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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의세상보기] 삼보일배 영상(18)

문정현( 1) 2003.05.03 11:53 추천:2

논산- 천안간 고속도로 남천안 출구로 나와 쌍용대로에 들어서니 교통의 혼잡이 보통이 아니었다. 천안에 오랜만에 온 터여서 완전히 이방인이었다. 교통이 그렇게 복잡할 줄 몰랐다. 나는 흐느낀다. 혼자 있으면 더욱 그렇댜. 오늘도 그랬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만 흐느끼다가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쏟아지며 통곡하듯 울었다. 화면이 흔들린다. 그래도 걸음 한 번, 절 한번을 놓치지 않으려 찍어댔다. 녹화된 테이프를 집에 가지고 가서 편집을 하면서 또 울겠지? 오늘은 좀 심했다. 가까운 젊은 사제들 앞에서도 울음이 터지곤 하였다. 코먹은 소리로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천안 도심을 헤쳐가며...

삼보일배 36일 째 - 2003년 5월 2일(금요일)



수경스님은 지리산 살리기 걷기를 100동안 하면서 왼쪽 무릎이 상했다. 북한산 터널 공사를 막기 위하여 긴 농성을 하다가 깡패들 한테 죽을 고비도 넘겼다. 우리는 스님을 무서운 분이라고 자주 말한다. 자본은 무서운 스님도 가소롭다. 자본도 무서운 것인가보다. 하기야 몇 사람이 죽어 나가도 물러서지 않는다.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쉬는 곳도 점점 더 복잡해진다. 물을 자주 마셔야 하는데 길경일 교무님은 물을 마시지 않는다.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것도 걱정이다. 잠시라도 장갑도 벗고 양말 벗고 쉬어야 한다. 앞으로는 서울까지는 교통혼잡을 뚫고 가야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 천안 길를 따라 가다 보니 앞으로 삼보일배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주 힘든 일이구나 하며 걱정한다.

삼보일배는 이 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렇게 정치적 압력을 가해서 새만금을 막는다 하더라도 자본과 개발의 관계를 보면 또 다른 대형사업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기회에 모든 생명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오기를 바란다. 효순이, 미순이의 죽음으로 작으나마 민족 자주의 근본적 의식이 변했던 것처럼 삼보일배의 고행, 수행을 통에 생명의 존엄성인식변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막내 누이동생이 왔다. 눈물을 흘린다. 내 가슴을 파고들며 통곡을 한다.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아픔이길 바란다. 나는 날이 날 마다 울고 산다. 많이 울어라. 너희 오빠에 대한 아픔이겠지? 오빠는 왜 저 고생을 사서하느냐? 새만금 갯벌의 뭇 생명들의 소리없는 죽음 때문이 아니냐?

나는 삼보일배자들이 가는 길에 꽃바구니를 놓아주고 싶었다. 마침 가도에 마련된 화단에 예쁜 꽃 무더기가 눈에 띄었다. 무더기 뒤에서 촬영을 하였다. 가상일 지라도 꽃길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저들의 고행이 생명구원의 씨앗이 되기를…. 너도 나도 생명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세상의 시작이기를…. 그 영광의 날을 기다린다.

목적 잃은 새만금사업, 방조제 쌓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 전북의 발전계획,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을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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