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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성이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

여은정( 1) 2003.03.19 10:30 추천:1

전쟁과 안보라는 주제는 지금까지 늘 '남성의 일'로 간주되어 왔다.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행위부터 무기 생산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 그리고 무기 사용자의 측면에서도 여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여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전쟁 중에 성폭행 당해 죽는 여성이거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이들이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전체 사상자의 80%가 군인이었고, 제 2차 세계 대전에서는 50%가 군인이었다. 베트남 전에서는 80%가 민간인이었으며, 최근의 전투에서는 90%가 민간인(주로 어린이와 여성들)이 사상자로 추정된다.

이런 수치들을 봄으로써, 전쟁을 남성과 관련한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 전혀 무의미함을 알 수 있다.

"3년여 동안 진행된 유고 내전에서 최소한 1만 4천명의 여성들이 성폭행 당했다고 밝혔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지역에서의 대규모 성폭행은 이른바 '집단성폭행캠프'라는 곳에서 일어났다. '민족 청소'의 한 형태로 진행된 집단 성폭행에서 어떤 남자들은 여자 친척들이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강제로 목격해야 했다" ('테러의 재현'. 마리아 올루직)

"중-일 전쟁과 태평양 전쟁 기간에 2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의 여성들이 일본군 성노예 위안부로 동원됐다. 당시 일제에 끌려간 조선 처녀들은 15살에서 19살까지가 가장 많았고, 11살짜리 어린아이도 있었다"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0년동안 계속된 소련과의 전쟁과 이어진 내전으로 수많은 여성이 살해되고 성폭행 당하고 불구가 됐다. 15살의 한 아프간 소녀는 지난해 미군의 공습을 피해 나선 피난길에서 아프간 반군과 정부군에게 수 차례에 걸쳐 윤간을 당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이렇듯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전쟁과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도 이것을 주도하는 남성도 아니다.

전쟁은 남성의 전우애, 용맹심,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상징화되어 왔으며, 반면 전쟁에서 여성은 아이들과 함께 늘 남성에 의해 보호받고 지켜져야 할 약하고 수동적인 객체로 인지되어 왔다. 다시 말하면 전쟁과 안보의 문제는 남성을 전투적이고 용맹스럽게 특성화하는 반면, 여성은 평화주의적으로 동일시하여 주어진 생물학적 성에 따라 늘 보호되어야 할 대상으로 자리 매기고 있다.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에 국가에서는 성 공급자로 여성들을 전쟁터에 보내고 집단강간을 조직적으로 계획한다. 또 한편 남는 여성들은 산업전선으로 불러내어 노동을 시키고 전쟁이 끝나면 온갖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여성을 가정으로 퇴출시킨다.

무엇보다 전쟁을 통해 희생된 여성들은 국가적 살인 방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것이 여성들이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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