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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NEIS는 시정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 대상

평화와인권( 1) 2003.05.18 13:56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에서는 '인권위'라 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아래에서는'교육부'라 한다)가 추진을 강행해 왔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아래에서는 '네이스'라 한다)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인식부재

네이스의 27개 영역 가운데 보건, 교무·학사, 입학·진학 등 3개 영역을 인권침해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할 것과, 교원인사 영역의 170여개 항목 가운데 병역, 혈액형, 가입한 정당사회단체 등 27개 항목도 마찬가지 사유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전교조의 주장을 100% 수용한 것 아니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명득 인권정책국장은 “인권의 원칙대로 판단했을 뿐, 어느 한 쪽의 안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교육부는 인권위 결정 당일에는 “이미 97% 이상의 학교가 네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인권위 결정은 유감이지만 인권위 권고를 존중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다음 날 “인권위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학교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학사일정에 차질이 발생한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인권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정보자기결정권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NEIS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는 도대체 네이스는 무엇이고, 그것이 국민의 인권과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가 라는 원론적인 물음을 다시 던져볼 필요가 있다.

네이스는 학생, 학부모, 교사와 관련된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강제적으로 수집하여 이를 인터넷을 통해 각 시·도교육청 서버에 보내고, 각 시·도교육청에 집적된 개인정보들은 다시 교육부 서버에 옮겨져 전국단위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네이스가 목표로 하는 것은 교육행정의 전자정부화 실현이다. 이를 통해서 교육행정의 효율성이 현재의 시스템보다 월등하게 높아진다는 것이 네이스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교육부장관, 인권위결정 무시하면 탄핵소추대상

네이스의 본질을 법적 관점에서 보면,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정보의 강제적 수집행위이다. 이미 1980년에 공표된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개인 데이터의 국제적 유통에 관한 OECD 가이드라인」, 이를 모델로 한 각국의 개인정보보호법제, 판례 등은 공통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정보의 강제적 수집은 국민의 정보자기결정권(미국식으로 표현하면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1) 근거법률을 마련해야 하고, 2) 이 근거법률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며, 3) 이 근거법률은 수집된 개인정보가 어떠한 방법과 절차 및 한계내에서 이용될 수 있고(이용가능성) 다른 국가기관에 전달될 수 있는지(전달가능성)를 규정해야 하고, 4) 개인정보가 목적을 넘어서서 수집되거나 수집된 개인정보가 목적외로 이용되거나 전달되지 않도록 사전적 억제장치와 사후적 제재장치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권력이 개인정보를 강제적으로 수집할 때, 위 네 가지 요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정보자기결정권을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에 인권위가 내린 결정에는 네이스가 법치국가적 형식과 절차 및 한계를 무시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지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17일 인권위가 교육부에 보낸 결정문에는 “전산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학생 개인정보를 16개 시·도교육청 서버에 모아 관리하거나 시·도교육청에서 개인정보를 민원인 등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결정은 네이스가 정보자기결정권을 위헌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본질적 문제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서 그 의의가 크다고 보아야 한다. 처음부터 합헌적 해석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네이스에 대해서 인권침해의 사전예방적 기능을 수행하는 인권위가 올바른 헌법해석을 한 것이다.


교사들, NEIS 협력할 의무 없어

인권위 결정에 대한 교육부의 반응은 한 마디로 목불인견이다. “인권위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인권위가 국민의 기본권보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전혀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인권위의 권고는 단순한 사실적 권고가 아니라 유권적 권고이다.

네이스에 인권침해소지가 있다는 인권위의 결정을 장관이 무시하는 경우 그 장관에게는 바로 탄핵소추사유가 발생한다. 인권위의 결정은 교사들에게 네이스에 협력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을 공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네이스에 협력할 것을 강요하고 협력하지 않는 교사들에게는 징계를 가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형법상의 강요죄(제324조)와 협박죄(제283조)를 구성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현재 네이스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어 있는데, 헌법재판소 역시 인권위의 결정을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게 될 것이다.

한국교총 소속 정보담당교사 350여명이 교육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면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네이스에 관한 인권위의 결정은 모든 교사들이 지켜야 할 인권지침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그들의 언행으로부터, 학생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교사들이 학생인권의 파괴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비극적인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 김승환 /전북대학교 법학과 교수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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