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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의세상보기] 삼보일배 영상(16)

문정현( 1) 2003.04.30 12:06 추천:2

서울까지 갈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해. 반신반의였다. 엄청난 일을 시작했기에 생기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다르다. 본인들은 물론 수행하는 주변 분들도 갈 수 있다. 분명 간다. 서울까지 간다는 것은 이제 누구에게도 걱정이 아니다.


절대로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삼보일배 34일째 / 온양 - 신동 - 천안 / 2003년 3월 30일



이제 또 다른 생각이 뛰쳐나오고 있다. 서울까지 가는 동안 새만금간척사업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바로 이것이다. 그래? 그러면 과천 종합청사를 몇일 동안 빙빙 돌자. 국회의원? 그 분들 정신차려야지. 죽고 사는 문제를 놓아두고 엉뚱한 일에 골몰하는 저 분들을 그냥 놔둘 수 없지! 광화문 종합청사에서 시작하여 청와대 부근 효자동을 누비다가 쓰러지면 되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로 35일을 지낸 나는 이제 무서운 생각이 든다. 아니, 저들이 산보일배를 시작할 때 차라리 “다비식”을 하자고 하였다. 진심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무리한 일은 하지도 말라는 뜻이었다. 사실 삼보일배 시작날 3월 28일이 가까워 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과연 다비식 같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지금 천안을 통과하고 있다. 오는 동안 문규현 신부의 동창 신부님을 몇 분 만났다. 그들을 보면 마치 나의 동생 같은 마음이다. 나는 어이, 내 동생 그냥 놔둘거야? 문규현을 죽일거야? 이렇게 묻곤 하였다. 도와달아는 뜻도 있지만 날마다 눈으로 보는 것이 괴롭다는 뜻이 더 크다. 이제 가슴이 뛴다. 울음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수경스님은 요즈음 왼쪽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고 있다. 무척 아픈가보다. 왼쪽 다리를 주무르면 너무나 아파한다. 이제는 오른 쪽 팔이 아프단다. 그렇지. 왼쪽 다리가 아파 쓸 수 없으니 왼쪽 팔에 힘을 쓰게되지. 그러니 아플 수 밖에. 지금 찜질을 하고 야단이다. 팔을 주무르니 비명을 지른다. 아파요!! 가만히 주무르세요. 이렇게 통증이 심하다!!!

저들은 지금 말이 없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금까지 온갖 수단을 다 써가며 외쳐왔다. 더 이상 들을 말이 있는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지금 이 처절한 삼보일배를 보면 모르는가? 중단하라.

삼보일배 행렬를 뒤따라가며 기도한다. 바람아 불어라. 너무 덥다. 지열이 올라온다. 나는 어려서 염천에 부모님 따라 밭에나가 고추를 따던 생각이 난다. 밭고랑을 따라 고추를 따던 일이다. 한 고랑이 너무 길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내 몸을 끌고 고추를 딴다. 일어서면 허리가 굳어 펴지지 않는다. 그때 고마운 것은 시원한 바람이다. 그래서 바람아 불어라 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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