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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의세상보기]삼보일배 영상(20)

문정현( 1) 2003.05.05 22:14

삼보일배자들의 "묵언", 다소 생소한 단어다. 침묵, 대 침묵이란 단어에 익숙하다. 말을 전혀 하지 안하는 것을 대 침묵이라는 인식이다. 지켜본 바에 따라 묵언은 대 침묵이다. 스님, 신부님, 교무님, 목사님 네 분은 결의체 찬 묵언이다.

진행자들의 묻는 말에 글자판에 글로 써서 의사를 표한다. 그러니 감히 말을 걸지도 못한다. 대 침묵에 익숙했던 나 자신이기에 더욱 그렇다. 눈으로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나는 투쟁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만에 만나도 말없이 끌어안는다.

"신부님, 어떡하면 좋아." -삼보일배 38일 째

성환성당 2003년 5월 4일 주일


왜 묵언을 하는가? 삼보일배는 시위다. 지금까지의 확신을 삼보일배로 보이고 있다. “새만금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갯벌의 모든 생명을 살리자.” 바로 이것이다. 이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오랫동안 지치도록 다 했다. 한 일을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더 이상 할 말도 없을 만큼. 누가 물어도 내내 그 대답이다.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 말이 그 말이다. 그런데 똑 같은 질문을 한다. 기자의 질문은 짜증이 날 지경이다. 네 분의 성직자들은 “묵언”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붙여 달고 다닌다.

지금 평택 성당에서 기거하고 있다. 장대비로 삼보일배를 하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처절하다. 나는 그들의 의지를 알기 때문에 감히 의견을 말하지 못한다. 비오면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참 다행이다. 비를 피해 좀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쉬는 모습은 좋은데 삼보일배의 광경은 바라보기에 너무 힘이든다. 한 엄마는 달려들어 울며 불려 “어떡하면 좋아” 하고 몸을 끌어 않는다. 보기에도 딱하다. 멀지감치 서서 눈물을 먹으며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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