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문정현의세상보기] 삼보일배 영상(33)

문정현 신부( 1) 2003.05.22 15:46 추천:5

개벽이다. 다른 종단의 성직자가 하나되어 거대한 세상일에 도전했던 일이 있었던가? 성명서 정도는 몰라도 이렇게 50일 넘어 함께 고난의 길을 걸으며 생명의 존엄성을 표현했던 일이 있었던가. 한국 종교사에 큰 계기가 아닐 수 없다. 후예들에게 큰 힘을 남겨주는 종교인들의 행적이다. 세상을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성직자들. 보는 사람들을 짖누른다. 이 무거운 먹구름이 뚫어지는 듯하다. 조금만 힘을 합쳐주면 뚫릴 것만 같다.


묵언도 언어다[김지하]
수경스님 실신, 119에 실려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


2003년 5월 21일/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조선일보는 이곳을 마치 이익집단이 모여있는듯 말한다. 거짓이다. 거짓 집단이 조선일보다. 이들이 왜 이익집단인가. 이익집단만 있고 정부는 없다고? 그래서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다. 거짓된 조선 일보를!

가냘픈 원불교 여자 교무님들! 어디서인지 울리는 목탁소리에 마추어 걷고 절을 하는 저 교무님들. 마음이 저려온다. 3보1배에 지쳐 길바닥에 앉아있는 저 모습들, 나의 간장을 녹인다. 나의 간장이 녹아내린다. 어제 가톨릭의 날, 사제들이 삼보일배를 수행했다. 오늘 아침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팔이 아파 밥숱가락을 들을 수 없다고. 이런 비명의 소리를 들었다. 저 여인들은 내일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그런데도 삼보일보 수행자는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 모여들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 지지자들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난동자들에게 신분을 대라니까 도망친다. 농업기반 공사 직원들이 인솔하는 것 아닌가? 말투를 보면 전북 국장급이 인솔하는 것 아닌가? 신분을 대지 못하고 도망치니 알 수는 없다. 이부영 의원의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과천 성당 앞을 지난다. “주님, 저들을 굽어보소서.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저 처절한 기도에 응답하소서. 대부모들의 만남, 합동미사때 꼭 이 기도를 들어주소서.

김지하 시인은 삼보일배에 안 와보면 역적이 된다해서 왔단다. 고생하시는 분들게 일찍 찾아오지 못해 죄스럽다. 참 고생하신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까? 이 암울한 장소에서… 유명인사이시기에 카메라가 집중된다. 캠코더를 클로즈 업한다. 아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삼보일배는 세 발 걷고 한 번 절을 하는 ‘례’이다.

탐진치(탐심,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심(세 가지 독이 되는 마음)이 인간에게 있다. 고통의 원인이다. 이를 극복, 제거해야 영원한 행복이 온다. 첫 발작은 탐을, 두 발작은 진을, 세 발작은 치를 하심(자신을 나추는 마음)으로 극복한다. 절을 한다.

수경 스님은 55일의 수행에서 부서져버렸다. 오후 일정에서 한 번 휴식을 하고 다시 일어나 수행길을 간다. 두 번째 휴식에 이르지 못하고 쓰러지셨다. 스님의 머리를 나의 무릎에 눕혔다. 맥박을 집어 보았다. 맥은 뛰고 있었다. 119를 불러라 소리쳤다. 금방 온다던 119 구급차는 왜 오지 않는가?

마음이 급하다. 구급차가 온다. 이제 마음이 놓였는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환자 앞에서 울지말라고 야단을 친다. 울음을 참았다. 울음이 속으로 터졌나보다. 나의 어깨가 들썩인다. 주변은 우왕좌왕 야단이다. 차에 올라탔다. 꼭 숨이 떨어지는 것만 같다.

삑삑소리가 살아있는 소리인가. 길은 자동차로 가득했다. 긴급의 소리도 여러가지였다. 꽥꽥, 윙~위~, 방빵. 요란한 소리에 가까스로 비집고 뚫고 간다. 여의도 성모병원이다. 삼보일배를 하다가 쓰러진 스님이시다. 의사 선생님은 무슨 말인지 알아듯지 못한다. 카메라가 모인다. 그제사 무슨 사건이구나 하고 느끼나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