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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현의세상보기] 삼보일배 영상(3)

문정현( 1) 2003.04.04 11:52

서울 일정, 이라크 파견 동의한 통과 저지를 위한 투쟁, 그리고 비상 시국 국민회의에 참석하고 부지런히 삼보일배의 자리에 서둘러 왔다. 숙소는 만경 농협창고에 정해져 있었다. 김제시의 배려로 간이 화장실이 들어오고 김제 요촌성당 교우들은 저녁식사를 준비해왔다. 수경 스님은 무릎에 물집이 생겨 고생하고 있어 한의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어허라. 개화도에서 순덕 엄마가 방금 잡은 생합도 가져왔다. 그 비싼 것을 이곳에 가져온 것이다. 저녁은 아주 푸짐했다. 싱싱한 홍어찌개가 일품이었다.

삼보일배 영상 (3) - 7일째


오늘이 삼보일배 꼭 일주일이다. 수행대원들이 조촐한 파티를 열 참이었다. 미사로 마무리하고 조용한 촛불 파티다. 참회의 기도인 삼보일배 7일째 미사가 시작된다. 동행해 주시는 형제자매들게 감사한다. 헌신적으로 몸바치는 순례수행 대원은 주님께서 보시기에 아운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헌신하고 계신 것이다. 생명이 충만한 아름다운 내일을 열고자 몸을 바치는 행렬이다. 미사에서 이 헌신을 하느님께 봉헌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파괴하고 있는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한다. 지나친 욕심으로 파괴해온 우리의 죄를 뉘우친다. 은헤를 망각하고 찬미와 감사보다 욕심을 채우려 파괴를 일삼는 우리의 죄를 뉘우친다. 뉘우침보다 남의 잘못만 고발만하는 우리의 죄를 뉘우친다. 풍요로운 생명으로 가득찬 평화의 세상을 바라며 기도한다.

삼보일배 딱딱한 아스팔트 틈이 눈에 보인다. 좁은 틈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분홍색, 자색의 아름다운 꼿이 눈에 띤다. 작은 몸매로 활짝 웃으며 반기듯 인사한다. 인간의 욕심을 채우려 손상되고 파괴된 뭇 생명이 이렇게 필것이다. 그래도 살아남아 바라보는 인간을 반기는 구나. 이게 곧 희망이다.

동료 사제 신성국 신부가 지금 바그다드에 들어가기 위하여 암만에 가있다. 퍼붙는 포탄세례사이에서 그 꽃처럼 피어 있을 형제 자매들과 운명을 함께하러 가있는 것이다. 그 작은 꽃생명을 위하여 삼보일배를 하듯 그는 헌신의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 온 세상에 평화를 이루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힘없는 몸짓으로 행동하고 있다. 신성국 신부! 너는 전쟁마당에 신부와 스님은 아스팔트 위를 포복하고 있다. 헌신의 여정에는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이 계시다.

힘겨운 나날이 벌써 7일째다. 작은 꽃, 작은 신성국 신부 그리고 삼보일배의 동료들의 뜨거운 마음이 곧 생명, 평화 염원의 시작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고통과 좌절의 눈물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하기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물, 그리고도 모자라 문득 문득 흐르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 대견한 일에 대한 희망의 눈물이다.

젓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이르지는 못할 지언정 우리는 멀리 보이는 그 땅을 향한 길목에 들어 서 있다. 얼마를 더 가야 쉬는 곳에 이르는가. 선두차를 향하여 열심히 세 발작을 띤다. 그리고 절을 한다. 그 곳에 이르렀는데 차가 또 멀리 떠나가버린다.

아직 멀었구나. 더 가야 하는 구나. 그래도 저 선두차가 이끄는 곳, 거기까지 가야 한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인도자의 이 목소리는 오아시스다. 그 순간은 그래도 천국이다. 뭇 생명과 더불어 평화를 이루는 순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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