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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민이 대표자를 뽑는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13년이 되어 간다.

이땅에 민주주의가 꽃피면서 자연스레 지역자치의 주체인 주민은 자치행정과 입법에의 참여권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이의 결실이 99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상의 조례의 제정·개폐 청구권과 주민의 감사청구권이다.

조례라는 것은 법률, 명령의 하위에 위치하고 규칙에는 우선하는 법규로서 주민의 생활, 사무에 밀접한 부분을 지방이 자치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고유의 특색이 반영되므로 각 지방마다 조례는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입법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고창은 다른 지역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99년 제도가 완성되고서도 빛을 보지 못했는데, 고창에서 처음으로 주민에 의한 조례를 완성시킨다면 이는 역사에 남을 일이다. 그러나 제도가 완성되고서도 4년여동안 주민이 만든 조례 한 건 없는 것을 보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알 수 있다.

"핵폐기물 고창군내 반입 거부" 조례제정운동

우리가 제정하려는 조례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시설입지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확고한 입장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며, 중앙부처의 무리한 사업추진 및 투명하지 않은 입지선정으로 인해 위협을 받는 지역주민들의 생명, 재산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움직임이다.

이 조례는 핵폐기장후보지선정에 대한 고창군의회 성명서(2003년2월17일), 고창군민 총궐기대회 결의문(2003년3월13일)에 따른 것으로 방사능 피해에서 고창군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고 세계문화유산인 고창군 고인돌군의 풍족한 자연환경을 방사능 오염에서 예방함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고창군민의 건강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을 보장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지역발전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고창은 의료용으로 공급되는 방사성물질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등과 방사성 폐기물등 및 사용후 핵연료의 고창군내 반입을 거부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등장한지도 세월이 꽤 흘렀다. 그러나 선거때 반짝하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도 늙으신 분들에게 면사무소는 넘기 힘든 문턱이다. 정치인이면 누구나 주식으로 삼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제도나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가 찿아야 할 몫을 찾아야 겠다. 정치인의 멱살을 붙잡고 늘어져도 농기계를 끌고 나가 도로를 점거해도 농가부채는 계속 늘어간다.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면을 돌다보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얘기하신다.

“고창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던데 큰일이다. 근데 당장에 가축들 먹이 주고 밭 갈고 하우스 관리하는 것도 급하다. 핵폐기물 처리장도 막아야 하는데 마음뿐이다. 그래서 늘 미안하다.”

주민들 스스로 제몫찾기 나서야

충분히 이해가 간다.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급급한 생활을 놓아버릴 순 없다. 시간을 쪼개 내자는 얘기이다. 나중에 피해를 볼 후손들에게 막아보라고 뒤를 미룰 고창군민은 한분도 계시지 않는다.

조례제정의 서명을 시작으로 각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심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달 2000원에서 5000원가량의 회원모집에 안식구를 참여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영광을 보자! 영광의 군대책위 위원장은 원전이 들어설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영광은 첫발을 디딜 때 너무 안이했다. 모두가 미뤘다. 모두가 앞으로 시간이 많을거라 낙관했다. 그당시 영광의 많은 사람들은 생업이 우선이었다. 앞장서는 몇사람이 다 해주겠지”

그러나 지금 원전은 그들의 현실이 되었다. 그들의 고통이 되었다.


* 핵폐기장 백지화 고창군민대책위원회 홈페이지( http://negohyang.org )에 박정용 씨가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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