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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의 세상보기] 삼보일배 영상(17)

문정현( 1) 2003.05.01 12:09 추천:1

날이 무척 더워졌다. 천안을 향하는 길은 교통도 아주 복잡하다. 매연 속에서 걷고 절을 한다. 서행을 하다가, 혹은 정지했다가 떠나는 차량이 품는 매연은 마치 코구멍에 대고 품는 것 같다. 혼잡의 요인을 우리가 주기도 하지만 너무 마음이 아픈 나머지 운전자가 밉다.


생합은 논에서 살 수 없다.

새만금 갯벌과 생명 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35일 째
2003년 5월 1일 노동절에



도심에 이르니 쉬어갈 곳이 마땅치 않다. 건물로 이어져 있어 공터를 찾기가 쉽지않다. 고마운 분이 계셨다. 자진해서 공터를 기꺼이 제공해주셨다. 그 뿐이 아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찾아오셔서 돈 봉투까지 주고 가셨다. 그런 분이 또 계시다. 길가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 동안 작은 추럭을 길가에 세우더니 돈을 주시고 도망치듯 달아나셨다. 우리는 그 분이 누구인지 모른다.

문규현 신부는 충남을 지나는 동안 동창신부들의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오늘도 천안 용화동 성당 주임신부님이 시작부터 온 종일 삼보일배에 동참하였다. 신부님도 마음 아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에 유학 중인 외국인도 일부러 와서 대열에 섰다. 이런 마음이 모아지기를 빈다.

삼보일배의 대열은 왠 앞에 스님, 신부님, 교무님, 목사님이 한 발작, 두 발작, 세 발작을 걷고, 그리고 깊은 절을 한다. 그 뒤에 삼보일배 35일 째라는 표시, 플랑카드가 서고 그 뒤에 각 종파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섞여서 전진을 한다. 800m 쯤 가다가 자리를 깔아놓고 삼보일보자들이 땀을 닦고 몸을 푸는데 많은 이들이 도움을 준다. 스님이 이희운 목사의 다리를, 목을 주물러준다. 여기서 이것은 흔한 일이다. 보기에 너무도 아름답다. 이것을 종파를 초월한다고 하는가?

수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온 종일 함께 하는 분, 한 나절, 몇 시간씩 함께 하신다. 이 분들이 오셔서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나누는 이야기가 많다. 내가 한 말이다. “새만금 간척지를 관광해? 가서보라. 들어가면서 왼 쪽은 완전히 콩크리트 벽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옹벽을 따라 차를 타고 달린다. 방조제 끝에 가 차에서 내려야 바다를 볼 수 있다. 그게 관광이냐? 돈 많이 들어가면 웅장하고 그래서 관광지냐?” 그냥 이야기가 아니다. 화를 내며 말한다. 속직히 말하건데 듣는 이들의 반응이 없으면 더 화가 난다.

꽃피는 계절이다. 연도에 심어놓은 꽃들이 많다. 아름다운 꽃들이다. 그런데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저 큰 고생을 지켜보니 그럴 수 밖에… 그런데! 고속전철역의 이름을 “아산 역”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플랑카드가 붙어 있었다. 또 하나의 초 대형 국책사업의 곁을 지나가게 된 것이다. 역사가 멀리 보이지만 참 장관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가름합니다. 우리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외치며 지나간다.

언론들이 이 아픈 곳을 찾아주지 않는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관심이 없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KBS2 제작자와 카메라맨이 이틀동안 취재하였다. 참 고마웠다. 한편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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