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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의세상보기] 삼보일배 영상(35)

문정현( 1) 2003.05.29 02:27 추천:3

정부 과천 청사에 도달했다. 해창 갯벌에서 여기까지 기어서 왔다. 세 발 걷고 한 번 절하며 왔다. 하루 하루는 사선을 넘는 삼보일배였다. 길 바닥 틈에 끼어 삐뚜러져도 살아 올라오는 생명을 스치듯 바라보며 더디게 왔다. 54일 동안. 300Km를!


새만금 일단 중단하세요! 농림부, 환경부 장관과 대화

삼보일배 54일 째/2003년 5월 24일 정부 과천 청사 정문 앞


정부 과천 청사! 수행자들, 서로 끓어 안는다. 흐느낀다. 눈물이 터지듯 흐른다. 울고 다닌다며 흉을 보던 수경 스님도. 나도 운다. 수경도 울었으니 우는 것이 이제는 흉이 아니다. 울지 안을 듯하더니 수경도 우쇼? 후에 웃고자 하는 소리다.

정부 과천 청사! 정부다운 정부라면 감동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여기까지 기어서 왔다.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이 아니다. 정말 더디게 어렵게 어렵게 포복하여 왔다. 문규현 신부는 나와 수경 스님이 흐느낄 때 담담한 듯 하더니! 한 번 쉬고 두 번째 쉴 때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울음이 터졌다. 수경의 무릎에 머리를 박고 큰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눈물이 터졌다. 온 몸이 지진처럼 흔들리며 폭포 같은 눈물을 흘렸다. 나의 마음은 찢어졌다. 용기를 내어 울지 않으려고. 그러나 눈 앞에 보이는 사람 수행 팀장을 끌어안고 울었다. 또 다른 수행원의 목을 감아 잡고 얼굴을 파묻으며 울었다. 그 모습을 어찌 글로 표현하랴. 먼저 울었던 수경 스님은 문 신부의 등을 두드리며 달랜다. 주위는 침묵이다. 모이면 신소리하던 동료 심부들이 말 없이 조용하다.

아! 억센 자본의 힘이여! 그 추종자들이여. 그대들은 눈물도 없는가? 농업기반공사의 수장 농림부 장관의 얼굴을 보라. 진실을 읽을 수 있는가. 잔인한 그대들이여. 대통령님, 이 읍소를 들어라. 마음이 아프다고? 그러면 중단하라. 두 다리 걸치지 마라. 한 다리라도 올곧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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