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문화연재] 류경호의 문화읽기(5)

류경호( 1) 2003.04.26 12:07

청년시절 생활이 빈곤하여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연극을 하면서 말이다. 주변에서는 다단계 사업이라며 부업으로 그만 이라는 제의도 많이 받았다. 물건을 구입하고 또 다른 이에게 전하는 방식의 사업으로 하부의 조직을 키우면 키울수록 수입도 오르면서 안정된 생활을 보장 받는다는 것이다.

한번 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나는 물건을 들고 알고 지내는 몇몇 지인들을 찾아 경위를 설명하고 또 친척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 찾아갈 곳이 없어졌다. 결국 다리품도 팔지 못하는 수입에 서러움만 남았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도 많은 유혹과 다른 개념의 사업이라며 권유하는 이도 많았지만 당신이 먼저 성공의 괘도에 이르면 그 본보기로 삼아 그때 나도 하겠다면 더 이상 얘기는 없었다.

성공의 기준은 모두가 달라

성공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아직 성공에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장성하여 일반인들과 함께 결혼하고 자식 낳아 별탈 없이 살아가는 것이 일상의 삶의 방식이리라. 그리하여 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멸하면 끝인가? 그런데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들을 좋아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이는 그 욕심이 과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겠지만 하고싶은 일을 하는데 더 무엇을 바라느냐 한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또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의 반열에 오른다고 해도 자신이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도 성공이 아닐 것이다.

한길 걷는 장인정신 아쉬워

며칠 전 홍콩의 영화배우 장국영이 호텔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소식에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슬퍼하고 있다. 자살을 통하여 본인만이 갖고있는 우울함이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는지 모르나 죽음이 진정 자유인으로 이르게 하였는지 의문이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려워도 헤쳐나갈 길은 있을 것인데 말이다. 만족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열정에 비유한다면 오직 한 길을 걷는 장인 정신이 아쉽다. 외곬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에게 부러움이 있다. 온갖 유혹도 많았을 법하지만 한눈 팔지 않고 그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어깨의 의미는 인생의 성공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다 하더라도 열정이 변질되면 수수한 창작열의는 사라질 것이다. 한때 연극을 이어가기 위하여 다양한 직업을 기웃거리고 또 ‘배고파야 예술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아마추어리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 필자는 40년이 넘는 지역 연극 역사를 갖고 있는 전주 창작극회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극인으로써 또 생활인으로써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