ERP,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 CCTV 등 자본의 통제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노동권 범주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가야 한다.

현 수준의 통신비밀보호법보다 훨씬 심층적이고 포괄적인 입법을 통하여 정보사회를 민주적 방향으로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감시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의 결성은 이러한 투쟁을 주도해 나가며 논의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금융감독원 앞 역감시카메라 설치 퍼포먼스. 사진/참세상뉴스

노동자 감시통제를 둘러싼 투쟁은 기존 전자정보감시장치를 폐기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도입될 감시장치에 대해서 협약을 명시해야한다. 그리고 자본이 작업장에서 수집한 일련의 통제정보에 노동자들의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또한 그것을 변경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정보통제권'까지 노동자들 스스로 확보해 나갈 수 있어야한다.

노동감시기술을 둘러싼 노동자 투쟁은 기존 감시장치를 폐기하고, 앞으로 도입될 감시장치에 대해서는 협약을 명시하는 차원에서 '감시를 받지 않을 권리'를 달성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노동감시기술이 역감시로 극복될 수만은 없다. 궁극적으로 '투명해진 작업장'이 누구에게 유익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감시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생산관계라는 특정한 사회적 관계가 규정한 관리방식으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관계와 권력관계에 대한 해명을 접합하는 역감시는 그 자체로 의미 있다. '반감시'를 넘어 노동자 민중에 의한 '역감시'를 주장하자.



- 이황현아 /노동자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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